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의 영향 아래 동양의 정서와 서양식 의복을 입은 나라가 있다. 바로 형제의 나라 터키다.
 
아시아대륙의 동쪽 끝에 있는 우리나라와 서쪽 끝에 있는 터키는 서로 먼 거리에 있음에도 상당히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터키는 알타이어족에 속하여 우리와 유사한 언어를 가지고 있어 사고방식이 일면 상통하는 부분이 많고 감정 표현 방법 또한 비슷하다.
 
우리 집에 온 손님은 신이 보낸 손님이라 여기며 극진히 대접을 하고 어른을 공경하며 정이 넘치는 등 정서적으로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또 매운맛을 좋아하여 케밥에 고춧가루를 뿌려 먹기도 하고 마늘을 불에 구워먹고 매운 맛 때문에 우리의 김치를 좋아한다.
 
이렇게 전통문화와 음식문화에 있어서 우리와 비슷한 면이 많은 터키는 우리와 다른 커피문화를 가지고 있다.
 
터키식 커피는 사실 가장 오래된 커피추출법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이슬람의 영향으로 술을 마실 수 없는 터키 사람들은 담배와 차, 커피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터키식 커피는 한잔을 만드는데 꽤 섬세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많은 정성이 들어가기 때문에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에게 대접한다. 그래서 터키 사람들은 한 잔의 커피에 많은 의미를 담기도 하는데 ‘한 잔의 커피를 함께 마시면 40년을 기억 한다’ 는 터키 속담이 있을 정도다.
 
터키어로 카흐베(Kahve)라고 불리는 터키식 커피를 만들려면 우선 긴 손잡이가 달린 작은 주전자 형태의 ‘이브릭’ 혹은 ‘체즈베’라고 하는 도구와 밀가루처럼 곱게 간 원두가루, 물 그리고 취향에 따라 설탕을 준비한다.
 
커피 잔에 물을 계량하여 그만큼의 물을 이브릭에 넣고 곱게 간 커피가루와 설탕을 넣는다. 그리고 불에 올려 잘 저어가며 끓여주면 된다. 불을 조절해가며 두세 번 정도 끓어오르기를 반복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잘못하면 커피 맛이 써 지기도 하고 끓어 넘치기도 한다.
 
이렇게 끓인 커피는 가루와 설탕으로 걸쭉해지는데 물에 녹지 않는 커피찌꺼기가 가라앉으면 위에 있는 커피만 잔에 따라 마시는 것이 터키식 커피이다. 터키의 카페에서는 커피를 주문하면 항상 물과 디저트(터키쉬 딜라이트)를 함께 준다.
 
물은 커피를 마실 때 우선 입안을 행구고 커피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끔 하는 용도다. 또 진하고 걸쭉한 커피와 달콤한 터키식 디저트는 궁합이 잘 맞는다. 이렇듯 터키에서 우리와는 다른 터키식 커피를 즐기면서 터키의 문화에 젖어들 때쯤 또 다른 이색경험을 하게 되는데 바로 커피로 보는 점이다.
 
커피를 마시고 잔을 엎어놓으면 주인이 와서 커피 찌꺼기가 잔 받침에 흐른 모양을 보며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건강과 조심해야할 일, 심지어 결혼시기까지 얘기를 해준다.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충분히 색다른 경험과 재미가 될 수 있다.
 
커피로 점을 본다는 것은 참 이색적이지만 우리나라도 카페에서 점을 보는 사주카페를 흔하게 찾아보듯이 비슷한 감성으로 느껴진다.
 
요즘은 터키 여행이 늘어나고 케밥 등 음식들이 사랑을 받으면서 더불어 터키식 커피에 대한 취향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도 집에서 이브릭으로 원두가루를 끓여 만든 커피를 즐기는 것이다.
 
가장 오래된 커피추출법과 독특하고 정감있는 전통문화를 간직한 터키식 커피는 우리의 김장 문화와 함께 2013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재로 등록이 되었다.

이성무 동국대 전산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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