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문재인 정부의 국방 개혁이 지난 8일 발표된 군 수뇌부 인사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인사 개혁의 골자는 육사 배제였다. 그동안 군 장성인사에서 육사 출신이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등 요직에 포진됐었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앞선 두 자리는 모두 비(非)육사 출신으로 채워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군 개혁을 위해서는 육군과 육사 개혁이 필수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육군참모총장까지 비육사 출신이 임명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이번 인사에서는 육사 출신이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군 인사를 통해 군내 사조직을 정비하고 개혁의 고삐를 죌 계획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육군 중심의 재래식 무기 전력을 공·해군 중심의 미래군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내부 반발’ 육군참모총장 인사 끝내 육사 출신으로
文 대통령 “다시는 방산 비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국방부는 8일 신임 합참의장에 정경두 공군참모총장(공사30기·공군 대장)을, 육군참모총장에는 현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인 김용우 육군 중장(육사39기), 공군참모총장에는 현 합참 군사지원본부장인 이왕근 공군 중장(공사31기)을 각각 내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장성 인사를 발표했다.

고현수 1군 부사령관(학군20기), 박한기 8군단장(학군21기), 박종진 3군사령부 부사령관(3사17기) 등이 물망에 올랐고, 이들 가운데 1명을 육군참모총장으로 내정하는 방안을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종 과정에서 육사 39기인 김용우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이 육군참모총장 후보자로 낙점됐다. 육군 내부에서 비육사 출신의 총장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비토가 쏟아진 것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물망에 올랐던 후보자들 가운데 다수가 인사 검증 단계를 극복하지 못한 점도 육사 출신 총장의 선택 배경이 된 것으로도 전해진다. 특히 막판에 박찬주 대장의 ‘공관병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해당 의혹을 갖고 있는 인사를 배제하다 보니 인사 풀이 좁아진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기수 파괴를 이뤄 냈다는 점은 의미 있는 부분으로 평가된다. 육사 39기인 김용우 중장이 2기수를 뛰어넘어 육군참모총장으로 내정되면서 자연스러운 육군 내 ‘물갈이’는 가능해졌다.

서열 깬 파격 인사로
자연스런 물갈이 유도


기존 육군 대장급 인사는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육사 36기), 김영식 1군사령관(육사 37기), 엄기학 3군사령관(육사 37기)과 최근 공관병 갑질 의혹으로 논란을 일으킨 박찬주 2작전사령관(육사 37기), 임호영 연합사 부사령관(육사 38기) 등 육사 37~38기를 중심으로 편성돼 있었다.

반면 임호영 현 연합사 부사령관 자리는 육사 40기인 김병주 3군단장이 물려받으면서 육사 39기와 40기가 동시에 대장에 진급하는 다소 파격적인 인사가 단행됐다. 덕분에 육사 37~38기는 모두 군사령관에서 물러났다.

육사 37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씨의 동기였다. 전 정권에서 육사 37기는 군 사령관 3자리를 맡았었다. 보통의 경우 이들이 합참의장으로 승진을 하지만 이번 승진에서는 제외됐다. 육사 38기도 참모총장으로 승진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승진은 없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군내 사조직 ‘알자회’ 출신으로 알려진 임호영(육사 38기)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교체된 점이다. 임 부사령관은 발령받은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군내 사조직 정리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과 송영무 국방부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합참의장직도 3차례 연속 ‘비육사’ 출신이 내정되면서 파격적이라는 평이 나왔다. 이순진 현 합참의장은 최초의 3사 출신 합참의장이었고 이 합참의장의 전임자인 최윤희 전 합참 의장은 해군참모총장 출신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정경두 신임 합참의장 내정자는)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한 합동작전 전문가로서 고도화된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할 최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공군참모총장을 역임하며 축적된 경험 능력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해서 내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내정된 대장급 인사 7명 중 4명이 합참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인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 인한 국내외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연합·합동작전의 전문성에 최우선으로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를 출신 지역별로 보면 정경두 신임 합참의장 내정자가 경남,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전남, 이왕근 공군참모총장이 충남, 김병주 연합부사랑관이 경북 등으로 특정지역에 쏠리는 경향은 보이지 않았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박찬주 사령관
보직 이동해 수사 계속


국방부는 8일 인사에서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의 전역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박 사령관은 이날 정책연수로 보직 명령을 받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군에서 형사입건해 수사가 진행되는데 수사기간이 물리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군인 신분으로 수사를 더 진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정책연수로 명령을 내고 일정기간 추가적으로 군에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인사법에 따르면 장관급 장교는 ‘국내외 교육기관이나 연구기관에 연수 및 교육을 위하여 파견되는 직위’에 임명할 수 있다. 4성 장군이 보직을 이동해 수사를 받는 것은 창군 이래 처음 있는 일로, 수사기간이 부족한 군이 어렵사리 마련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민간인이 군사시설 내에서 증거물 확보와 현장조사를 하기에는 제한이 있기 때문에 군에서 먼저 ‘초동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제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수사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한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찬주 사령관 부부의 공관병 갑질 사건과 관련해 고위급 군인(4성 장군 이상)에 대한 징계위원회 구성이 가능하도록 개선한 군인사법 개정안을 같은날 국회에 제출했다.

백 의원에 따르면 현행 군인사법은 고위급 군인의 경우, 징계처분 등의 사유가 있어도 징계위원회를 구성조차 못하는 구멍이 존재한다.

군인의 비위 행위 등을 심의하는 징계위원회의 경우 징계처분 등의 심의 대상자보다 선임인 장교·준사관 또는 부사관 중에서 3명 이상으로 구성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즉, 동일한 계급의 직위자 중에서 임관 날짜가 앞서는 자가 없다면 징계위원회 구성이 불가능하다.

이날 기준 군 인사 전까지 박 대장의 선임자는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육군참모총장 두 사람뿐이다. 하지만 군 인사로 인해 박 대장의 선임자는 없어졌다.

개정안은 징계처분 등의 심의 대상자보다 선임인 장교·준사관 또는 부사관이 3명 미만인 경우, 국방부 장관이 심의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3인 이상을 지명할 수 있게 해 징계위원회 구성을 가능하도록 했다.

“육사 출신들
섭섭해 하지 말라”


문재인 대통령이 군 개혁을 위해 ‘비(非)육사시대’를 열자 군 내에서 육사 출신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즉각 육사 출신들 달래기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 “국방부 장관부터 군 지휘부 인사까지 육·해·공군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육사 출신들이 섭섭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군의 중심이 육군이고, 육사가 육군의 근간이라는 것은 국민께서 다 아는 사실”이라며 “이기는 군대를 만들기 위해 우리 군의 다양한 구성과 전력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비(非)육사’ 인사로 군 개혁의 시작을 알린 문재인 대통령의 다음 타깃은 방산 비리다.

문 대통령은 9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 “또 하나는 역시 자주 국방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다른 하나는 다시는 방산 비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 달라”며 방산 비리 척결 의지를 내비쳤다.

또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역시 국방 개혁”이라며 “조금 개선하거나 조금 발전시키는 차원이 아닌 아예 환골탈태하는 수준의 강도 높은 국방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