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이 신임 위원장은 지난 1일 방송통신위원회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4기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고, 방송통신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만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이 문 대통령의 이 위원장 임명 강행을 두고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잡음이 지속될 전망이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시국선언’, ‘文 지지 선언’ 대표적 진보 성향 언론학자 
- “5대 비리 전관왕 임명 강행은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


문재인 대통령이 7월 31일 임명한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이효성(66)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 위원장은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독립성, 다양성에 기반한 방송개혁 논의를 주도한 대표적 언론학자이자 언론·방송계 원로로 방송통신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여러 이해관계를 원만히 조정하고 해결할 역량을 갖췄다"고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기자 생활 거쳐 
20여 년간 교수로 재직… 


이효성 신임 방통위원장은 전북 익산 출신으로, 서울대 신문대학원 신문학과를 졸업한 후 MBC와 경향신문, 한국일보에서 잠시 기자 생활을 한 후 미국 유학을 거쳐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다.

서울대와 서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강사를 거쳐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에서 20여 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또 옛 방송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정책실장 겸 이사 등 시민단체에서 활발히 활동을 이어온 대표적인 진보 성향 언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해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촉구'와 '공영방송 독립과 언론자유 요구' 등 공영방송과 관련한 언론학자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 원로 언론인 71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이명박 정권이 언론탄압과 장악을 일삼아 왔다”며 “언론개혁과 방송의 공정성·독립성 회복을 위해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영 미디어가 정권의 홍보기관에 장악되고 타락한 데 대해 원로 언론인으로서 느끼는 자괴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이 신임 위원장은 언론이 공기(公器)라는 점을 들어 언론을 끊임없이 경계하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감시할 주요 주체로는 시민단체를 꼽는다.

그는 2016년 ‘소통과 지혜’ ‘소통과 권력’ ‘소통과 언어’(커뮤니케이션북스)라는 소통 3부작을 펴내면서 “언론개혁을 위해 온전히 나설 수 있는 존재는 바로 언론개혁과 발전을 추구하는 언론운동 시민단체”라며 “이들 단체가 언론개혁의 주도적 세력으로서 언론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동시에 언론개혁을 위한 정책을 정부에 요구해야 하고 정부가 언론개혁에 나설 수 있는 여론과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이 신임 위원장은 모두가 평등하게 소통할 자격과 그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미디어 복지’를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펴낸 소통 3부작에서 그는 언론개혁이야말로 사회개혁의 바탕이고 핵심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그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힘의 세 축은 정권, 재벌, 언론이다. 정권은 민주화하고, 재벌은 어느 정도 위축되었지만 언론은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정권의 민주화와 약화로 야기된 공백을 메우고 더욱 더 그 힘이 비대해졌다. 사회개혁을 위해 먼저 이들 언론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신임 위원장은 참여정부 2기 방송위원장 부위원장을 맡을 당시 방송과 DMB 사업의 허가 등의 정책 결정에 관여했다. 당시 SBS가 사회 환원과 관련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면서 SBS에 대해 조건부 재허가 추천을 결정했다. 

당시 SBS가 사회 환원과 관련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면서 SBS에 대해 조건부 재허가 추천을 결정했다. 그러나 야당에서 방송 길들이기 아니냐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아울러 그는 언론 감시와 함께 대안 매체 생산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언론개혁의 목표는 무엇보다 언론의 자율성을 증대해주고 그 공익성과 질을 높이되 견제 세력도 없는 채로 무책임하게 남용되고 있는 언론의 비대한 권력을 약화시켜 책임감 있는 권력으로 바꾸고 대안적인 매체를 육성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효성 위원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자녀 이중국적 문제 등이 지적되며 야당 반대로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여름 휴가지에서 전자결재를 통해 직권으로 이 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했다. 

방통위 상임위원 임명 완료, 
5인 체제 본격 가동


한편 7월 31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방통위 상임위원 임명 소식도 전했다. 그는 "방통위 상임위원에 허욱 소장과 표철수 전 경기도 정무부지사가 임명돼 4기 방통위 인사가 모두 마무리됐다"고 덧붙였다. 방통위 상임위원으로는 허욱(55) 엑스퍼트 컨설팅 가치경영연구소장과 표철수(67) 전 경기도 정무부지사가 임명됐다. 허 소장은 더불어민주당이, 표 전 부지사는 국민의당이 각각 추천했다.

이로써 '식물조직'이란 오명을 듣던 방송통신위원회가 이효성 위원장을 주축으로 한 5인 체제를 본격 가동하게 됐다. 앞서 임명된 고삼석, 김석진 상임위원과 더불어 5인 위원 체제를 갖추고 전체회의에 필요한 상임위원 정족수를 모두 채우게 됐다. 

방통위 위원회는 장관급 위원장과 4명의 차관급 상임위원 등 5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대통령이 위원장을 포함 2명을 지명하고 여당이 1명, 야당이 2명을 추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그간 방통위는 퇴임한 최성준 전 위원장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으로 자리를 옮긴 김용수 전 위원의 공백을 채우지 못하면서 고삼석 위원장 직무대행과 김석진 상임위원 등 2인 체제로 운영됐다. 

그러다 보니 방통위는 한동안 상임위원 전체회의를 열지 못해 식물조직이란 비판을 받아 왔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방통위 전체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만 의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뤄졌던 주요 안건은 새로 구성된 방통위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임명 강행을 두고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 3당의 반발이 극에 달하고 있어 당분간 잡음이 지속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은 임명 강행을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로 규정했다. 

정태옥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오늘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 내각의 사실상 마지막 인사로써 5대 비리 전관왕이자 직무 부적격자인 이효성 후보자를 방통위원장으로 임명 강행했다”며 “이는 온 국민이 휴식을 취하는 휴가철에도 야당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도대체 이 정부가 내세운 인사 기준은 무엇인지 의문이며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왜 필요한지 회의감이 든다”며 “한국당은 이 위원장이 위장전입과 거짓 해명, 부동산 투기, 취득세 탈루, 증여세 탈루, 논문 표절 등 개인적인 문제는 물론 편향되고 비상식적인 언론관으로 방통위원장 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음을 수없이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도 “이 후보자는 즉각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당 간사인 김 의원은 “이 후보자의 자질은 청문회에서 모두 증명됐다”며 “운이 좋아 15억 원에 이르는 부동산 차익을 얻었다는 변명이나 자녀의 이중국적을 전혀 몰랐다는 변명은 황당함을 넘어 장관의 자질에 대해 근본적 의문을 갖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협치가 가장 중요한 자리에 문재인 정부가 독단으로 임명한 인사가 온다는 것은 앞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자도 즉각 자진 사퇴해 문재인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은 “방통위원장은 누구보다도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자리이지만 이 후보자는 과거 문 대통령 지지선언에 이름을 올리는 등 (이번 임명은) 전형적인 코드인사”라며 “(문 대통령은) 여러 모로 부적절한 인사를 강행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