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북한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으로 미군 괌 기지 주변을 ‘포위사격’하겠다고 밝히면서 한반도 전쟁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의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은 관영매체를 통해 “우리가 발사하는 화성-12형은 일본의 시마네현, 히로시마현, 고치현 상공을 통과하게 된다”며 “사거리 3356.7㎞를 1065초간 비행한 후 괌 주변 30~40㎞ 해상수역에 탄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역사적인 이번 괌 포위사격을 인민들에게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며 “인민에게 필승의 신심을 북돋아 주고, 미제의 가긍한 처지를 똑바로 인식시키자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엄포가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옮길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분위기다. 9일 NBC 방송은 미국 국방부 고위 간부 말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면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로 북한 미사일 시설을 선제 공격한다는 구체적 계획을 세워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일촉즉발 위기로 치닫고 있는 북-미관계로 문재인 정부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트럼프 “북한, 세계가 본 적 없는 화염과 분노 마주할 것”
북한군 “미국 선제타격 조짐 땐 남한 전 지역 동시타격”


북한이 괌 포위사격을 감행한다면 한반도와 주변국들의 관계는 급랭할 수밖에 없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이해관계에 따라 어떤 태도를 보일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1998년 8월 31일 대포동 1호를, 2009년 4월 5일 은하 2호를 일본 상공으로 쏘아 올렸다. 그들은 ‘위성 발사체’라 주장했다. 하지만 화성-12형은 북한 스스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밝혔다. 미사일이 실제 일본 상공을 지나간다면 과연 일본 정부가 가만히 있을까. 실제 이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일본의 심리적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그동안 고각 발사를 통해 실제로는 동해상에 탄착하며 산술적으로만 미군 괌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고 호언해왔다. 이번 포위사격 탄착 예고 지점이 영해(12해리·약 22㎞)를 벗어난 지점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포위사격이 이뤄질 경우 미국 입장에서는 미군 괌 기지가 북한 사정권에 들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미국과 일본 등은 북한을 상대로 강경한 군사적 대응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일본은 북한이 미사일을 동해상 배타적경제수역으로 떨어뜨리는 것만으로도 군사적 대비태세 강화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강경한 발언을 내놓는 점 등에 비춰볼 때 군사적 옵션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

강대강 ‘말 전쟁’
한반도 일촉즉발 긴장감


북한과 미국 간 대치국면이 심화되면서 제재와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나아가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겠다던 문재인정부의 구상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과 북한의 거듭된 ‘한반도 전쟁 위기론’으로 한반도 정세가 출렁이고 있지만 정부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베를린 선언’으로 한반도 평화의 운전대를 잡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미국과 북한의 전쟁 도발은 연일 그 수위가 높아져 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북한이 미국 위협을 계속한다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세계가 본 적 없는 힘(power)을 마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9일에는 NBC 방송이 통해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명령을 내리면 미국령 괌에 위치한 앤더슨 공군기지 발 B-1B 전투기가 북한을 공격하도록 하는 계획이 마련됐다고 보도했다.

방송에서는 미국 국방부 고위 간부 말을 인용했는데 이들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5월말 이래 B-1B 전투기로 이 같은 임무 수행을 위한 모의 훈련을 11차례 실시했다. 또 실제 공격이 진행될 경우 표적은 북한에 위치한 20여 개의 미사일 발사 장소, 시험장, 지원 시설 등이 될 것이며, 목표물의 정확한 식별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들은 1월 이후 트럼프 행정부와 북한의 갈등이 계속되는 사이 북한이 수 차례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한 덕분에 북한의 미사일 시설망에 관한 이해도를 키울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다만 B-1B 전투기의 북한 타격은 검토되고 있는 옵션 중 하나로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육해공 또는 사이버 상으로도 군사 행동을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계획에 관여 중인 미 정보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좋은 옵션이란 없다”면서도 한국 내 자산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서 미국이 독자적으로 폭격을 하는 것이 “많은 나쁜 옵션 중에서도 최선”이라고 했다.

또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군 총사령관은 “(트럼프가) 고려할 수 있는 모든 군사 옵션 가운데 이것이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최소 2~3개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미국이 강경하게 나오자 북한군 총참모부는 10일 미국의 선제공격이 진행된다면 “서울을 포함한 괴뢰 1, 3야전군 지역의 모든 대상을 불바다로 만들고 남반부 전 종심에 대한 동시 타격을 하겠다”고 밝히며 “괌 포위 사격을 검토할 것”이라고 맞섰다.

B-1B는 미국이 보유한 폭격기 중 내부 탑재량이 가장 크다. 이 폭격기 한 쌍에 7만6400Kg 이상의 폭탄을 실을 수 있다. 또 정확성이 높은 장거리 미사일 JASSM-ER을 이용해 북한 영토 밖에서도 미사일 발사가 가능하다.

한 국방부 고위 관료는 B-1B 타격 계획이 선택된 까닭은 이 폭격기가 핵무기를 장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B-1B나 임무 지원 전투기들이 한반도 외부에서 발진하기 때문에 공격이 실시되더라도 북한이 한국에 보복을 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우리에겐 해결할
힘이 있지 않다”


미국과 북한 사이의 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으로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흐르자 청와대도 고심하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북·미 간 대치가 극에 달했던 전날 한 차례 한반도 위기설을 진화한 바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반도 안보상황이 매우 엄중해 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오히려 잘 관리하면 어려운 안보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긍정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11일 국무회의에서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의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정부 ‘한반도 위기설’
‘코리아 패싱’ 아니라지만


북한의 도발에 미국 내에서는 연일 전쟁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하다.

미국 CNN은 지난 9일 서울 발 보도로 미국 정부와 북한이 연일 험악한 위협을 쏟아 내면서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 내에서는 그런 위기상황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로 “한국인들은 뉴스에 민감하지만, 북한의 호전적인 언사엔 익숙해져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한국인들은 수십 년 동안 북한의 위협 하에서 살아온 만큼 북한의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북미 간 ‘말 전쟁’에 대해 미국인과는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국내 정치평론가들 중에는 색다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론이 러시아 스캔들을 덮기 위한 꼼수라는 분석이다.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능성이 대두된 건 그가 지난 5월 9일 자신의 러시아 유착설 수사를 주도하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 국장을 전격 해임하면서부터다.

백악관이 내세운 명분은 코미 전 국장이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스캔들을 잘못 처리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 언론들은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결국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내통 의혹을 FBI가 집요하게 수사한 데 대한 보복성 경질로 받아들였다.

한편 국방부는 10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기지 전자파·소음 측정 현장검증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오늘 계획했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조사는 지역주민·시민단체 등과의 추가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추후 별도 일정을 판단해 재추진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역주민들은 이미 9일 현장검증에 불참하기로 결정했었다.

북한과 미국의 ‘말 전쟁’이 실제 전쟁으로 이어질지는 아직까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의 말싸움에 우리나라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한반도 위기설’과 ‘코리아 패싱’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우리 정부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길 건너 불구경 하듯’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진정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운전대’를 잡고 싶다면 지금이 바로 그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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