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서울보증보험을 상대로 100억 원에 가까운 집단 사기를 주도한 의혹을 받는 전자결제업체 관계자들이 지난 8일 구속됐다. 이와 관련해 서울보증은 심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서울보증은 법적으로는 민간기업이지만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으로 예금보험공사 지분이 93.85%에 달한다. 결국 서울보증의 피해는 과거 투입된 공적자금 손실로 이어진다. 검찰도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수사를 벌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의로 계약 위반해 서울보증이 빚 갚도록 해
서울중검 특수3부, 가담자 구속·수사 확대 방침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최성환 부장검사)는 중소기업들이 서울보증을 속여 지급보증을 받도록 알선한 혐의로 전자결제업체 A사의 영업 담당자 2명을 최근 구속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다수의 중소기업이 가짜 물품 거래서를 꾸며 서울보증의 지급보증을 받은 뒤 거래처에서 이 매출채권을 담보로 존재하지 않는 물건 값을 받아낸 것으로 파악한다.

탁상 심사 의혹

검찰은 이번 사건 피의자들이 특정 전자결제업체의 플랫폼을 집단으로 이용한 점에 주목하고 이 전자결제업체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코스닥 상장사인 이 업체가 허위 물품 거래서를 꾸미는 방식으로 중소기업인들이 서울보증으로부터 사실상의 ‘공짜 대출’을 받도록 알선하고 수수료를 챙긴 게 아닌지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만간 이 업체 전 대표이자 실질적인 경영자인 B씨를 소환해 조사한 뒤 입건 및 신병처리 여부 등을 결정하고 관련 수사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문제는 이들 업체들끼리 짜고 만든 가짜 계약서인데 심사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아 100억 원대 공적 자금이 새 나갔다는 것이다.

앞서도 서울보증과 무역공사의 심사만 믿고 대출을 했다가 피해를 본 중소기업 사례가 있었던터라 서울보증의 심의·감독부실 여부는 다시 한 번 논란이 될 전망이다. 2012년 발생한 모뉴엘 사건이 대표적이다.

서울보증은 2012년 모뉴엘이 제주로 이전한다는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50억 원 한도의 ‘유치보조금 반환지급 보증서’를 발급했다. 

또 모뉴엘이 이동통신대리점을 운영하며 물품 매입 대금(각종 계약이행 보증금)에 대해 20억 원가량을, 모뉴엘과 거래하던 시스템 납품업체의 물품 대금에 대해서도 14억 원가량의 보증서를 발급했다. 기보는 2008년부터 모뉴엘에 일반 대출보증과 매출채권에 대해 12억 원가량의 보증서를 발급했고, 해마다 보증 기한을 연장했다.

모뉴엘은 로봇청소기를 비롯해 PC, 생활가전 전반에 걸쳐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2013년 매출 1조2737억 원, 영업이익 1100억 원, 유동자산만 3591억 원에 달하는 건실한 업체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모뉴엘은 실제로는 채권 만기가 돌아오면 실제보다 부풀린 가짜 서류로 또 다른 가공 매출을 만들어 채권을 막는 등 일종의 ‘돌려막기’식 결제를 해온 정황이 포착되며, 검찰과 금융당국이 불법대출과 대출자금의 사용처에 대해 조사를 받아야 했다.

결국 수출대금을 부풀려 수조 원대 허위대출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홍석 모뉴엘 대표에게 징역 15년형이 확정됐다.
2015년 10월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재산 국외도피, 관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홍석 대표에게 징역 15년에 벌금 1억 원, 추징금 357억6000여 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 씨와 함께 기소된 모뉴엘 신모 부사장은 징역 5년에 벌금 6000만 원, 재무이사 강모씨는 징역 4년에 벌금 6000만 원, 또 다른 재무이사 조모 씨는 징역 2년 6개월이 각각 확정됐다.

당시 제주도는 본사 이전 명목으로 모뉴엘에 지원한 보조금 35억 원을 서울보증을 통해 회수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2013년 국정감사장에서도 문제로 거론됐다.


서울보증 측은 "현재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 결과에서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진행할 뜻이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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