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세대 안의 간접흡연 피해 방지 등의 내용이 담긴 법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비흡연자들의 숨통이 다소 트이게 됐다. 공동주택의 관리주체가 입주자에 대한 금연조치 권고 등의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층간흡연으로 인해 입주 세대 간 분쟁이 이어져온 만큼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갈등이 다소 누그러질 전망이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흡연자는 ‘흡연의 권리’를, 비흡연자는 ‘더욱 강력한 제재 근거’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세대 내 간접흡연 피해 방지 등을 담은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지난 9일 공포했다. 아파트 발코니나 화장실 등 세대 안 흡연에 따른 ‘담배연기 갈등’을 막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입주자 등에게 발코니, 화장실 등 세대 내에서 간접흡연 피해방지 노력 의무를 부여했다. 관리사무소 등 관리주체가 입주자에 대해 간접흡연 중단 또는 금연조치 권고 및 사실관계를 확인·조사하는 근거도 마련됐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마련한 이번 대책이 ‘반쪽짜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입법 과정에서 제재 근거와 분쟁 조정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파트 전용부가 사유 재산인 데다 간접흡연 범위·기준 설정이 어려워 제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층간흡연 피해자들은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국토위 심사과정에서 ▲간접흡연 피해자 등은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나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 가능 ▲공동주택 간접흡연 피해 범위와 기준은 국토부·환경부 공동부령으로 정한다 등의 내용이 빠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간접흡연은 피해 기준 설정 및 담배연기 측정방법 등이 기술적으로 어렵다”며 “설정된 기준 이하는 안전한 흡연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주게 된다는 등의 이유로 간접흡연 범위와 기준 등 내용이 (국토위 심사에서)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공동주택법 개정안을 놓고 의견이 갈린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불만족하는 분위기다. 흡연자들은 “내 집에서 담배도 못 피우느냐”며 반발하는 반면 비흡연자들은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흡연자 김모(33)씨는 “아파트 발코니는 개인 공간인데 담배를 피울 수 없게 하는 건 지나친 처사”며 “그럼 흡연자는 어디서 담배를 피우라는 거냐. 바깥에서도 전부 금연인데 아예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거 아니냐. 이럴 거면 담배를 팔지도 말라”고 주장했다.

층간흡연 피해자들은 처벌·단속 규정 부재에 불만을 표시했다. 비흡연자 김모씨(32)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층간흡연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반쪽짜리 법만 만들어지는 상황”이라며 “정부 대책은 강제성 없는 권고 수준이라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 안 지키면 그만인 법 대신 실효성 있는 추가대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민 여론은 층간흡연 찬성 보다는 반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리얼미터의 ‘층간 흡연에 대한 국민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05명 중 층간흡연 찬성이 30.2%, 반대가 58.7%, 잘 모르겠다가 11.1%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국민신문고 등에 접수된 공동주택 간접흡연 피해 관련 민원은 총 1530건으로 나타났다. 흡연 장소 확인이 가능한 1464건 중 55.2%인 808건이 세대 내부 흡연으로 피해를 호소했다.

한 층간흡연 피해자는 “다른 집에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피워도 된다”며 “하지만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있다면 피우지 말아야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 그래도 피운다면 공동체의식이 부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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