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나이 42세에도 15년 연속 100안타 달성…여전히 주전급 성적표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한국 야구사에 수많은 기록을 남겨온 베테랑 ‘국민타자’ 이승엽이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야구인생에 마침표를 찍는다. 그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여전히 맹타를 날리는 이승엽 23년 그가 달려온 길을 만나본다.

2017 KBO리그는 지난 8일 기점으로 3연전 일정을 마무리하고 2연전 일정에 돌입했다. 팀별로 많게는 주 3회 이동하며 6주 동안 2연전 일정을 치른 뒤 순연된 경기들로 잔여 경기 일정을 편성한다.

이는 선수들에게도 경기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올 시즌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는 선수들 역시 아쉬움과 후련함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이승엽은 지난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타이어뱅크 KBO리그 LG와의 홈경기에서 5번 및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그는 첫 번째 타석을 제외하고 모두 안타를 따려내는 맹활약을 선보여 팀의 7-4 승리를 견인했다. 이로써 2연패를 끊어낸 삼성은 시즌 42승 4무 61패를 기록했다.

더욱이 이승엽은 자신의 방망이에 천부적인 감각과 노력을 더해 여전히 주전임을 입증하며 KBO리그 통산 세 번째로 15년 연속 100안타를 돌파한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 이승엽의 성적표는 은퇴를 목전에 둔 베테랑이 써낸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훌륭하다. 올해 한국나이 42세인 그는 10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6로 통산 타율 0.303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여전히 5번 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팀의 중심 타선을 지키고 있다.

더욱이 지난 시즌 이후 부진한 팀을 위기 때마다 떠받치는 중요한 역할도 맡아 왔다.

하지만 이승엽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택했다. 그는 2015년 겨울 삼성과 FA재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기간을 2년으로 못박아 2017년 은퇴를 공식화했다.

불혹 넘기며 은퇴 결심

특히 은퇴를 앞둔 만큼 그의 심경은 복잡하면서도 조심스러웠다. 지난 10일 대전구장에서 훈련을 시작한 그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취재진에게 “조금만 뒤로 물러나 주시겠습니까”라며 정중하게 요청했다. 이는 자신으로 인해 후배들의 훈련이 방해받지 않기를 바라는 배려에서 시작된다.

이후 은퇴 투어를 하는 소감에 대해 묻자 이승엽은 “내게는 무척 영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나 때문에 후배들이 훈련에 방해를 받지 않았으면 한다”며 “가슴이 찡하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관심 속에서 마지막 시즌을 치르게 돼 영광이다. 우리 사회 전체에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배려를 받았다. 좋은 의미가 곳곳에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팬들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은퇴 투어가 열리는 날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프로의 목표를 이기는 것이다. 은퇴 투어를 하는 날에도 목표는 같다”며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전날인 9일에는 “이제 은퇴가 실감이 난다. 37경기가 남았다. 때가 왔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언젠가 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홀가분하다”며 “은퇴하는 꿈도 꿨다. 꿈에서 많이 울었다. 일어났는데 아직 선수더라 다행이었다”고 말해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이승엽의 은퇴를 축하하기 위해 협회와 각 구단들은 은퇴 투어를 마련했다.
첫 은퇴 투어
이색 선물 눈길


이승엽의 은퇴투어의 첫 일정은 지난 10~1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시작됐다. 물론 10일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되면서 이후 잔여경기로 다시 대전구장을 찾게 되지만 그를 위한 기념행사는 이어질 계획이다.

은퇴 투어의 첫 시작인 대전구장을 비롯해 각 구단들은 간단한 기념행사와 함께 이승엽에게 기억될 만한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은퇴 투어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시작됐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전 뉴욕 양키스)가 만들어 냈다. 리베라는 199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013년까지 무려 652세이브(포스트시즌 42세이브 제외)를 기록하며 이 부분 세계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당초 2012년 시즌을 마치고 은퇴하려 했던 리베라는 5월 외야에서 수비 연습을 하다가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돼 재건 수술을 받고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여기에 종아리 혈전까지 함께 수술을 받게 되자 아쉬웠는지 2013년 한 해를 더 뛰기로 1년 재계약을 맺었다.

그러자 다른 구단에서는 리베라의 마지막 시즌을 기념해 각 구장별로 방문 마지막 경기에 앞서 행사를 열고 리베라에게 각종 선물을 안겨 준 것이 시초가 됐다.

특히 당시 리베라의 은퇴 투어에서는 이색적인 장면들이 많이 나타났는데 미네소타 트윈스는 리베라의 컷 패스트볼이 수많은 타자들의 배트를 부러뜨렸던 점을 착안해 부러진 배트들로 의자를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은퇴 투어 문화는 이승엽을 필두로 KBO사상 처음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 때문에 이승엽도 자신의 은퇴를 축하해주는 것에 감사하지만 간략히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의지를 밝힐 정도로 후배 선수들의 앞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면 이를 준비하는 구단들은 고민이 가득하다. 지나치지 않으면서도 의미가 있고 기발한 선물을 마련하는 게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구단들이 어떤 선물을 내 놓을 지도 야구팬들의 관심사가 됐다.

빈자리와
후계자 부재에 울상

은퇴 투어로 이승엽의 마무리를 축하하지만 야구팬들을 비롯해 관계자들에게는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삼성으로서는 당장 다음 시즌 이승엽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한수 삼성 감독은 5번 타순의 새 주인을 찾아낸 뒤 이승엽을 6번으로 내려 보내는 시나리오를 구상한 바 있다. 이원석, 이지영, 나성용까지 물망에 올랐지만 결국 마지막 시즌까지 5번의 부담은 이승엽 몫이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승엽도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팀에게 짐을 두고 가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 원래대로 돌려놓고 가면 좋을 텐데 그게 사실 나 혼자 힘으로 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내가 빠지고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분위기 반전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이승엽 이후 이렇다 할 ‘국민타자’ 혹은 ‘국민 투수’가 보이지 않는 다는 점도 한국야구계의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다만 이승엽은 아쉬움을 잘 마무리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프로야구 선수로 23년 한국에서 15년을 뛰었다.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최선을 다한, 성실한 선수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 좋게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프로 데뷔 3년째인 1997년 스타로 발돋움한 이승엽은 홈런 32개, 최다안타 170개, 타점 114개 등 3개 부문 1위에 오르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쥔 이후 2002년 삼성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 2003년 단일 시즌 최다 홈런인 56개를 비롯해 기념비적인 성적을 만들어 냈다.

특히 그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 사상 첫 메달을 안겼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시아 야구의 맹주를 자처하던 일본을 꺾었다. 당시 그는 일본의 에이스 마쓰자카를 무너뜨리는 결승 2투타의 주인공이었다.

또 2006년 제1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4경기 연속 홈런을 포함해 5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한국을 4강에 올려놓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준결승 일본전, 결승 쿠바전에서 모두 결승 홈런을 뿜어내며 한국 스포츠 사상 올림픽 남자 구기 단체 최초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바 있다.

<사진=뉴시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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