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북 제천의 한 마을에 있는 펜션이 주민들의 반발로 문을 닫게 됐다. 이 펜션의 주인은 ‘나체 동호회’를 운영하면서 회원들과 주기적으로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만나 친목 활동을 했다. 나체 동호회는 자연주의(나체주의·nudism)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온라인에 모여 정보공유, 친목도모 등의 활동을 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한 포털을 중심으로 나체 동호회 카페가 여러 곳 개설돼 있는 상황이다.

한 포털에서 나체 동호회는 약 20여 개 가량이 검색된다. 이 가운데 10여 곳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가입자 수가 한두 명뿐이거나 새로 올라온 글이 없는 카페가 대다수다. 반면 수백에서 많게는 1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카페도 있다.

카페 개설의 목적은 다양했다. 친목 도모가 가장 많았고 나체로 운동하기, 나체 예술 활동 등이 주를 이뤘다. 누드 사진을 공유만 하는 ‘목적 불명’의 카페도 존재했다. 가장 많은 건 나체 예술이다. 이들은 자연주의보다는 예술 활동에 목적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나체주의와는 사실 거리가 있다.

나체주의자들은 친목도모를 가장 큰 목적으로 하고 있다. 비교적 관리가 잘 되는 곳으로 보이는 카페에 직접 가입해봤다. 대다수 게시물들은 가입 후 정회원으로 등급이 올라야 볼 수 있다. 정회원이 되는 방식은 어렵지 않다. 정해진 게시물과 댓글의 수를 채우면 정회원이 된다. 꼭 나체주의자가 아니어도 회원가입은 가능하다.

게시물은 정모(정회원들의 모임) 사진이나 후기, 나체주의를 예찬하는 글 등이 주를 이룬다. 거추장스러운 옷을 던져버리면 자연과 하나가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충북 제천에서 이른바 ‘누드 펜션’으로 논란을 일으킨 펜션 주인이 운영하던 카페도 이 포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카페에는 지난 2010년 여름 30~40명이 1박2일간 모임을 가졌던 사진이 게재돼 있다. 이 행사에서 각종 게임과 물놀이, 만찬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비교적 최근의 만남은 다른 정식 홈페이지에 등록해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나체 동호회는 가입비로 10만 원, 연회비 24만 원으로 운영되며 주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논란 이후 카페 분위기는 조용한 상황이다. 현재는 원래 주인이 아닌 다른 회원이 카페를 운영 중이다.

한 회원은 게시글에서 최근 펜션 논란에 대해 “우리는 언제나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다툼 없이 평화롭게 살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문제점은 별것도 아닌데 쉬쉬하면서 감추고 뒤에서는 각종인권유린과 갑질이 성행하는 겁니다. 우리가 태어난 그대로를 보여주면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이성을 가진 자연인으로 평화롭게 행복하게 살겠다는데 이를 물리적으로 막아서는 안 되겠지요.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라고 생각하고 더 좋은 방안을 강구하여봅시다”라고 다른 회원들을 독려했다.

펜션은 문을 닫게 됐지만 자연주의를 예찬하는 이들의 모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이 카페에는 ‘곧 2차 번개 모임이 있을 예정이란 게시글’이 올라왔다. 다만 카페 운영자가 아닌 다른 회원이 남긴 글이어서 카페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게시된 글을 보면 회원의 남녀 성비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보인다. 글에는 ‘당분간 여성 회원만 받습니다. 모임이 활성화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라고 써져 있다.

음흉한 속내를 가진 카페도 눈에 띈다. 해당 카페는 1000여 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으며 남녀 가리지 않고 자신의 벗은 사진을 게재하며 공유하는 게 주 목적이다. 한 카페는 정회원으로 등업을 하지 않아도 신체 일부가 노출된 사진을 볼 수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나체주의는 건강이나 편의를 이유로 해서 옷을 입지 않고 사는 관행을 말한다. 19세기 후반의 엄격한 도덕적 태도에 대한 반발로 20세기 독일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체주의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전역으로 번져나갔고 1930년대에는 북아메리카에서 자리 잡았다. 이들은 대부분 엄격한 행동규칙에 따라 규율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이 문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논란이 된 펜션은 주민들의 반발로 결국 폐업 명령을 받았고, 소유권이 넘어가게 됐다. 최근 제천시는 이 펜션이 농지를 불법 전용했다며 운영자에게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펜션은 생산관리지역으로 작물을 재배해야 하지만 운영자가 이곳 450㎡의 농지에 잡석을 깔고 이동식 풀장을 설치하는 등 농지를 불법 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농지를 원상복구하도록 했다”며 “원상복구가 완료돼야 소유권 이전이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다른 외지인과 매매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진 펜션 운영자가 농지 원상복구 공사를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마을 주민 이모(63)씨는 “펜션 소유권이 완전 이전되면 집회를 접을 것”이라며 “하루 빨리 사태가 마무리 돼서 어수선한 마을 분위기가 제자리로 돌아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펜션 대지(493㎡)의 공시지가는 지난해 기준 1㎡에 1만5800원이다. 지상 2층 건축 전체면적 149.68㎡인 펜션 건물은 2011년 기준 개별주택가격이 6700만 원이었다.

누드펜션은 2007년 11월 준공됐고 2008년 5월 농어촌정비법에 따른 농어촌민박으로 신고가 됐다. 이후 2010년 7월 현 소유자로 명의변경이, 2011년 4월 민박 폐업 신고가 됐다.

누드펜션으로 불린 이 건물 안팎에서는 ‘자연주의’를 표방한 누드 동호회원들이 알몸으로 돌아다닌 것을 마을 주민들이 목격하면서 물의를 빚었다. 시는 최근 펜션 운영자를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영업장 폐쇄명령을 내렸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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