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사건 일어났는데도 그냥 지켜보기만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푹푹 찌는 열대야로 밤잠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에어컨이 간절하지만 전기세 걱정에 전원 버튼 켜기가 망설여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카페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편의점 만큼이나 카페가 흔한 ‘커피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면 몇 시간이든 머물 수 있다. 자연스레 24시간 카페도 많이 생겼다. 고객들의 발길을 하나라도 더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24시간 카페를 찾다 보니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미성년자들이나 노숙인들이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찜질방 대신 카페를 찾으면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매장 직원들은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판매에만 신경을 썼지 매장 및 고객관리에는 소홀하기 때문이다.

찜질방·PC방 대신 24시간 카페 찾는 가출 청소년들
사건사고 시 대처 매뉴얼 없는 게 현실 “큰 사고 터질라”


7월 중순 지방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에서 폭력사건이 발생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각 카페에는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즐기던 손님들이 많았다. 하지만 갑자기 매장 안에 들어선 A양은 매장 중앙 쪽 테이블에서 친구와 함께 커피를 마시던 B양에게 폭력을 가했다.
 
카페서 발생한 폭력사건
매장 직원들은 무대응

 
A양의 갑작스런 폭력에 B양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맞고 말았다. 바로 옆에 친구가 있었지만 말릴 엄두도 내지 못했다. A양의 손과 발로 폭행을 당한 B양은 방어도 못한 채 그대로 의자에서 바닥으로 주저 않았다.

A양의 폭행은 주변인들의 눈초리가 자신을 향하자 잠시 멈췄다. 그러자 A양은 B양에게 “따라 나와”라고 소리치고는 밖으로 나갔다. 매장 안은 일순간 정적이 흘렀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 B양의 몸을 살피는 사람은 없었다. 매장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후 A양이 다시 들어왔고 바닥에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B양에게 따라 나오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B양은 A양의 폭행으로 이미 공황상태였던 탓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

결국 이 광경을 목격한 C씨 일행이 A양과 B양에게 다가갔고 상태를 확인하며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러자 A양은 조용히 사라졌다. 하지만 이 때까지도 매장 직원들은 아무도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고 그냥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소극적인 대처
사고 방조하는 것

 
C씨 일행이 경찰에 신고를 하고 십여분 정도가 흐르자 경찰 2명이 출동을 했다. 그들은 B양과 그의 친구를 상대로 상태를 파악한 뒤 자초지종을 물었고 간단히 진술조서를 작성하고는 신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부모가 있는 집을 찾아 나섰다.

알고 보니 A양과 B양은 선후배 사이로 A양이 후배였다. 폭행은 사소한 감정싸움에서 비롯됐다. B양이 SNS상에 올린 게시물 때문이었다. 문제는 B양은 만 17세, A양은 그보다 어린 미성년자였다. B양은 학교도 다니지 않았고 가출한 상태였다. 집 밖에서 만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생활을 하고 있었다.

처음 B양은 경찰의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걱정과 근심으로 입을 닫았다. 하지만 경찰이 설득을 하자 말문을 열었고 상황을 하나둘 설명하기 시작했다. B양과 그 친구는 경찰에게 조사를 받는 내내 “이거 우리가 피해를 받는 거 아니냐, 기록에 남는 거 아니냐”며 걱정스러워 했다. 그러다 경찰이 사건 접수와 신고를 위해 B양 부모를 만나야 한다고 하자 강한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의 설득에 B양은 경찰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가출청소년들에게 24시간 카페만큼 하룻밤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은 없다. 과거에는 PC방과 찜질방 등을 많이 찾았지만 비용이나 시설적인 면에서 카페가 훨씬 저렴하고 쾌적해 최근에는 가출청소년들뿐만 아니라 노숙자들까지 몰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몰리면서 매장에서 각종 사건과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매장에서는 이러한 사건과 사고를 대처하기 위한 매뉴얼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 소극적인 대처를 넘어 사고를 방조하고 있다.

앞서 폭력사건이 발생한 매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해당 매장은 국내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점으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매장이다. 하지만 매장 직원들의 사고 대처는 실망스런 수준이었다.

사건 당시 경찰에 신고를 했던 C씨 일행은 112 신고 직후 매장 직원들에게 이런 상황을 왜 보고만 있냐고 따졌다. 그러자 “피해자들이 괜찮다고 해서”라는 게 돌아온 대답이었다. 폭행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고객들이 위협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한 것이라고는 그냥 잠자코 지켜본 것이 전부다.
 
“관여하지 말라?”
프랜차이즈 업계 고충

 
매장 직원들의 무대응은 매뉴얼의 부재 때문이다. 국내에는 커피 프랜차이즈를 포함해 많은 종류의 프랜차이즈가 있지만 이런 사건 사고에 관련된 매뉴얼을 갖추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해외 커피 프랜차이즈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실제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해외 커피프랜차이즈 매장에서 근무를 했던 D씨는 “본사에서 영문으로 된 매뉴얼을 그대로 가져와 번역해 사용하고 있지만 사건사고 시 대처법에 대한 매뉴얼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점장의 지시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 그런 경우 관여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게 보통이다”라며 “본사에서 지침을 정해주는 것도 아닌데 점장의 지시를 어겨가며 경찰에 신고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2년 전 신규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런칭했던 E씨도 “매뉴얼 제작을 위해 국내 여러 브랜드의 매뉴얼을 참고한 적이 있었지만 그런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매뉴얼로 정해 놓은 곳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류 프랜차이즈의 경우) 그냥 취객은 잘 돌려보내라는 정도나 취객과는 논쟁하지 말라는 정도는 있다”고 전했다.

E씨는 “24시 영업은 사건사고 위험성이 많아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고민이 많다. 기본적으로 직원을 더 써야 하는 문제도 있고 그래서 심야에는 남자보다 여자를 더 선호하기도 한다”며 프랜차이즈업계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프랜차이즈업계의 고충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카페는 사건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만큼 잘 관리돼야 한다. 건전한 공간이 돼야 할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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