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와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미사일 실험을 하고 있다. 특히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지난달에만 두 차례나 발사했다. 그리고 그 성능은 갈수록 진전되고 있다. 김정은은 악화되고 있는 북한 내 경제 사정에도 불구하고 왜 이리 가공할 무기인 ICBM에 집착하는 걸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예상과는 달리 중국과의 전쟁이 장기화되자 당황한 일본은 점점 떨어져가는 목재와 석유와 같은 군수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인도차이나반도 진출을 노리게 된다. 
그러나 그 길목에 도사리고 있는 필리핀은 미국의 식민지였다. 필리핀을 점령하지 않고는 인도차이나반도로 진출할 수가 없었던 일본은 필리핀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을 철수시키기로 결정하고 진주만을 기습 공격한다. 진주만은 필리핀에서 맥아더 장군이 지휘하는 주둔 미군의 후방지원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진주만으로부터의 후방 지원이 막혀버리자 맥아더 장군은 필리핀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고 일본은 손쉽게 인도차이나반도를 접수할 수 있었다. 이 때 일본이 사용한 전략이 유사시 필리핀 증원전력 투입 억제였다.
6·25 남침 당시 북한은 파죽지세로 밀어붙이며 대구와 부산 등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을 손에 넣어 적화통일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한 전황이 미군이 중심이 된 유엔군의 개입으로 실패했다. 
이후 북한은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억제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아 붇기 시작했다. 핵무기 개발은 그렇게 해서 시작되었고 미국 본토에 핵공격을 가할 수 있는 ICBM 기술에 매진했다. 이제 그들은 그 기술을 거의 완성단계로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북한이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마저 보유하게 된다면 그들은 염원하던 유사시 미국의 한반도 개입을 억제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한반도 안보의 골간인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북한 김정은이 ICBM 기술 개발에 그토록 매달린 첫째 노림수가 유사시 미국 본토 대도시에 대해 핵공격 위협을 가함으로써 미국 군사력의 발을 묶을 수 있다는 속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이 한국을 공격해도 미국이 한반도에 군대를 더 이상 파견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럴 경우 한국은 한미동맹이 아닌 대체 수단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되어 결과적으로 한미동맹의 틈이 벌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김정은은 ICBM으로 우리의 ‘굴종 평화’를 노리고 있다. 미국 본토를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되면 북한은 우리 대한민국을 상대로 핵을 사용하겠다며 협박을 할 것이 뻔하다. 전쟁을 피하고 싶으면 자기들이 주장하는 방식으로 통일을 하자고 나올게다.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북한은 보복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대로 대남 무력 도발을 감행할 것이다. 
우리는 핵으로 무장한 북한이 두려워 대응조차 못할 판이 돼도 한미동맹에 금이 간 상황에서 미국이 우리를 적극적으로 도와줄 리 만무하다. 우리나라는 결국 전쟁보다는 평화를 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북한이 내세우는 방식의 통일 방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상황이 엄중한데도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4기 추가배치 계획에 반발해 청와대 앞에서 항의집회가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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