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파면당한 이후 불똥은 이제 국회의원에게 튀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171명의 국회의원이 대통령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본회의에서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10일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대통령도 탄핵의 대상이지만 무풍지대가 있다. 바로 국회의원이다. 현행 헌법과 법률에는 국회의원 탄핵이나 소환에 대한 내용은 없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개헌을 통해, 국회는 입법을 통해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직접민주주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한국 현실에서 도입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 與 박주민 의원 18명 금배지 파면 소환제 발의
-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법안 부결 시 개헌으로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5년 동안 헌법 개정과 선거법 개정 등을 통해 국민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내용의 정치개혁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7월19일 발표한 국정과제를 보면, 국민투표 대상 안건을 확대하고 국민들이 직접 법안을 발의하는 국민발안제와 국회의원을 임기 중에도 파면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를 추진해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강화할 계획을 발표했다.

문 정부는 개헌에 포함시켜 국민소환제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개헌은 국회의원 2/3의 찬성으로 이뤄지고 국민투표도 거쳐야 한다. 문 대통령과 국회개헌특위는 연말까지 개헌안을 만들고 내년초 본회의를 통과시킨후 6월13일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붙이겠다는 게 기본 구상이다.

개헌을 통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추진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입법을 통해 지역구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비례대표 국회의원까지 해임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미 작년 탄핵 정국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를 발의한 바 있다. 또한 바른정당 역시 1호법안으로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역시 후보시절 국민소환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야4당·政·靑, 모두 ‘도입하자’ 통과는 ‘미지수’

외형상 여당뿐만 아니라 야3당 모두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모습이다. 법안만 국회 본회의에 회부되면 만장일치는 아니어도 압도적 통과가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로 해당 상임위에 심사 중인 법안은 지난 2월 달에 민주당 박주민 의원 외 18명이 발의한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만이 남아있다. 이 법안은 해당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원회에 상정돼 6개월째 소위에서 심사 중이다.

법안 주요 골자는 지역구든 비례대표 출신이든 모든 국회의원 대상으로 임기만료 전 국민소환으로 해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소환 대상자는 헌법에 따른 의무를 위반하거나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 소환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임기 6개월이 경과하지 않거나 남은 임기가 6개월 미만인 경우 등에는 소환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국민소환투표권자는 국회의원 선거권이 있는 사람으로서 연령은 국민소환투표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도록 했다. 국민소환투표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하거나 다른 지역 국회의원 및 비례대표 의원에 대한 투표도 할 수 있게 했다.

우선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국회의원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구에서 직전 국회의원 선거의 전국 평균 투표율의 15% 이상의 서명을 모으면 국민소환 투표 실시를 청구할 수 있다.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의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들의 국민소환 서명과 투표에 참여할 경우 좀 복잡하다.

일단 국민소환투표 청구권자 총수를 지역구 국회의원 정수로 나눈 수에서, 직전 국회의원 선거의 전국평균 투표율의 15%이상에 해당하는 숫자의 서명을 모아야 한다. 다만 이럴 경우 타지역 즉 특별시·광역시·시도 또는 특별자치도에서 받은 유권자의 서명의 수가 소환에 필요한 서명 총수의 3분의1 이상을 넘지 않도록 했다. 이렇게 청구된 국민소환투표 서명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거쳐 공고된다.

이 법안을 발의한 박주민 의원은 “전화, 문자를 넘어 이제는 국회의원을 중간에 파면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국민의 뜻을 반영하지 못하는 국회의원이 있을 경우 현재 문자나 전화를 보내거나 후원금을 18원 보내기도 하지만 직접적인 효과는 없어 불만이 많다”며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배경을 밝혔다.

이어 박 의원은 “국회의원을 한번 뽑고 나서는 국회의원이 어떤 행동을 해도 국민들이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는 없었다”며 “지역구 국회의원은 지역구만 대표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것이기에 국민 전체를 대표해야 한다는 것이 발의 취지”라고 덧붙였다.

긍정적인 측면은 국민소환제 도입 자체가 국회의원들의 지역구민 의사를 대변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선거 때만 주인 섬기듯하는 것이 아닌 당선 후에도 유권자들에게 낮은 자세로 임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4년 임기 내 한두 명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국민 소환이라도 당할 경우 그 상징성과 국회의원이 가질 부담감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주민소환제 도입 후 시의원 2명 소환이 ‘유일’

반면 국민소환제 도입에 따른 대의민주주의 상징인 국회의 역할과 위상이 추락해 의회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특히 지나치게 잦은 투표가 국민 혈세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어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한편 유럽과 미주에는 국민 소환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가 없고 그나마 일본, 스위스 등에서 부분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의 해임을 목적으로 2007년에 도입된 주민소환제의 경우를 보더라도 제대로 성공한 예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처음 도입된 해에 하남시의원 2인이 소환당한 것이 유일한 사례고 최근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이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나아가 국회의원이 스스로 목을 죄는 ‘국민소환제’ 도입에 대해 적극 나설지도 미지수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는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하되 “너무 쉽게 이뤄져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아주 불가능하게 만들어서도 안 되는” 적정한 수준의 소환 규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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