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운반책 ‘제격’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달 한국인 여성 4명과 일본인 여성 1명 등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금괴 30㎏을 밀반입 하려다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된 용의자들은 지난해 12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자신들이 입고 있는 옷 아래에 금괴를 숨겨 항공기에 탑승, 아이치(愛知)현 도코나메(常滑)시 주부(中部)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입국하려다 공항 세관검사에서 적발됐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 등이 보도했다. 최근 들어 이 같은 금괴 밀수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밀수업자들은 대부분 홍콩에서 금괴를 구입해 한국을 경유하고 일본으로 밀수하는 경로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주부, 대학생 등은 한 번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걸려 운반책으로 금괴 밀수 사건에 연루되면서 국제 범죄자가 될 위험에 직면했다.

밀수 조직원, 홍콩→한국→일본 경로 이용···한국 공항 출국장서 금괴 전달
고액 혹해 아르바이트 가담했다가 법적 책임 혼자 다 물수도


일본 경찰에 체포된 용의자들은 옷 밑에 금괴를 숨겨 일본으로 밀수하려던 중 덜미를 잡혔다. 이들이 소지하고 있던 금괴는 총 30kg으로 금액으로는 약 1억3000만 엔(약 13억 원)에 상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해당 금괴 반입 시 부과되는 소비세 약 1000만 엔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 밀수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금괴 밀수를 지시한 또 다른 여성이 한국에 있는 것으로 판단해 국제 지명수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밀수를 현장에서 지휘한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A씨는 “작년 여름부터 한국 조직의 지시를 받아 30여 차례 이상 금괴를 밀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언론들은 이 같은 밀수 범죄의 원인으로 지난 2014년 4월 일본 아베 정부가 소비세를 5%에서 8%로 인상하면서 밀수한 금괴를 되팔 경우에 내지 않은 소비세만큼의 이윤을 더 남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본은 여행객 1인당 금괴 3~4kg까지 반입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밀수에 동원되는 금괴의 공급지는 대부분 홍콩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의 국가에서는 금을 구입할 경우 당국에서 부과한 세금이 현지 금 가격에 이미 포함돼 있기 때문에 금 구입에 드는 비용이 높다. 하지만 홍콩에서는 투자유치를 위해 세율을 낮게 설정하거나 면제하는 조세 제도를 둬 금의 현지 가격이 다른 국가보다 낮다. 밀수업자들은 1kg의 골드바(국제시세 5000만 원 상당) 1개당 400만 원 이상의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밀수업자의 지시를 받은 밀수 조직원들은 홍콩에서 일본으로 가는 항공권을 구입해서 탑승하는데 한국을 중간 경유지로 하는 홍콩→일본 항공권을 구입하는 것이다. 즉 항공 티켓상에는 홍콩→일본이지만 실제 비행 경로는 홍콩→한국→일본순이다.

이들이 환승을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환승통로를 거쳐 출국장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운반책(아르바이트생)에게 금괴를 전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는 환승통로와 출국장은 관세법상 면세‧보세구역(관세를 적용하지 않는 지역)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해당 물품에 대해 관세를 부가하거나 압수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밀수업자 믿다가
큰코 다친다

 
금괴 밀수에 가담하려 했던 대학생 B씨는 “인터넷 등으로 고액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던 중 금괴 밀수 아르바이트에 대해 알게 됐다. 이후 알음알음 밀수업자와 연락이 닿았다”며 “(밀수업자는 일본 방문 시) 여행객으로서 허용되는 수준의 금괴를 운반만 해주면 100만 원의 수고비를 준다는 내용을 들었다. 안 그래도 일본 여행과 고액의 돈을 원했던 터라 그 순간 혹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밀수업자는 공항에 있는 사람에게 금괴를 전달받아 일본으로 이동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적발이 되더라도 초범이고 법망에 허용되는 무게이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은 가산세 정도만 지불하면 풀려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라며 “그러나 금괴 밀수를 하다가 적발됐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들려와 무서워 시도를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밀수 조직원들이 직접적으로 금괴를 나르지 않는 이유는 많은 출입국기록으로 인해 각국 세관에서 감시 대상자가 돼 있기 때문이다. 각국 세관은 사전 승객 정보 분석 시스템 등의 수단을 이용해 탑승객들의 신원을 도착 전에 미리 파악, 법률을 위반할 것으로 의심되는 대상자를 검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밀수 조직원들은 적발이 됐을 경우 정상참작될 여지가 낮다. 반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반인 운반책은 밀수조직원들과는 달리 해외 출입국 빈도가 잦지 않아 입국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금괴 짐꾼’ 노릇을 하다가 적발될 경우 법적 책임은 모두 본인이 지게 되는 만큼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밀수 ‘역이용’
금괴 가로채

 
지난 5월에는 홍콩서 매입한 금괴를 인천공항→일본으로 운반해 줄 운반책 모집 부탁을 받고 금괴를 가로채는 사건도 발생했다. 일당 16명은 범행을 사전 공모한 뒤 시가 13억 원 상당의 금괴를 가로챈 혐의로 검거됐다.

인천국제공항경찰대는 지난 5월 17일 홍콩에서 인천공항을 거쳐 일본 후쿠오카로 운반 중이던 금괴를 가로채기로 범행을 공모해 금괴를 빼돌린 C씨 등 9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또 경찰은 공범 D씨 등 7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금괴 중계 무역업자로부터 부탁을 받고 홍콩에서 매입한 1kg 금괴 29개를 인천공항에서 환승해 일본 후쿠오카 공항까지 운반하기로 했다. 이들은 금괴 운반 과정에서 금괴를 가로채 수익금을 배분하기로 사전 공모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판매대금으로 각자 역할에 따라 한 명당 500만~2억 원씩 나눠 가졌으며 해당 돈으로 외제 차량을 사거나 도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본부세관 관계자는 “밀수 수법이 날로 조직화, 국제화되는 기업형 금괴 조직밀수에 대응하기 위해 ‘금괴 조직밀수 특별수사반’을 수시로 편성‧운영하면서, 일본, 홍콩 등 해외 관세당국과의 국제 공조를 통해 국제적인 환승 금괴 밀수조직을 끝까지 추적‧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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