시세 차익vs승계 초석vs거리 두기?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의 세 자녀 LG 주식 ‘현금화’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등 극복 위한 ‘거리두기(?)’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범LG가 희성그룹의 후계자들이 (주)LG 지분 정리에 나섰다. 범LG가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의 세 자녀 구연승·연진·웅모 씨가 (주)LG 주식 일부를 현금화한 것. 이들은 주력 계열사인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등의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주)LG 주가가 뛰자 시세차익을 얻었다. 앞서 희성그룹은 LG그룹 관련 주식을 대규모로 사고판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희성그룹 후계자들의 (주)LG 지분정리에는 여러 추측들이 뒤따르고 있다. 일요서울은 희성그룹 후계자들이 (주)LG 지분 매각에 나선 이유 등을 살펴봤다.
 
LG는 지난 21일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의 세 자녀이자 최대주주인 구본무 회장과의 특별관계자인 구연승 씨, 구연진 씨, 구웅모 씨가 자사 보통주 총 43만5000주를 장내매도했다고 공시했다.
 
구 부회장의 외아들인 구웅모 씨는 232억 원(31만 주), 장녀 구연승 씨는 74억5000만 원(10만주), 차녀 구연진 씨는 19억1000만 원(2만5000주) 등 LG 주식을 총 356억 원으로 현금화했다. 이로 인해 구 부회장 장녀 구연승 씨의 지분율은 0.15%, 차녀 구연진 씨의 지분율은 0.00%, 외아들 구웅모 씨의 지분율은 0.35%로 하락했다. 또 이들의 장내매도로 인해 최대주주(LG그룹 대주주 일가) 측 지분율이 46.69%(8211만9266주)에서 46.45%(8168만4266주)로 하락했다.
 
승계 문제 타파
 
구 부회장 일가는 이번 LG 주식 일부를 현금화해 LG 지분이 하락했지만 구 부회장 (773만주), 웅모 씨(63만3000주), 연승 씨(26만3000주), 연진 씨(5090주) 등 총 주식가치는 여전히 몇 천억 원에 달한다.
 
이들의 LG 주식매각 배경에는 여러 해석들이 뒤따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희성그룹의 주식매각에 대해 5만 원 선이었던 LG 주가가 주력 계열사의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8만 원선까지 오르자 주식 매각을 통한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분석한다. LG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등 계열사 실적이 대폭 개선됐으며 지주회사 매력까지 부각돼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앞서 LG의 주가는 8만 원대까지 오른 바 있지만, 현재는 7만 원 중반 대를 유지하며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또 증권업계에서는 희성그룹을 포함한 범LG가 주주들의 보유 지분 정리는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한 지분 처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주장은 LG그룹의 전통 ‘장자계승 원칙’이 배경에 깔려 있다.
 
 하지만 LG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LG그룹의 차기 총수로 유력한 구 상무에게 LG 지분을 합법적으로 상속 및 증여 하는 데 천문학적인 상속세와 증여세가 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상속·증여세는 3개월간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낸다. 그러나 LG의 주가는 지난 5월 종가 기준 최고가를 기록한 뒤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다.
 
또 재계는 높은 상속세와 증여세 대처 방안인 양아버지인 구본무 LG 회장과 친아버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지분을 상속·증여받아도 1조 원가량의 상속·증여세를 감당해야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희성그룹은 자연스레 구본식 부회장의 외아들인 구웅모 씨가 희성그룹을 물려받을 인물로 꼽히고 있다. 희성그룹 역시 승계가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높아진 LG 주식 처분을 통한 현금 마련으로 미래에 있을 희성그룹 승계 문제를 타파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
 
희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희성전자의 최대주주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937만주(42.1%),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이 655만주(29.4%), 구웅모 씨가 301만주(13.5%)를 보유하고 있다.
 
매출 공백 우려
 
일각에서는 구본식 부회장의 세 자녀가 LG 지분 정리를 통해 LG그룹과 ‘거리두기’가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희성전자는 백라이트유닛(이하 BLU), 터치스크랜패널(TSP) 등 주력 제품의 60% 가량을 LG디스플레이(이하 LGD)에 공급하며 꾸준한 거래를 통해 성장한 기업이다. 그러나 LGD의 패널전략 수정으로 희성전자 매출 공백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LGD가 LCD(액정표시장치)패널에 필요한 BLU가 필요 없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패널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OLED패널은 유기 소재가 직접 빛을 내 LCD패널에서 광원 역할을 했던 BLU가 필요가 없다. 여기에 LGD 측은 올초 OLED패널 생산량을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확대한다고 밝혀 BLU수요는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LGD에 BLU를 단독 공급하던 희성전자의 타격이 불가피한 것이다.
 
지난 4월 19일 희성전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희성전자는 연결기준 매출 2조5094억 원, 영업이익 76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매출이 전년에 비해 10%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약 37% 늘었다. 희성전자의 매출 감소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희성전자가 LGD의 패널전략 수정뿐만 아니라 LG와의 거래를 통해 성장했다는 기업 이미지 탈피, 새 정부의 재벌개혁 등 단점 극복을 위한 ‘거리두기’ 아니냐고 해석한다. 그러나 이번 지분 정리는 구본식 부회장의 세 자녀가 LG그룹의 경영과는 무관한 상태이기 때문에 신빙성은 떨어진다는 게 대다수의 분석이다.
 
한편 희성전자에 해당 내용에 대한 문의를 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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