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대한민국에 ‘4월 한반도 위기설’에 이어 ‘8월 위기설’이 돌고 있다. 4월 위기는 북핵실험에 따른 전쟁 발발 위기였다면 8월 위기설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성공으로 인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설’이 나오면서 회자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미 본토를 핵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미국 내 강경파는 초긴장하고 있다. 이들은 ‘전쟁은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것’이라며 ‘군사적 옵션’의 필요성을 제기하자 문재인 정부도 맞대응에 나섰다.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핵잠수함 개발’ 검토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의 핵우산국으로서 역할이 한국에서 후퇴한다면 핵무장국으로 초석을 마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셈이다. ‘핵 무장 대한민국’, 그 실현 가능성을 알아봤다.
 

- 北, 美 본토 노린 ICBM 시험 발사 성공 핵우산론 ‘흔들’
- 靑, ‘동맹 거리두기-핵 무장론’vs‘혈맹-전술핵 공유’ 딜레마

북한이 두 차례의 ICBM 시험발사를 통해 탄두가 손상 없이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밝히면서 한반도가 전쟁 발발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미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보다 군사적으로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은 역사상 미사일로 미 본토 공격을 경고한 나라로는 구소련 다음으로 두 번째 국가가 됐다. 또한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이스라엘에 이어 ICBM을 보유한 다섯째 국가가 됐다.

北 구소련 이어 미 본토
공격 경고 두 번째 국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성공으로 인해 국내외 군사매체들은 북한이 공격을 감행할 경우 하와이, 워싱턴 DC 등이 타격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 태평양 사령부가 있는 하와이가 최우선 타격 목표이고 이어 서태평양 지역 미 해군의 주요 기지인 샌디에이고, 지상발사 핵 억제력 가운데 하나인 ICBM ‘미니트맨Ⅲ’를 관할하는 공군의 범지구타격사령부가 있는 루이지애나주 바크스데일 공군기지, 워싱턴 DC 등도 주요 표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지도부 역시 대북 관련 강온책을 구사하며 적극 대처하고 있다. 일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전쟁 발발 가능성’을 전하며 ‘America First’(미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미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8월1일 NBC뉴스 시사프로그램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핵 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김정은을) 멈추기 위해 전쟁이 난다면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수천명이 죽는다면 거기서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또한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대북 군사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그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하도록 내버려 두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며 “북한의 프로그램과 북한 자체를 파괴할 수 있는 군사 옵션이 있다”고도 밝혔다.

반면 같은 날 렐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한과의 대화를 언급하면서 엇갈린 반응을 내놓아 미 정부가 대북정책에 혼선을 빚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낳았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우리는 북한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으며 정권 붕괴도 추구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한반도의 통일 가속화를 추구하지 않으며 38선 이북으로 우리 군을 보낼 구실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북한의 적이 아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에게 수용하기 어려운 위협을 주고 있고 우리는 대응을 해야 한다”며 “하지만 북한과 앉아 미래에 대해 대화하기를 희망하고 이런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유화책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제기하는 것은 실효성 있는 대북정책을 갖고 있다기보다 미 정부의 딜레마를 보여주고 있는 반증으로 보고 있다.
미국 매파들의 주장을 보면 미국이 남한의 핵우산국으로 역할을 축소하고 자국민을 지키기 위해 ‘한반도 전쟁불사론’을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를 간파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7월31일 ‘핵잠수함 도입을 검토할 때’라고 강경책을 내놓았다. 송 장관은 무소속 이정현 의원의 ‘현 정부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서 핵잠수함 도입 추진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핵잠수함 도입을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송 장관은 미국의 전술핵 무기 배치 관련해선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특히 우리 군의 핵무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술과 자산은 충분히 있다”면서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한발 물러난 태도를 보였다.

송 장관의 이같은 언급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대선 후보 시절 방송기자 토론회에서 핵잠수함 도입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핵을 연료로 사용하는 잠수함은 한미 원자력협정에 위반되지 않는다”면서 “이제 핵추진 잠수함은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핵잠수함 도입 검토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해군본부 내 핵추진 잠수함 사업단을 만들고 2020년까지 4000톤 핵추진 잠수함 3척을 건조하는 계획(일명 362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라늄 농축시험 등의 문제로 여론이 악화되자 중단됐다.

통상 잠수함은 물속에서 탐지가 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디젤 잠수함은 수시로 수면으로 부상해야 하기 때문에 적에게 노출되기 쉽다. 하루에 두세 번씩 수면 위로 올라와서 충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송 장관, 핵잠수함 도입 검토…
핵무장은 ‘아직…’

반면 핵추진 잠수함은 원자로 내에서 핵분열에 의한 열에너지를 이용해 장기간 수면아래서 활동할 수 있어 탐지가 어렵다. 단 핵잠수함을 건조하기 위해선 20% 농축된 우라늄 획득이 문제다. 핵무기는 95% 이상의 농축이 필요하다.

