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기 힘들어서 그랬다는데 …”“울어대는 갓난아기는 먹여 살려야겠고, 분유 살 돈은 없어서 훔쳤다고 하는데 저희로서도 마음이 아프죠.” 최근 계속되고 있는 경기침체로 도내 대형 유통매장에 생활고를 빙자한 30~40대 여성 고객의 절도가 난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도내 유통업계에 따르면 어린이와 학생들의 절도로 인한 게임기기·문구류의 로스(loss:분실·손해)가 많았던 예년에 비해 최근에는 젊은 주부들의 생필품 절도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 달 28일 오후 10시께 강모(여·31·무직)씨가 창원 팔룡동의 한 대형할인점에서 핸드크림 등 시가 6만4,390원 상당의 14가지 물품을 가방에 훔쳐 매장을 나서다 직원에게 적발됐다.

또 같은 날 한 백화점 의류기획전 매장에서 김모(여·27)씨가 2만9,000원짜리 티셔츠를 계산하지 않고 입은 채로 나가다 보안요원에게 걸렸는가 하면 30대 주부 장모(여·35)씨는 대형 할인점에서 분유 2통과 양말을 유모차 밑 선반에 숨겨 나오다 적발됐다. 생필품의 경우 대부분 센서테그가 붙어있지 않은 데다, 부피도 작아 특히 이용객이 많은 주말 매장직원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가방에 넣거나 유모차 밑 선반에 감추고 나가는 등의 형태로 절도가 이뤄진다고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부피가 작은 생필품에도 센서테그가 부착되면서 이를 떼어낼 수 있는 도구를 먼저 매장에서 챙긴 다음, 훔칠 물건의 센서테그를 떼어내 나가는 등 생필품 절도의 유형이 갈수록 대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절도 고객’을 적발하더라도 금액이 적거나 상습범이 아닌 경우,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그랬습니다”는 변명에 경찰에 넘기기보다는 훈방조치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창원의 한 할인점 관계자는 “유통매장에서는 물건을 훔쳐 나오는 것을 절도로 간주하기 보다는 ‘로스’로 처리한다”며 “최근 들어 어린이옷이나 과자류를 비롯해 커피, 심지어는 양파까지 가져 나오다 적발되는 등 생필품을 훔치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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