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수의사가 만나다> 저자 바버라 내터슨-호러위츠, 캐스린 바워스 / 역자 이순영 / 출판사 모멘토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반려견 1000만 명 시대를 맞이하는 현대인들에게 애완견은 감정을 교류하는 동물 이상의 친밀한 존재다. 때론 애완견을 가족이상으로 생각할 만큼 끈끈한 정으로 뭉쳐진 공동체로 인식되기도 한다. 사회적으로도 애완사업에 투자하는 비용도 갈수록 늘고 있어 애완시장은 앞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비단 감정을 교류하는 차원뿐만 아니라 환경 속에서 인간과 동물을 통합된 체제로 인지하는 ‘원헬스’나‘주비퀴티’개념은 십여년 전부터 제시되어 왔다.

특히 동물의학과 인간의학 사이의 경계선을 허물어야 한다고 말하는 ‘주비퀴티’는 대상은 다르지만 상이한 분야에서 획득한 경험이 모든 의학의 기반이 된다고 보는 개념으로 이와관련된 경이롭고 생생한 사례들을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 주비퀴티는 인간과 다른 동물을 한데 아우르는 새로운 의학적 관점으로 수의학과 인간의학의 관계와 경계를 재정립했다.

저자 바버라 내터슨-호러위츠, 캐스린 바워스 공저 ‘의사와 수의사가 만나다’는  주비퀴티이론을 바탕으로 건강과 질병에 대한 치밀한 조사연구를 통해 출간된 신간이다.

저자들은 이러한 ‘통일적 관점’으로 진화 이론과 인류학, 사회학, 생물학, 수의학, 동물학 등을 넘나들면서 그간 알고 있었던 상식을 뒤집었다. 그리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종의 질병 치료에서 일대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간의학과 동물의학이 손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저자 중 한 명인 내터슨-호로위츠는 2005년 LA 동물원 원숭이와의 만남을 계기로 사람과 동물이 같은 심장병을 앓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는 단순히 심장병에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인간 의학의 새로운 성취로 여겨지는 것들을 이미 수십 년 전 수의사들이 알고 있었다는 점도 깨닫는다.

책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암에 걸리거나 심장마비를 일으키고 섭식장애로 고통받는 수많은 동물의 사례를 보여준다. 의사와 수의사가 손잡고 일한다면 이러한 질병들을 더욱 손게 적절히 처치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사실 한두 세기 전만 해도 동물과 인간은 같은 의사에게 치료받았다. 도시화에 따라 동물이 인간의 일상에서 밀려나면서 사람을 치료하는 일에 더 큰 보상과 명예가 따르기 시작했다.

한편 책에서는 암이라는 질병에 “암은 생태계와 동물계 어디에서든 발생한다. 에드워드 케네디의 아들 에드워드 주니어가 1970년대 초에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원인이었던 골육종은 늑대, 회색곰, 낙타, 북극곰의 뼈도 공격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 동 창업자인 폴 앨런은 면역계에 생기는 암인 호지킨림프종과 싸워 이겨냈다. 하지만 같은 병에 걸린 아이슬란드의 범고래는 몇 달 동안 열과 구토와 체중 감소에 시달리다 안타깝게도 끝내 굴복하고 말았다.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생명을 앗아간 신경내분비종양은 사람에게선 드물게 나타나지만 집에서 기르는 페럿에게는 꽤 흔하며 독일셰퍼드와 코커스패니얼, 아이리시세터를 비롯한 여러 품종의 개에서도 발견된다. 전 세계의 야생 바다거북들은 헤르페스바이러스가 유발한다고 추정되는 암성 종양으로 인해 대량으로 죽어간다. 북아메리카의 바다사자에서 남아메리카의 돌고래, 난바다의 향유고래에 이르기까지 여러 해양 포유류 사이에선 생식기의 암들이 만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 심장병에 대해서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다코쓰보 심근증과 동물에게 나타나는 포획근병증 심장병은 거의 확실하게 관련이 있었다.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증상이라 할 만했다. 그런데 곧 이어서 더욱 깊은 깨달음이 왔다. 핵심은 두 질환의 공통점이 아니었다. 둘 사이에 놓인 심연이었다. 거의 40년 전부터(더 오래전부터일 수도 있다) 수의사들은 이런 일이 동물에게 생길 수 있다는 것, 즉 극심한 두려움을 느낄 때 몸의 근육, 특히 심장 근육이 망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인간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2000년대 초에 와서야 이런 현상을 발견하고는 그걸 자랑스럽게 알려대고, 특이한 외국어 이름을(다코쓰보) 즐겨 언급하면서, 수의학과 학생이면 누구나 1학년 때 배우는 걸 가지고 ‘새로운 발견’이라며 학문적 경력의 디딤돌로 삼았다. 동물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인간을 치료하는 의사들이 감조차 잡지 못했던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고 언급했다.

책을 접한 동물행동학자인 이화여자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최재천 석좌교수는 “이론적으로도 흥미롭지만 실용적으로도 탁월한 책이다.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와 함께 비교의학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두 권을 구입해 한 권은 당신이 읽고 다른 한 권은 당신의 주치의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다" 라는 서평을 남겼다.

또 예일대 진화생물학 스티븐 스턴스 교수는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대한 비교론적 관점을 강력히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다른 종에게서 배워야 할 게 이제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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