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제도가 시행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사실상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전자발찌를 착용하고도 범죄를 저지르는가 하면, 이를 악용한 범죄까지 발생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검토가 시급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성범죄를 저질러 전자발찌를 착용하며 생활하던 중 또다시 여성을 성폭행한 40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5부(김정민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절도강간) 등으로 기소된 신모(48)씨에게 징역 11년을 선고하고 신상정보 및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0년을 명령했다.
 
신 씨는 지난 1월 27일 오후 11시 23분께 경기 수원시의 한 고시텔에 침입해 가방 등을 훔치고 침대에 누워 있던 A(19·여)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신씨는 2006년 특수강간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는 등 두 차례의 성범죄 전력으로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있었지만, 범행 당시 보호관찰소 직원에게 “술을 마시고 있다”고 거짓말을 해 범행을 숨겼다.
 
지난 5월에는 스마트폰 앱에서 알게 된 여성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 성폭행을 한 A(34)씨가 구속됐다. A씨는 지난 19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알게 된 여성 B씨를 강서구 자신의 집으로 유인했다.
 
A씨는 B씨에게 성관계를 요구했고 B씨가 이를 거부하자 흉기로 위협했다. B씨가 계속 거부하자 A씨는 주먹으로 구타하고 흉기로 찌르는 등 폭력을 행사했으며 결국 성폭행까지 했다.
 
A씨는 B씨의 비명을 들은 이웃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다. 알고 보니 A씨는 이미 성범죄 전력이 있어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였다. 전자발찌는 그가 성범죄를 저지르는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셈이다.
 
특히 전자발찌가 범죄자들의 위치를 추적하는 게 주 목적임을 감안하면, 피해자를 자신이 있는 곳으로 불러들일 경우 무용지물이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A씨 역시 자신이 이동하지 않고 여성을 유인해 감시의 눈을 피했다.
 
전자발찌를 끊는 일도 다반사다. 지난 1월 C(48)씨는 청주시 서원구 자신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전자발찌 수신기를 버리고 달아났다가 훼손 신호를 확인하고 출동한 경찰과 청주보호관찰소 직원들에 의해 3시간여 만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C씨는 출소 이후 가출 청소년과 성매매를 했고 또 다른 여성을 성폭행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구속기소돼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전자발찌를 하고도 범죄를 저지르거나, 손쉽게 끊어버리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전자발찌가 범죄를 억제시키는데 영향력을 주지 못함은 물론, 이를 악용한 범죄까지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전자발찌를 보여주면서 이를 협박의 수단으로 사용한 사례도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시민(30)은 “위치를 추적해 감시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며 “추적 범위 안에서 다양한 형태로 범죄가 가능하기 때문에 인근 주민으로서는 불안한 삶을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자발찌는 성범죄, 살인, 강도, 유괴와 같은 흉악한 강력 범죄자들 중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부착한다. 최대 30년까지 부착을 할 수 있으며 평균 부착기간은 10년이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흉악범 가운데 동종범죄를 다시 저지른 경우는 증가 추세다. 2011년 17건, 2013년 33건, 2015년 62건 등이다.
 
전자발찌를 끊어버리고 도주하는 사건도 적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시행 첫해인 2008년에 전자발찌 훼손율이 0.49%, 2010년에 1.4%로 증가했다가 2015년 0.29%로 감소했다.
 
이 때문에 ‘제2의 조두순’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자발찌를 착용한 범죄자들이 ‘자포자기’식의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는 사회생활이나 취업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렵고 절망에 빠질 수 있어 추가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미 제도를 시행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실효성이 없다면 개선이 아니라 아예 없애는 것도 검토해봐야 한다”며 “‘제2의 조두순’이 나타날까 시민들의 불안이 커질 뿐 아니라 실제 범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확실한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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