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私黨)화 탈피” 외쳤으나 도로 안철수당…‘인물부재론’이 핵심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국민의당 존폐 여부의 중대 계기가 될 8·27 전당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당 안팎이 시끌시끌하다. 대선 참패와 제보 조작 사건으로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창업주’인 안철수 전 대표의 거취 문제를 두고 한바탕 씨름이 벌어지고 있다.

당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려면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은퇴론’과 오히려 안 전 대표가 전대에 출마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등판론’이 충돌하고 있다. 여기에 정계 은퇴도 출마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유보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반된 주장이 부딪히고 있는 배경에는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지율도 좀처럼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당대회가 임박한 가운데 국민의당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극약처방 필요 ‘은퇴론’ vs “安 출마해 혁신 이끌어야” ‘등판론’
‘8·27 전대’ 安 거취에 다시 쏠리는 눈…“安 출마 가능성 있다”
은퇴도 출마도 NO ‘제3의 목소리’도 거론
노쇠하고 정체…“구성원들 손 놓고 있다” 질타

 
안 전 대표의 은퇴론은 지난 24일 처음 제기됐다. 이찬열 의원이 “안 전 대표가 정계 은퇴하지 않으면 국민의당은 살 수 없다. 당이 죽어가는 데 더 머뭇거리면 안 된다”면서 안 전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면서부터다.
 
이날 회의는 당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주최한 간담회로 박주선 비대위원장, 김동철 원내대표, 김태일 당 혁신위원장 등 당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의원의 발언은 비공개로 전환된 뒤 이뤄졌지만 당 공식석상에서 은퇴론이 거론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졌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제 의견을 확실하게 말한 것”이라며 “지금 국민의당이 숨만 간당간당하는데 극약처방이 필요한 시점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 지지율이 5%인데 당이 죽으면 안 전 대표도 없다. 현 지도부가 백 번 사죄해도 국민들이 응해주지 않을 것”이라며 “후보 중심의 선거였던 만큼 안 전 대표가 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당을 살리려면 (안 전 대표가) 정계 은퇴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퇴론’에 安측 발끈
장외서 출마 촉구 움직임

 
‘은퇴론’ 파장이 이어지자 안 전 대표 측은 발끈하고 나섰다. 안 전 대표 핵심 측근은 통화에서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며 “안철수 없이 당을 쇄신하고 정체성을 제대로 세울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했다. 대표적 친안계로 불리는 이동섭 의원도 통화에서 “(은퇴론은) 어불성설”이라며 “국민의당 대다수 의원들은 안철수 바람에 덕 본 사람들인데 그렇게 말씀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원외에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충북 청주 서원구 안창현 지역위원장은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 당의 위기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안 전 대표에게만 있느냐”고 따지면서 “국민의당이 안철수 사당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철수 없는 당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 지지자들은 최근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 이찬열 의원을 찾아 항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 의원에게 은퇴 발언을 사과하라고 요구했으나 이 의원이 사과 요청을 거부하자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은퇴론’에 맞서 안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촉구하는 ‘등판론’도 나왔다. 흐름을 보면 점차 ‘등판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안 전 대표 지지자들이 최근 안 전 대표의 출마를 촉구한 데 이어 원외 지역에서도 안 전 대표 출마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전국 원외지역위원장 240여명 가운데 약 40명 정도가 안 전 대표의 출마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지자들도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치적 타협만 일삼는 국민의당을 혁신하고, 나아가 적폐에 물든 대한민국을 바꿔 줄 정치인은 안철수뿐이라고 확신한다”며 출마를 촉구했다.
 
안철수 결단 내리나
불출마 완전 배제 못해

 
‘은퇴론’과 ‘등판론’의 상반된 의견이 터져 나오면서 자연스레 안 전 대표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등판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은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인 건 맞지만 불씨는 있다”며 “죽은 카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한 사과 이후 ‘잠행 모드’에 들어간 상태다. 그는 최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싱크탱크인 정책 네트워크 ‘내일’ 사무실을 오가면서 다양한 인사들에게 자신의 거취를 비롯,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은퇴도 출마도 안 된다는 제3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은 출마할 필요 없고 출마해서도 안 된다. 조작 사건에 책임 있는 말씀을 했기 때문에 지금은 등판 타이밍이 아니다”라며 “(은퇴론에 대해선) 여러 목소리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당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손금주 의원은 최근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두 입장이 당의 주류적인 입장은 아니다”라며 “안철수 전 후보 스스로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면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보겠다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에 그 결정의 몫은 안철수 전 후보에게 맡겨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출마와 은퇴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오면서 안 전 대표가 분명한 거취 표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 전 대표는 검찰의 제보 조작 사건의 수사가 일단락되면 다시 한 번 대국민 입장 발표를 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당 안팎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월 말이나 8월 초쯤 입장 발표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그 나물에 그 밥뿐”
젊은 기수 거론되지만…

 
안 전 대표의 거취를 두고 은퇴와 출마, 유보까지 제각각 주장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당의 ‘인물’이 없음을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은 정동영 의원과 천정배 의원 둘뿐이다. 천 의원은 8월 1일 공식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문병호 전 최고위원과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막판 출마를 고심 중이다. 문 전 최고위원의 경우 안 전 대표가 출마 의사를 밝힌다면 불출마로 선회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의 정치적 경험은 풍부하지만 ‘노쇠 이미지’를 피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초선 의원은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많이 부족하다”며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 혁명적 개혁을 이끌 수 있으면 좋은데 그런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당대회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당내 젊은 기수 중엔 초선인 이동섭 의원이 최고위원직에 도전하겠다고 밝혔으며, 이언주 의원은 당 대표 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세대교체와 당의 노선 투쟁을 위해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가 최근 잇따른 막말 파문으로 여론의 반발을 사고 있는 만큼 얼마나 주도권을 잡고 개혁을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생사 걸려 있는
8·27 전당대회

 
정체성 논란과 대선 참패, 제보 조작 사건을 겪은 국민의당은 이번 전당대회 성패 여부에 따라 생사가 갈릴 전망이다. 이번 전대를 계기로 당이 탈바꿈하지 못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 패배는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선 국민의당의 문제점을 질타하는 한편, 전면적으로 당을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김태일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은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필요한 정당인가’ 토론회에서 당의 ‘반응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선 패배와 제보 조작이라는 두 가지 큰 사건에도 불구하고 당 조직 시스템의 반응이 떨어진다”며 “실패와 실수에 대해 성찰하며 다투고 논쟁해야 정상인데 너무나 조용한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이 자리에 발제자로 참석한 유창선 정치평론가도 “구성원들이 당의 운명에 손을 놓고 있는 듯한 모습”이라며 새롭고 역동적인 모습이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국민의당은 국민에게 존재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도 정당의 존재 필요성에 대한 설명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국민의당의 과제에 대해 우선 “다당제가 정착돼야 함은 시대적 요청”이라고 전제했다. 그는 “민주당-자유한국당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며 “국회에서는 협치를 도모하고 정치적으로는 독자성을 확고히 견지해야 다당제가 지켜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차기 당권주자들은 당 내부에서 거론되는 민주당과의 합당이나 연합공천 등의 가능성에 대해 제3정당의 단결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분명한 입장을 제시, 불필요한 혼선과 갈등을 차단하는 정치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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