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운전자 “‘돈’ 벌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30분 참고 돈 버는 게 낫지 쉬려고 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개정, 여건 개선 안 되면 정착 어려워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화물차·버스 등 상용차와 관련된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연이은 사고로 인해 도로 위 ‘불안’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정부당국은 사고 원인으로 꼽힌 ‘졸음운전’ 등의 방지 차원에서 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규제의 ‘실효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의무화된 ‘휴식시간’에 맞춰 수 만대의 화물차 단속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하며, 화물차·버스 등을 운행하는 운전자들 역시 관련 규제 이행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을 위한 규제라는 점은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다는 것. 일요서울은 사고 방지를 위해 마련된 법안의 문제점들을 알아봤다.
 
상용차 관련 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화물차 교통사고 건수는 2만9128건으로, 전체 발생건수의 12.5%에 달하며 사망자수는 996명, 부상자수는 4만4847명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화물차 사고 발생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 따르면 화물차 운송업계에는 하청구조가 존재한다. 일을 주는 기업과 화물 기사를 연결하는 중간 하청업체가 기사의 매출 일부를 수수료 형식으로 떼어가는 구조인 것이다. 여기에 유류비, 차량 구매비 분납금 등이 합쳐지면 화물기사 손에 쥐어지는 건 적게는 월 몇 십만 원선이다. 또 구직난으로 인해 화물차 업계 종사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며 경쟁이 심해지고 자연스레 단가는 낮아져 화물차 운전자들의 수입은 줄고 있는 것.
 
문제는 이 몇 십만 원이라도 수입을 얻으려면 휴식 시간 없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일을 더 빨리 많이 하려다 보니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풀이한다.
 
앞서 지난 1월 국토교통부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 시행한 바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업용 화물자동차 운전자는 천재지변, 교통사고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4시간 연속 운전한 뒤엔 30분 이상 휴식을 의무적으로 가져한다. 이는 작년 7월 발표한 ‘사업용 차량 교통안전 강화대책’의 후속조치로서 ‘졸음운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운전자의 피로를 줄이기 위함이다. 이를 위반한 운송사업자에 대해서는 사업 일부 정지(10일·20일·30일) 또는 60만~180만 원의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당시 업계에서는 개정된 법안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화물차 기사들이 겪고 있는 하청구조와 수수료 경감, 수익구조 개선 등의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았다. 운행기록장치 분석을 통한 휴식시간 단속도 화물차 기사들이 빡빡한 근무일정 상 운행기록장치 점검을 하지 못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이에 실효성 있는 정책인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남아 있었다. 운행기록장치는 운전자의 주행거리와 시간, 속도 등 운행기록을 저장하는 장치로 과속과 휴식시간 준수 여부 등은 확인할 수 있다.
 
당정은 버스와 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의 열약한 근로여건과 충분한 휴식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섰다. 운전자의 근로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운전자의 과도한 근로시간을 줄이고,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하기로 한 것이다.
 
방지 대책으로는 ▲운전자 근로여건 개선 ▲첨단안전장치 장착 확대 ▲안전한 운행환경 조성 ▲안전 중심의 제도기반 마련 등을 내놨다. 정부는 단순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을 정해놓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정확한 근로시간을 산정할 수 있는 체계와 근로감독을 병행하는 행정적 뒷받침을 약속했다.
 
또 휴식시간을 지키지 않는 업체에는 행정처분 기준을 강화하는 대신, 근로시간을 줄인 만큼 업체가 추가로 고용해야 하는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이어 고용창출지원금 지원 등을 통해 화물운전자들의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이번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정 추진 역시 화물차 운전자 휴식 보장을 통해 졸음운전을 막겠다는 정책의 실효성도 문제해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용달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관계자는 이번 당정의 근로기준법 개정 추진에 대해 “단순히 안전을 위해 쉬어야 한다는 부분으로 끝나지 않는 문제다”며 “운송업은 노동 수입이 강도에 비해 약하기 때문에 실효성에는 의문점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법적으로 당연히 정해져야 하지만, 강제적으로 글로 써봤자 실직적인 행동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이상 (법안 마련은) 유명무실이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화물차 운전사들이 졸리지만 참고 운전하는 데는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 시간 안에 가야 해 화물 운전자분들도 사고 걱정은 들어도 가야 한다. 누구라도 30분 참고 돈을 받으려고 하지 쉬려고 하지 않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용달차의 경우 교통연구원에서 제시했던 총 수입이 180만 원이고 기름값, 통행료 등을 제거하면 순수익이 98만 원이다”며 “4시간 일하고 30분 쉬라고 하면 무조건 가야 한다 쉬엄쉬엄 일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화물차 사고 증가 원인으로 운행이 많아진 탓이며, 운행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데는 낮은 운송 단가가 있다.
 
용달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관계자는 이번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기본적인 생활패턴’ ‘기본적인 수입’ 등 모든 것이 갖춰졌을 때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화물자동차는 지원이 하나도 없는데 강제적으로 법을 정한다고 지켜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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