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민주당 전고문이 또 한번 화났다. 진승현게이트와 관련 5천만원 수수혐의로 재판중인 권전고문은 최근 월드컵휘장사업 로비 의혹에 자신의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지자 ‘사실무근’이라고 발끈했다.권전고문측은 오는 7월3일로 예정된 진승현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무죄가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의혹이 불거진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권전고문의 변호인측은 지난 달 30일 2심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 그에 대한 근거로 옛 자택 현장검증과 진승현씨와 김은성 전국정원 2차장의 엇갈린 진술을 제시했다. 재판이 끝난 후 권전고문측은 “5천만원을 받은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진씨 등의 진술에만 의존해 기소됐다”며 “재판부가 현장검증 등을 실시했기 때문에 권전고문의 무죄주장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월드컵 휘장사업 로비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권씨가 월드컵 휘장사업권자인 CPP코리아측으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자 권전고문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권전고문은 개인성명서를 통해 언론에 보도된 CPP코리아 김모 사장과는 일면식도 없으며 김재기 관광협회장은 대학동문이지만 이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 뿐 아니라, 김 회장이 관광협회장에 선임된 과정도 자신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또 권전고문측은 자신의 이름을 실명보도한 일부 언론사에 대해 10억원씩의 손해 배상 소송과 함께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며 강력하게 대응했다. 진승현 사건이 마무리되자 또다른 권력형 비리 사건인 월드컵 휘장사업 로비 의혹 사건에 거론된 권전고문측은 “DJ정부 때 일어난 부정부패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단골로 거론되 왔다”며 “권력의 실세라는 꼬리표 때문에 아무런 연관도 없는 사건에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권전고문의 정치재개를 차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동교동계 정치인들이 줄소환되는 것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권전고문의 정치재개가 갖는 정치적 의미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권전고문을 주축으로 해 DJ계가 정치적 세규합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아예 사전에 권전고문의 정치적 발목을 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하다. 실제로 권전고문은 진승현 사건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되는 대로 DJ를 방문하고, 명예회복을 위한 내년 총선 출마의사를 밝힌 바 있다. 동교동계 한 인사는 “권전고문 사건이 거의 마무리돼가고 있는 시점에서 왜 또 그런 의혹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그렇지 않아도 DJ계 인사들이 연이어 검찰수사를 받고 있어서 갖가지 정치적 해석이 나오고 있는 마당에 권전고문 의혹이 새롭게 터져나오는 것을 보면 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권전고문측은 이번 의혹과 관련, 정치적 해석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권전고문의 한 핵심측근은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굳이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그는 “휘장사업건은 말도 안되는 일이기 때문에 전혀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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