최근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배치를 위한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해군이나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도입 필요성이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

특히 군사전문가들은 핵추진 잠수함이 도입되면 ICBM이나 핵무기는 탐지가 가능하지만 SLBM은 수면 아래 있어 탐지가 어려워 무기체계중 가장 위협이 큰 무기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핵잠수함을 포함해 남한이 핵무장국이 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일단 현행 한미원자력협정이 원자력의 군사적 활용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또한 미국 측과 협의를 잘 이끌어낸다고 해도 중국의 강한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또 우리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맹국인 일본의 핵무장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확산금지조약(NPT) 등을 통한 국제사회의 협조도 필수다.

관건은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성공으로 인해 ‘워싱턴을 포기하고 서울을 지킬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회의감이 퍼지면서부터다. 미국이 한반도 핵우산국으로서 역할이 의심받으면서 남한 역시 독자적인 핵무장국으로 가야된다는 주장과 기존처럼 미국에 적극 협조하며 핵우산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현 한반도 정세는 1960년대 프랑스와 서독이 마주한 상황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구소련은 1957년 10월4일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1호를 발사해 성공했다. 2차세계대전 이후 냉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구소련의 로켓 발사 성공은 단순히 인류가 우주 진출에 성공했다는 의미만은 아니었다.

이미 1949년 핵실험에 성공한 구소련이 미국 본토를 향해 핵을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군사적 함의도 컸다. ‘소련이 침공하면 우리가 핵으로 보복해주겠다’던 미국의 평소 공언은 서유럽 국가들로 하여금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구소련의 로켓 발사 성공으로 코너에 몰린 미국은 ‘탄력적 대응전략’을 내세웠다. 즉 전쟁의 진행상황을 크게 재래전→전술핵 사용→전략핵 사용의 3단계로 나눠 설정해 상대의 반응과 전황에 따라 다음 단계로 넘어갈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게 골자다. 미 주도의 전략이 나토의 공식 군사전략으로 채택되면서 양국은 선택의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프랑스와 서독은 미국과 거리두기를 하고 독자 핵무장을 할 것인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동맹에 참여해 미국 내 핵우산속으로 들어가 핵결정권 공유를 요구할지 선택에 놓였다. 일단 프랑스 드골 대통령은  전자를 선택했다. 미국이 ‘전쟁이 벌어져도 미국은 아무 피해도 입지 않는 게 아니냐’며 반발했다.

미국은 자신의 본토가 초토화되지 않아야 군사적 지원을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을 폈지만 명분이 약했다. 프랑스는 결국 비밀리에 진행하던 핵무기 개발을 가속화해 독자 핵무장에 성공한 뒤 ‘비례 억제’라는 핵전략을 채택했다. 상대가 어떤 무기로 공격하든 관계없이 자국이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되면 모든 전략핵을 즉시 모스크바에 한꺼번에 퍼붓겠다는 게 핵심이다.

2017년 한국,
1960년대 프랑스와 독일 사이

반면 세계대전 전범국이었던 서독은 독자 핵무장은 불가능한 처지였다. 또한 지형적으로도 동서 진영 사이에 재래식 전쟁이나 전술핵 교전이 벌어질 경우 동서독 영토가 전쟁터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아데나워 서독 총리는 미 국무부장관이 방문하자 소련 탱크가 동서독 국경을 넘는 경우에도 미국은 핵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 경우 수백 발의 전술핵이 서독에 떨어질 테고 다시 미국은 동독에 전술핵을 쏟아부을 것이므로 결국 독일은 국가뿐 아니라 독일민족도 소멸할 것이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결국 서독은 이를 관철하는 대신 미국의 탄력적 대응 전략이 나토에 탄생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왔다. 냉전이 끝나는 순간까지 서독은 미국의 충실한 협력국으로 남았다.

대신 서독은 미국의 핵무기 사용권을 실질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집중해 확전을 막는데 주력했다. 프랑스처럼 전쟁을 막기 위해 핵무장을 할 것이냐 아니면 더 이상 확전되지 않도록 하는 독일식 선택을 할지가 현 한국이 처한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다.

하지만 프랑스식을 따르기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앞서 나열했듯 많다. 특히 한국군의 전시작전권이 회수돼야 최소한 독자적 판단이 가능하다. 게다가 미국과 거리두기도 필수적이다.

반면 한반도 지형특성상 재래식 전력만으로도 프랑스식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반박도 있다. 핵잠수함 검토가 그 일환이다. 하지만 한국이 독자 핵무장국으로 가기 힘들다면 역시 미국과 동맹을 유지해 핵우산 아래 있으면서 핵결정권을 공유하는 방안이 최선이라는 게 다수 군사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반면 핵무장론이 핵우산론을 강화시킨 예를 들기도 했다. 1970년대 북한이 적화통일 야욕을 노골화하자 박정희 대통령이 핵주도권을 천명했다. 하지만 미 정부의 압력으로 핵 프로젝트는 접었지만 주한미군 철수가 중단되고 핵우산을 공식화하는 반대급부를 얻은 점을 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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