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전통 의식의 한 축을 담당했던 표현의 대상은 시대마다 다채롭다. 그러한 대상은 역사적인 한 시점을 해석하는 기준과 잣대를 제공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전통 의식을 해석하는 일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을 이해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한 표현의 대상 중 하나였던 불화에는 조성 당시 선조들의 삶과 현실, 이상이 서려 있다. 불화를 보면서 고유문화의 원형을 머릿속에서 그려볼 수도 있고 계승되어 오는 전통 의식과 역사의 흐름을 파악할 수도 있다.

저자 자현스님의 불화의 비밀은 불교문화 교양서를 출간하며 주목받아온 ‘불교문화의 비밀’, 그 세 번째 책이다. 불교학, 동양철학, 역사, 미술을 전공한 저자의 시각으로 본 한국 불화를 단독으로 다룬 단행본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책에서는 불화의 기원부터 한국 불화의 역사를 망라한다. 영산회상도나 아미타불회도, 삼계 불도 신중도 같은 사찰에서 만날 수 있는 불화에 담긴 전통의식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준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불화에 담긴 전체적인 장면을 부분별로 세심하게 분석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불화 관련 도서들은 한국 불교회화를 역사와 양식이라는 큰 시각에서 바라보며 서술하거나, 감상의 차원에 머무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불교의 교리나 경전을 통해 특정 표현의 근거를 찾는 한편, 이에만 머무르지 않고 각 표현의 연원과 의미를 인도에서부터 중국, 우리나라에 이르기까지 통사적 시각으로 분석해 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나타나는 한국 불교회화사는 고대 인도인들의 사고방식, 인도와 중국의 신화와 엮이기도 하고, 도교ㆍ유교의 사상 등과 연결되기도 한다. 책을 접한 독자들은 한국 불화사와 표현 양식의 면면을 깊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 불화를 둘러싼 1600여 년의 비밀을 전격 해부하면서 저자는 “우리 선조들은 고유의 독특한 양식과 심미적 시각을 담아 다양한 회화 작품을 창작해 왔다. 그중 우리나라 정신사의 중요한 축이 되어 온 불교와 관련된 채색, 그리고 회화 작품을 아우르는 ‘불화’는 오랜 역사를 축적하며 다양한 양식과 형태로 조성되어 왔다. 한국 불화 초기의 양식이라 할 수 있는 벽화, 경전에 삽입된 변상도, 사찰 곳곳에 걸린 존상화, 그리고 야단법석의 상징 괘불도까지 불화의 양식적ㆍ미적 스펙트럼은 매우 다채롭다"고 전했다. 또 “불화를 마주하며 이런 생각을 한다. 단순히 사찰에 걸린 옛 그림이라든가, 전문가가 아닌 이상 화폭에 담긴 의미를 알 수 없는 국가문화재라고 말이다. 혹자는 불화의 강렬한 색채와 험상궂은 신중의 모습, 거대한 불보살의 위용에 압도되어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모두 편견에 불과하다.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현존하는 불화는 조성될 당시의 사회상과 선조들의 삶 그리고 의식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 대표적인 불화로 손꼽히는 대형 불화 ‘괘불도’의 조성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여파로 인한 민중들의 고통과 관련이 깊다. 이는 불화가 그 어느 곳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우리 역사의 이면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한편 이러한 특징의 연장선상에서 위의 대표 불화 중 10점을 선정해 인물의 윤곽을 따라 일러스트를 작성했다. 이 일러스트에는 각 등장인물을 확인할 수 있도록 번호를 붙여 저자의 설명과 함께 불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누구인지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는 기존의 목차 외의 별지에 세 가지 코너를 심어 넣은 점이다.
특히 이들 코너는 불화를 좀 더 다채롭게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의 문을 열어 준다.

먼저 ‘또 하나의 불화’는 불화 전체 도상에서 쉽게 외면되었던 특정 표현에 대한 설명, 또는 불화에 등장하는 인물 표현의 또 다른 양상,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표현의 연원 혹은 상징적 의미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둘째, ‘이야기 속의 이야기’에서는 불화 표면에 드러난 표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특정 불화와 관련된 사건이나 일화, 설화 등을 소개하여 불화 한 폭에 담긴 다층의 세계를 목도할 수 있다. 셋째, ‘이형의 불화’에서는 일정한 도상을 벗어난 특이한 형태의 불화에 대해 소개한다. 불화에 담긴 모든 것은 어떤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등장인물의 생김새, 위치, 들고 있는 지물 하나하나가 모두 상징적 표현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정한 형식을 벗어난다는 것은 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다. 저자는 ‘이형의 불화’를 통해 학계에서 아직까지도 논쟁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소개하고, 미스터리로 남겨진 이형 양상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시도한다.

저자 자현스님은 현재 중앙승가대학교 불교학부 문화재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대한불교조계종 월정사 교무국장, 조계종 교육 아사리, 불교신문 논설위원, 한국불교학회 법인이사, 강원도 문화재전문위원, 울산 영평선원 원장 등을 맡고 있다. ‘불교미술사상사론’(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사찰의 상징세계’(문광부 우수교양도서), ‘붓다순례’(세종도서 교양 부문), ‘스님의 비밀’(세종도서 교양 부문) 등 30여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김정아 기자  jakk364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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