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에 우는 직업상담원들 “똑같이 일해도 임금 적고 처우 다르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실직자와 취업준비생들의 취업을 돕던 고용노동부 고용센터 직업상담원들이 거리로 나왔다. 열악한 처우를 알리고 개선책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용센터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공무원 신분인 줄 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공무원과 일반인이 섞여 있다. 직업상담원들은 대부분 일반인으로 무기계약직이다. 더욱더 안타까운 사실은 이들 직업상담원들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상담원들의 월급이 1호봉 기준 150여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4대보험을 제하면 실수령액이 120만 원대다. 여기에 식비, 교통비, 통신비 등을 또 빼면 100만 원 이하로 뚝 떨어진다.
 
일반상담원과 전임상담원 간 임금격차 약 19%
고용노동부, 추경 예산안 삭감 이유로 노조 요구 거부 

 
고용노동부 고용센터 내 취업성공패키지 상담을 담당하는 직업상담원는 전국에 약 200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 중 1400여명이 일반상담원이고 나머지는 전임, 책임, 선임, 수석 등 5개 등급으로 나뉘어 일한다.

열악한 처우에 처한 일반상담원들은 경력 3년 이상이 되면 전임상담원으로 승진할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공공연대노동조합 고용노동부지부 측에 따르면 승진한 상담원은 손에 꼽을 정도다. 게다가 일반상담원과 전임상담원 간에는 약 19% 정도의 임금격차도 있다.

재계약에 대한 걱정은 없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급여와 다른 상담원들과의 처우 차별 그리고 과중한 업무 등은 미취업자들을 상담하는 이들에게 자괴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일반상담원·전임상담원 통합, 식대·교통비·명절상여금 지급, 1인당 상담 인원 120명 준수가 요구사항이다.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은 2009년 처음 시작됐다. 당시 104억 원 규모의 예산으로 시작해 지난해에는 30배 이상인 3494억 원이 투입됐다. 참여 인원도 2016년 기준 36만 명이다. 그런 만큼 고용노동부 측도 상담원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해결이 요원한 상태다.
 
기관 평가 때문에
실적 압박 받기도

 
고용센터 내 직업상담원들은 지난해 기준 한 사람당 1년에 약 160여명을 상담한다. 미취업 상태에서부터 취업하기까지 진로상담, 직업훈련, 취업알선 등 거의 전 부분을 챙기는 역할을 한다. 1대 1 관리가 기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담원들 중에는 1년에 200명이 넘는 사람을 상담하는 경우도 있다. 제대로 된 상담이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다.

각 지역의 고용센터에는 넘치는 상담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상담을 위탁하기도 한다. 위탁상담의 경우 연간 120명이라는 제한기준이 있지만 일반상담원들은 제한기준도 없다.

일반상담원들은 오히려 성과를 내야 한다며 더 많은 사람을 상담할 것을 요구받는 게 현실이다. 상담을 더 많이 한다고 해서 일반상담원들이 위탁상담원들보다 성과금을 더 많이 받는 것도 아니다. 상담원들은 이러한 상황을 보험사에 빗대기도 한다. 보험설계사가 실적이 쫓기는 것과 비교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얘기다.

공공연대노동조합 고용노동부지부 서영진 지부장에 따르면 일부 지역 고용센터의 경우 지청장 주도하에 상담실적 그래프를 그려놓고 실적을 압박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심지어 실적이 적을 경우 상담원들에게 사유서를 작성하라고 명령하기도 한단다.

고용센터 지청장들이 상담실적을 압박하는 이유는 기관평가 때문이라는 게 서 지부장 증언이다. 기관평가가 잘 나와야 성과급이 나오는데 성과급에서도 직원들 간에는 차이가 있다.
   7월 17일부터
총파업 나서


직업상담원들과 고용노동부는 급여와 처우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많은 대화를 가졌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2017년 임금합의서도 만들어 양측이 서명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측이 2017년 추경 예산안을 삭감 당하자 합의서 내용을 이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3월부터 수차례 교섭을 가졌지만 고용노동부 측은 예산 삭감을 이유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서영진 지부장은 “(5개 등급 상담원들 사이) 직급 간 급여 차이를 줄여 주기로 고용노동부 측이 먼저 제안을 했다”며 “또 식비, 교통비 등을 못 받는 만큼 명절상여금(만이라도) 받는 것으로 올리겠다며 기본급의 36%를 고용노동부 측이 제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약속은 예산 삭감과 함께 없던 일이 돼 버렸다.

결국 조합원들은 지난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조합원쟁의행위찬부투표를 진행했고 98.4%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후 같은달 20일 파업출정식을 개최한 뒤 7월 14일까지 전국 순회파업을 17일부터는 전국동시파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일반상담원들의 파업으로 전국 고용센터 내 취업성공패키지 상담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기존 상담도 마찬가지다. 실제 지난 2일 평택의 한 고용센터 내 취업성공패키지 상담부스는 모두 비어 있었다. 대신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선전물들이 모니터와 의자 등 곳곳에 부착돼 있었다.
 
고용노동부
제 집 식구부터 챙겨라

 
파업에 나선 일반상담원들은 총파업 20여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고용노동부에 답답해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46억 원의 추경 예산을 기획재정부가 삭감한 것을 이유로 조합원 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서영진 지부장은 “우리나라 비정규직 저임금 구조를 고용노동부가 앞장서서 만들고 있다”며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고용과 노동을 책임지는 책임부처의 태도가 너무 안이하기 때문이다.

직업상담원들이 있어야 할 곳은 거리가 아니라 고용센터다. 지나가는 시민들과 정부가 아닌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미취업자들과 이야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그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그들을 다시 고용센터로 부를 수 있는 것도 고용노동부인 만큼 적극적인 자세로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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