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여론전이 심판대에 섰다. 전 정권인 박근혜 정부는 대국민 ‘불통의 대명사’로 통했다. 결국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터졌고 분노한 촛불민심은 박 대통령을 임기 1년 반을 남겨두고 탄핵시켰다. 촛불민심에 기반해 탄생한 문 대통령은 구정권을 적폐세력으로 몰면서 차별화에 나섰다. ‘구중궁궐 속 대통령’이 아닌 ‘국민 친화적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 높은 지지율은 여소야대 정국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의회민주주의보다는 직접민주주의를 통해 속전속결로 인사와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여론정치’, ‘국민정치’에 대한 반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그 이유를 알아봤다.
 


- 지지율 고공행진 핵심정책 여론으로 밀어 붙여
- ‘의회민주주의’보다 ‘직접민주주의’ 선호… 역풍 불 수도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여론 중심 정치는 장관 인사청문회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표적인 인사가 ‘재벌개혁의 선구자’를 자청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비외무고시’ 출신인 강경화 외교부장관이다. 당시 문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국정 지지율과 당 지지율이 각각 80%와 50%대 이상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두 인사에 대해 임명을 강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높은 여론 지지율을 근거로 들었다. 당시 김상조 후보자는 65.6%, 강경화 후보자는 62%로 찬성의견이 높게 나왔다. 집권여당에서는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 발목잡기’로 규정해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을 정당화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탈원전, 증세, 사드 배치에도 심도 있는 정책검토보다 여론을 바탕으로 추진하면서 야당으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탈원전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지만 너무나 졸속으로 진행된다는 지적이 많다. 신고리 5,6호기는 현재 공사 중으로 공정율이 28.6%에 달한다. 공사가 중단되면 2조4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탈원전’ 시민 2만명에 물어 ‘추진 여부’ 결정

공사를 발주한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도 직격탄을 맞을 공산이 높다. 협력업체들의 도미노 파산도 예고된다. 신고리원전 건설이 중단되고 전면 탈핵으로 갈 경우 30만명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통계도 나왔다. 또한 독자적 원전 수출이 가능한 우리나라가 이를 포기할 경우 국익의 손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이후 대책이 막연하다.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20%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서면 부산 1.15배 크기의 태양광설비와 서울 여의도 약 20배 면적의 풍력발전기를 설치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은 독일의 메르켈 정권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독일은 부족한 전력을 이웃 국가에서 도입한다. 전기료가 10년간 무려 80%가량 올랐다. 달러로 전기를 사서 자국민에게 공급하고 있다. 일본, 대만, 영국은 탈핵정책을 폈다가 전력수급난과 친환경에너지의 미흡, 전기료 급등을 이유로 원전확대정책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집권한 지 3개월도 안 돼 탈원전 여부를 시민 2만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통해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 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을 감안하면 공사중단 여론이 60~70%로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탈원전을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증세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과 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높은 상황에서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의 증세를 추진하고 있다. 찬성 여론이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집권여당에서는 “서민 증세는 없다”,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85%가 초고소득자 및 초대기업 증세에 동의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초대형 부자들과 서민·중산층을 나뉘어 2대8 전략으로 여론전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수 정당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부자들에 대해서만 세금을 걷는 것은 계층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의심을 보내고 있다. ‘표적 증세’로 진보 진영 특유의 편 가르기, 갈라치기 속셈이 깔렸다는 시각이다. 또한 ‘포퓰리즘’으로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 것을 ‘땜질 증세’, ‘졸속 증세’로 막을 수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여론전에 기대어 오락가락한 대표적인 현안이 사드 배치 건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사드 배치는 충분한 공론화가 필요한데 박근혜 정부는 그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졸속으로 사드 배치를 처리했다”며 “차기 정부에서 충분한 공론화와 외교적 노력들을 통해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성공하자 사드 추가 배치를 지시하면서 ‘임시 배치’라고 전제를 깔았다. 하지만 집권 여당 내에서도 이를 사드 전면 배치를 위한 선제적 조처라는 해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드 전면 배치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일반환경평가와 국회비준동의 등의 형식적 절차만 밟으려 한다며 일부 지지층으로부터도 반발을 사고 있다.

결국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까지 나서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할 할 경우 국민 여론이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어 ‘임시 배치’라는 조건을 깔았다는 분석이다. 문 정부의 이런 조치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전히 지지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어 효과를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 8월 1~3일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성인 1004명, 응답률 20%,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 참조)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잘 하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자가 77%로 전주와 같이 집계됐다. 특히 사드 발사대 4기 임시 배치와 관련해선 국민의 72%가 '잘한 일'로 평가했다. 14%는 '잘못한 일', 나머지 14%는 의견을 유보했다.

“언제까지 직접민주주의에 기댈 것이냐”

이에 문 정부는 ‘사드 배치는 곧 국가안보의 문제이고, 사드 배치에 반대하면 중국이나 북한에 동조한다’는 프레임으로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가을에 열리는 ‘제19차 공산당 대회’까지는 시진핑 국가 주석의 면을 살려주기 위해서 ‘임시 배치’라는 이름을 붙여 시간을 벌고 문 대통령 휴가이후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전파하기위한 본격적인 여론전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 한 관계자는 “언제까지 정당정치의 근간인 의회민주주의를 무시하고 직접민주주의만 고집할 것이냐 이러다 보면 거꾸로 여론의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엄경영 데이터리서치 소장 역시 “지금은 지지율이 높아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탈원전,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대형 이슈가 많아지면 시간이 갈수록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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