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승계 안정화’ ‘집중감시 탈피’ 두 마리 토끼 잡나

대상의 아그로닉스 청산, ‘황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다’

대상베스트코의 적자 탈출을 위한 ‘결단’ 전망 어두워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대상그룹의 계열사 청산과 지분 포기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최근 대상은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농업회사법인 아그로닉스를 청산했으며, 골목 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인 대상베스트코 지분 정리를 마쳤다. 이를 두고 두 가지 해석이 나돈다. 하나는 새 정부가 들어선 뒤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사정당국이 ‘일감몰아주기’ ‘골목 상권 침해’ 등 규제 확산을 알리며 식품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리자 이를 해소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임창욱 명예회장 두 딸의 경영 승계 안정화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요서울은 대상의 행보를 되짚어본다.
 
식품업계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산 총액 5조 원 미만인 중견기업으로 분류돼 법의 테두리 밖에 있다. 이로 인해 주요 식품회사들이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계열사를 통해 ‘일감몰아주기’가 만연해 있다.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제재를 받지 않으며 지속적인 성장을 해 왔다. 이에 일각에서는 식품업계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의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이 같은 지적을 외면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오는 9월 자산규모 10조 원에서 5조 원으로 확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지명됐을 때부터 식품업계는 긴장했다. 앞서 김 위원장이 몸담았던 경제개혁연대의 연구기관인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대규모기업집단 이외 집단에서의 일감몰아주기 등 사례분석 1’ 보고서가 그 배경이다.
 
해당 보고서는 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들을 대상으로 일감몰아주기 및 회사기회유용 실태를 분석하고 지배주주 부의 증식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일감몰아주기’ 의심 사례가 주 내용으로 당시 경제개혁연대 소장이었던 김 위원장이 공정위 수장 자리에 앉으면서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식품업계의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공정위는 김 위원장이 수장에 오르자마자 ‘일감몰아주기’ ‘골목상권침해’ 등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힌 뒤 실행에 옮기며 식품·프랜차이즈 업계에는 ‘피바람’이 불고 있다.
 
여유로운 ‘대상’
 
김 위원장의 칼날이 식품업계 전반의 목을 죄고 있음에도 여유로운 곳이 있다. ‘대상그룹’이 그 주인공이다. 대상은 지난해 기준 연결자산규모가 약 3조 원에 미치지 못해 現 공정거래법의 대기업규제에 벗어나 있는 상태다. 또 ‘3세 경영승계’를 위한 곳 중 하나로 지목되며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일었던 ‘아그로닉스’를 지난해 12월 청산했다. 아그로닉스는 경제개혁연구소 보고서에도 일감몰아주기 청산 계열사라고 명시 돼 있다.
 
앞서 아그로닉스는 대상 계열사들로부터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며 임씨 자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든 곳이었다. 아그로닉스는 전통식품을 제조하는 대상과 대상FNF에 원재료를 공급했던 농업회사법인으로 대상홀딩스가 50%의 지분을 소유했으며, 임씨 자매가 각각 27.5%, 12.5%씩 보유하고 있었다. 2015년 기준 매출액 506억 가운데 213억 원이 대상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발생했다.
 
대상은 지난해 11월 임씨 자매가 전무로 승진하며 3세 경영에 가속도를 붙이기 시작할 때 ‘걸림돌’로 지목된 아그로닉스를 다음 달인 12월에 청산했다. 문제가 일 것으로 보이는 해당 계열사의 싹을 잘라 3세 경영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대상이 3세 경영 승계의 안정화를 위해 적극 대응했던 것이 사정당국의 집중 감시에서 벗어나는 결과를 이끌어 낸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그로닉스가 그룹 계열사에 200억 원대의 원재료를 공급했던 곳으로 원재료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대상 측은 한 언론을 통해 ‘영농조합법인’ ‘농업회사법인’ ‘농협’ 등에서 원재료를 공급받아 문제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부채비율 치솟아
 
지난 3일 업계에 따르면 임창욱 대상 명예회장 등 오너일가가 올해 초까지 보유하고 있던 대상그룹 계열사 대상베스트코가 지분을 그룹 주력사인 대상㈜에게 이전했다. 이에 대상㈜이 대상베스트코의 지분 100%를 소유하게 됐다. 대상베스코는 대상 계열사 중 오너 일가가 직접 지분을 갖고 있는 곳 중 하나로, 업계에서는 대상베스트코가 향후 그룹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곳으로 해석한 바 있다. 대상베스트코는 임 명예회장과 임씨 자매 등 3인이 각각 10%씩 지분 30%을 소유하고 있었다.
 
앞서 대상그룹은 대상베스트코를 2010년 설립하며 식자재 유통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어 인수합병 등을 통한 세 확장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에 대상베스트코는 2011년 82억 원의 매출이 20113년 4269억 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488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같은 매출 향상은 대상의 대상베스트코에 대한 지원 덕이다. 대상은 일감 지원과 함께 유상증자를 통한 지원에도 나섰고, 주주인 오너 일가가 채무보증을 서며 약 100억 원의 사재도 출연했다. 업계에서는 대상 오너일가의 대상베스트코 지분 ‘포기’ 배경으로 대상베스트코 지속적인 자금 수혈 부담과 각종 ‘일감몰아주기’ ‘골목상권침해’ 등의 논란을 샀던 곳이라는 점, 지난해 말 박용주 대표이사 체제 출범에 맞춰 전문경영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박 대표이사는 장기적 실적 향상에 주력해 이익잉여금을 늘려 자본을 확충하고 부채비율을 개선해나갈 사업구조 효율화와 수익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상 오너 일가의 결단에도 대상베스트코의 부채비율은 높아지고 있어 적자 탈출을 위한 오너 일가의 결단에 대상베스트코가 부응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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