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전역 보류하고 형사 처벌해야”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공관병과 조리병 등에게 사적 업무를 지시하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육군 제2작전사령관 박찬주 대장이 지난 1일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당시 박 사령관은 “지난 40년간 몸담아 왔던 군에 누를 끼치고 군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자책감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오늘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사과했지만 추가 사례가 드러나면서 사태가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박 사령관 관련 조치 일환으로 같은 날 한남동 장관공관에서 근무하는 공관병들을 민간 인력으로 대체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권교체 시기 기강이 해이해진 군을 대상으로 개혁과 함께 군기 잡기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한민구 국방장관이 직접 구두 경고
‘아내 갑질’도 ‘직권남용 공모 공동정범’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부 사령관에 대한 공관병 갑질 의혹은 지난달 31일 군인권센터가 처음 제기했다. 당시 센터 측은 “박 사령관의 가족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공관병, 조리병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인권을 침해하고 갑질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그러자 박 사령관은 즉각 사과와 함께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징계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과 함께 직무정지 후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정치권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그동안 박 사령관과 부인이 공관병들에게 했던 갑질 행위가 계속해서 폭로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모욕·폭언은 기본
전 던지고 발코니에 가둬

 
군인권센터는 2일 “박 사령관의 공관에서 근무하던 근무병 다수로부터 피해 사실에 대한 추가 제보가 속출하고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별채에 거주하는 조리병은 오전 6시부터 퇴근까지 본채 주방에서 대기해야 했으며, 손님이 올 경우 자정까지 일하기도 했다.

또 공관 1층과 2층에 호출벨을 두고 전자팔찌를 찬 공관병에게 신호를 보내 물 떠오기 등의 잡일을 시켰으며, 박 사령관이 공관 마당에 있는 개인 미니 골프장에서 골프를 칠 때 공관병과 조리병은 골프공을 주워야 했다.

특히 박 사령관의 부인은 2층에서 호출해 공관병이 늦게 올라올 경우 ‘영창에 보내겠다’고 폭언하거나, 뛰어올라오지 않았다며 호출벨을 던져 공관병이 맞은 일도 있었다.

아들에게 간식으로 전을 챙겨주라는 사령관 부인의 지시를 깜빡한 공관병의 얼굴에 전을 집어 던지고, 발코니 식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며 한 시간가량 공관병을 발코니에 둔 채 문을 잠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아울러 부인이 일요일에 공관병, 조리병 등을 무조건 교회에 데려가 예배에 참석시키고, 음식 조리 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너희 엄마가 너 휴가 나오면 이렇게 해 주냐’ 등 부모에 대한 모욕도 일삼았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박 사령관의 처가 저지른 만행은 제보가 더해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며 “종교의 자유 침해 등 심각한 인권침해에 해당하거나 부모 모욕 등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내용도 다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령관은 처와 함께 생활하며 이를 모두 목격, 인지했음에도 사실상 암묵적 동의와 묵인했기에 형법 제123조가 벌하는 직권남용의 공모공동정범이 됐다”면서 “박 사령관이 전역지원서를 내는 행태는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군인권센터는 “박 사령관 부부에 대한 고발장을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국방부는 박찬주 대장에 대한 전역을 보류하고 형사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육군참모차장 시절
자살 시도한 공관병도

 
박찬주 사령관과 부인의 갑질 의혹은 3일에도 이어졌다. 추가로 밝혀진 내용 중에는 박 사령관이 육군참모차장으로 재직했을 때 이뤄진 갑질 행위에 대한 제보도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3일 박 사령관이 육군참모차장으로 재임 중이던 2015년 한 공관병이 박 사령관 부인이 찾아오라고 지시한 물건을 찾지 못하자 부인에게 당하게 될 질책이 두려워 자살을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부관에 의해 해당 공관병의 목숨은 건졌으나 사령관 부부는 반성은커녕 그를 다른 부대로 전출시키고 ‘갑질’ 행위를 이어갔다고 한다.

또 같은 해 한 공관병이 부인의 갑질 행위와 질책에 공관 밖으로 뛰쳐나가자 박 사령관은 전속부관과 공관병을 모두 모아 “내 부인은 여단장(준장)급인데 네가 예의를 갖춰야지 이게 뭐하는 짓이냐”라고 호통을 쳤으며 해당 공관병을 최전방 GOP 부대로 파견시킨 뒤 다른 부대로 전출시켰다는 증언도 나왔다.

부인은 박 사령관이 마셔야 한다며 공관병들을 오후 11시에 불러내 인삼을 달이라고 지시했고 부인이 키우는 식물의 잎이 떨어지거나 시들면 공관병을 호출해 “너는 물 먹지 마라. 네가 물을 안 줘서 죽인 것 아니냐”라며 폭언을 하기도 했다.

군인권센터는 전자팔찌를 사용해 공관병들을 불렀다는 의혹에 대해 “새로운 제보자들도 전자팔찌를 상시 사용했음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식사할 때도 수시로 호출벨을 눌러 불러냈고 하루도 빠짐없이 음식 맛이나 상차림 모양새, 과일 깎은 모양에 대해 타박했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박 사령관 부부의 갑질로 공관병이 자살까지 시도한 점은 인격 모독으로 인해 병사들이 겪었던 모멸감과 수치심이 견딜 수 없는 수준이었단 점을 방증한다”며 “근무 중 근무지를 뛰쳐나갈 만큼 괴롭혀놓고 도리어 최전방 GOP에 징벌차 파견 보낸 것은 인사권을 남용해 가혹행위를 일삼은 불법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자신의 부인을 여단장급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발언도 사령관 스스로 부인의 가혹한 갑질을 방조했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끊임없는 의혹 제기에 국방부는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박찬주 육군대장 부인에 대해 지난 3일 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4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의혹이) 상당부분 사실로 밝혀졌다”며 “군 검찰 수사로 전환하고 박 사령관을 형사 입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앙일보는 지난 4일 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지난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직접 박 사령관에게 부인의 갑질 의혹에 대해 ‘주의하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 속 군 소식통은 “규정상 민간인 신분인 부인의 행동에 대해 박 대장을 징계할 수 없기 때문에 구두로 경고하는 선에서 그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상조사·수사 착수해야”
“군 명예 회복, 타산지석 경종”

 
정치권에서는 모처럼 한목소리로 박찬주 사령관 갑질 의혹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공관병 논란과 관련해 군인권센터에서 발표한 부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국방부는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도 같은 날 “국방부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감사가 아닌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지명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그것만이 실추된 군의 명예를 그나마 회복하고 또 타산지석의 경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