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렸다 하면 대형 사건이”… 증거채택 향배는

<뉴시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캐비닛 문건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지금 청와대는 전임 정부 민정수석실의 문건 300개 정도를 발견했고 이 가운데 일부는 기업과 정치권의 유착 내용이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청와대는 경내의 모든 사무집기를 조사하다 국가안보실에서도 문건 일부를 찾아냈는데 이 안에서도 정치권과 기업인의 유착을 의심할 만한 문건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5일 이 자료의 일부가 공개됐는데 특검과 검찰 입장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내용들이 들어 있었다고 알려진다.

이 캐비닛 문건이 앞으로 국정 농단 재판에 영향을 줄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기업 대관 업무팀의 발빠른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는 등 재계에 긴장감이 역력하다.
 
법정에 설 기업인은 누구? 공모관계 밝혀내야
언론에 ‘문건 흘리기’로 정치적 접근…추가 공개 ‘안한다’
MB정부도 수사선상 가능성…전방위 사정정국 돌입할 듯
 
전임 정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캐비닛이 열렸다. 청와대의 안 쓰던 공간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전임 정부 문건 300여 종이 쏟아져 나왔다. 이 중 일부는 특정기업의 특혜를 의심할 만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까지 누가, 왜, 어떤 식으로 청와대 사무실 내에 다량의 문건을 남겨 두었는지 확인이 되지 않는다. 청와대도 이와 관련  “(문건이 남겨진 경위는) 알 수 없다”고 입을 닫고 있어 의구심만 키운다.

다만 이 자료들이 발견된 경로에 대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 캐비닛은 사용하지 않았다. 민정비서관실 인원이 보강돼 공간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캐비닛을 정리하다 자료를 발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MB정부 때 인허가 내용 포함
 
일요서울은 우선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는지 정리해 본다.
청와대가 국가안보실에서 발견한 문건 가운데는 이명박 정부의 롯데월드타워 인허가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 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문건이 이명박 정부시절 청와대가 만든 문건인지 현재 확인 중이다. 인허가와 관련한 법적인 문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롯데는 MB정부 때 특혜를 입은 ‘친MB 기업’으로 꼽히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제2롯데월드 인·허가였다.
롯데는 1998년부터 제2롯데월드 건축을 추진해 왔지만 성남 서울공항 이·착륙 전투기의 안전 문제 등에 따른 공군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왔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제2롯데월드 신축 방안을 모색할 것을 지시했고, 이상희 당시 국방부 장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항 활주로 각도를 3도 트는 조건으로 신축 허가를 내면서 특혜 논란에 휩싸였고 정경유착 의혹이 불거졌다.

2015년 국정감사 당시 새정치연합 소속 국회의원들은 공군이 입장을 선회하는 과정에 로비와 외압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성남공항 활주로 공사비가 당초 추산치보다 줄어들었다거나 롯데와의 계약이 불공정하다는 등의 문제제기도 있었다. 현재까지도 특혜 논란과 함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문건에는 이 같은 의혹의 정황이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STX 관련 문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STX 문건은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이 연루된 방산 비리 관련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이 추정된다

정옥근 전 총장의 경우는 2008년 9월 유도탄 고속함과 차기 호위함 등을 수주하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옛 STX그룹 계열사로부터 장남이 주주로 있는 요트 회사를 통해 7억7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장남과 함께 기소됐고, 최근 징역 4년형이 확정됐다.
두 사건 모두 이명박 정부 당시 대표적인 적폐로 꼽히고 있는 사건들이어서 이번에 발견된 문건들을 계기로 MB측 인사들에 대한 사정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고 칼잡이 특수 1부 배당   
 
문건 내용이 하나같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어 허술한 문서 관리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청와대는 원본은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되 불법적인 내용이 나올 경우 사본을 검찰로 넘긴다는 방침이다. 다만,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밝혀야 한다는 쪽과 검찰 수사를 지켜보면 될 일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나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청와대가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줘 보수 세력에 타격을 주려는 명백한 정치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청와대는 안보실에서 발견된 문건에 관해서는 외교·안보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그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안보실에서 발견 문건을 비공개한다는 방침이 단정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며 여지를 남겼다.

따라서 외교적으로 민감한 부분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거나 사정기관에 수사 자료로 넘길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이번 문건 발견은 이명박 정부의 과거 의혹에 대한 사정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검찰도 발빠르게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부장 이원석)가 맡는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17일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된 전 정권 민정수석실 문건은 청와대와 특검을 거쳐 특수 1부로 넘어왔다”며 “특검 기간이 종료돼 수사 권한이 없어 검찰로 이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내 최고 ‘칼잡이’로 불리는 특수1부는 박근혜정부 민정수석실 문건, 면세점 사업자 특혜 선정 외, 수리온 개발 비리를 동시다발로 수사 중이다.

이전 정부의 권력 남용, 경제(기업) 정책, 방위 산업 관련 비리를 모두 특수1부가 도맡아 수사하게 됐다. 문건 다수가 우병우 전 수석이 현직으로 재임할 때 만들어진 것임을 감안하면 우 전 수석과 당시 민정수석실이 주요 수사대상으로 지목될 것이란 말이 검찰 주변에 파다하다.
 
검찰, 누구를 정조준할까
 
검찰 안팎에서는 특수 1부가 맡고 있는 사건을 예의 주시한다. 면세점 사업은 물론 수리온 개발 비리 사건도 정경유착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고 있기 대문이다. 검찰은 관세청 실무자들이 면세점 사업자 선정 평가점수 조작에 왜 가담했는지, 구체적인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 수리온 관련 수사도 전 정권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감사원은 수리온이 기체 설계 결함 및 결빙 상황에서 나타나는 엔진 이상 등 비행안전성 문제가 있음에도 방사청과 국방과학연구소 등이 무리하게 전력화를 시도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감사원은 장 청장과 헬기 사업 담당자 등 3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검찰은 빠르고 신속한 수사를 위해 현재 특수1부 수사 검사가 8명으로 증원했다. 평상시 특수부 2개 수준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추가 수사를 통해 전 정권 청와대 관계자와 기업인들의 모습을 법정에서 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