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적 인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선 직후 80%대 지지율에서 70%대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국민 10명 중 7명은 문 대통령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집권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아 언론과 허니문 중이라는 지적도 무색하다. 진보 매체를 자청하는 ‘한경오’(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를 문재인 지지자들이 공격할 정도로 언론환경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 정치권에서는 기존 노사모, 박사모보다 한층 진일보하고 영리한 문재인 지지자들로부터 그 요인을 찾고 있다.

- 18대 대선 ‘SNS 기동대’ ‘문각 기동대’가 모태
- SNS 여론전, 실명 페이스북보다 ‘익명’ 트위터 선호


<뉴시스>
     이대로라면 진보 정당이 10년이 아니라 100년 집권도 불가능하지 않다”

여의도에서 만난 자유한국당 고위 당직자의 한탄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노출되고 화제를 낳는 반면 홍준표 대표, 안철수 전 대표 등 야당의 지도자들은 부지불식간에 ‘갑질’하는 정치인으로 탈바꿈되는 여론 환경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체념 섞인 말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후 ‘문재인 대세론’이 지속됐고 집권한 지 3개월이 넘었지만 여전히 높은 국민적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근본적인 배경은 기존 정치인 팬클럽에서 확연히 진화된, 하지만 로열티가 강한 문재인 지지자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야권에서는 ‘문각기동대’(18대 대선 문재인 후보의 ‘SNS기동대’사건이 터질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개봉으로 붙은 문재인 지지자들의 별칭), ‘달빛기동대’(문재인의 성을 영문으로 Moon, 달빛+Knights, 기사단을 합성한 지지자들의 별칭)를 주목하고 있다.

문자·댓글 폭탄, 1인 미디어로 여론전까지

문재인 지지자들의 본격적인 활동은 지난해 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여야가 탄핵안을 발의하고 12월3일 본회의장에서 투표를 하기 직전 나타났다. 당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탄핵안 반대가 점쳐지는 의원 명단을 10만 명이 팔로우(트위터상 친구수)하는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하면서 당시 여당의원을 압박했다. 당장 공개된 의원들의 홈페이지나 페이스북 블로그는 문재인 지지들로부터 댓글 폭탄을 맞아야 했다.

급기야 탄핵안이 국회에 회부되기 3일 전인 11월30일에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개인 휴대폰 번호가 유출되면서 ‘왜 탄핵에 찬성하지 않느냐’는 항의전화와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 출처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국회의원 개인 전화번호가 노출됐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흘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12월3일 본회에서 통과되는 데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의 역할이 상당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후 3월 10일 헌재에서 전원일치로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가결되기 전까지 문재인 지지자들은 SNS(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등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우호적인 기사를 링크하고 확산시키고 댓글을 달며 여론전에 집중했다.

당시 대규모 촛불집회와 함께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다’는 말이 횡행할 정도로 헌재는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탄핵심판이 부결될 경우 대한민국은 6.25전쟁발발 이후 가장 극심한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언론 지면을 장식했다. 결국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서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문 대통령은 압도적인 표 차이로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도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공격하는 데 앞장섰다. 대표적인 사건이 문재인 선대위에서 작성한 ‘갑철수 문건’이 공개되면서다. ‘대외비’라는 이 문건에는 ‘안철수 검증 의혹 지속 제기 바닥 민심까지 설파되도록 주력’이라고 제목을 뽑고 키워드로 ‘40석’, ‘연정’, ‘협치 불안’, ‘대통령감 미흡’, ‘의혹과 갑질’을 예로 들었다.

특히 “SNS 집중, 비공식적 메시지 확산 : 예) 안철수 깨끗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갑철수’”라고 구체적 예문을 들기도 했다. 사실상 문 후보 선대위가 ‘비공식적 메시지 확산’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SNS상에 안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를 확산하라고 지지자들에게 지침을 내린 것으로 파문이 상당했다. 이 문건 파문은 TV토론장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내가 갑철수냐’고 돌발 질문을 하면서 이슈화됐고 결과적으로 안 후보는 ‘갑철수’라는 이미지가 더 커지면서 대선 과정에서 악재로 작용했다.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에도 문 지지자들의 활동은 계속됐다. 특히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낙마한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공격한 야당 의원들에게 ‘문자폭탄’을 쏟아 내면서 위력을 발휘했다. 공격은 야당 의원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이나 핵심 친문 인사를 비판하는 여당의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급기야 바른정당 김용태 의원은 “문자가 100개씩 온다. 달빛기사단인가 하는 분들이 물어뜯지 말라고 문자가 온다”며 “탄핵 때처럼 문자가 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야당에서는 문재인 지지자들을 팬클럽을 넘어 ‘광팬’이라고 부를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실제로 ‘달빛기사단’이나 ‘문각기동대’는 기존 노사모나 박사모와는 확실하게 진화된 SNS 팬클럽이다. 노사모나 박사모의 경우 기본적으로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다. 노사모의 경우 홈페이지나 블로그, 카페를 활용했지만 그것은 오프라인 모임을 위한 보조적인 역할이었다. 활동 무대도 홈페이지 게시판이 다였다. 나이가 지긋한 박사모의 경우에도 노사모의 온라인 활동을 모방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문재인 지지자들의 경우 오프라인 모임 자체가 없다. 홈페이지는 물론 블로그나 카페를 만들지 않으면서도 강한 결속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주 무대는 실명 위주의 페이스북보다는 아이디로 활동할 수 있는 트위터를 더 선호한다. 자신과 맺은 팔로우를 통해 기사링크를 공유하거나 토론을 하면서 여론을 확산시키고 조장한다.

SNS 뉴미디어 단장 조한기 의전비서관 ‘주목’

특히 기사 댓글을 통해 문 대통령을 옹호하고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혹평한다. 야권에서는 심지어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여론을 이끌고 있다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문재인 지지자들이 ‘1인 미디어’를 창간해 문 대통령에 우호적인 기사를 작성해 SNS를 통해 확산시켜 실검에 오르게 하고 기존 언론사들이 받아쓰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들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국민의당에서는 새정부의 SNS 홍보와 여론전 관련 지난 대선 캠프에서 뉴미디어지원단장을 맡은 조한기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조 비서관은 18대 대선에서 뉴미디어·SNS 지원단장을 맡았던 인물로 SNS를 통한 홍보와 여론 조성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18대 대선에서도 ‘SNS 기동대’ 사건이 터져 공직선거법위반혐의로 기소돼 9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문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있던 노무현 재단 기획의원으로 활동했고 특히 2014년 7.30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당시 경선 때부터 후원회장을 맡을 정도로 각별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특히 홍보가 아닌 의전비서관직을 맡아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각종 행사에서 ‘소통하는 모습’이나 ‘서민적인 행보’를 하는 데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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