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 6월 9일 민주노총 광화문 농성장에서 진행한 특수고용노동자 라이브 팟캐스트 방송 <사장님 줄게 노동자 다오> 현장에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간부들이 모였다. 왼쪽 첫 번째가 황창훈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드러나는 갑을 논란, 이루어진 적 없는 재벌개혁,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등장과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각종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는 소상공인의 삶, 팍팍하기만 한 노동자들의 일상. 나열하자면 끝이 없는 경제, 산업, 노동 시장의 문제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어느 때보다 화두다. 이른바 민심으로 태어난 촛불정부의 시대,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던 숙제의 답을 찾겠다는 움직임이 가시권에 들어온 모양새다. 하지만 경제 전반에 산적한 과제들은 아직도 명확한 해법이 나와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며, 또 최선의 방법을 결정하는 과정도 난제다. 일요서울은 일선 노동운동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탁상공론이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현실적인 답을 찾기 위해 [노동운동가 인터뷰 한국 노동자의 삶과 현실을 듣다]를 기획했다. 해답을 얻기 위한 조언과 충고, 갈 길이 먼 현실을 제시해 준 다섯 번째 노동운동가는 황창훈 전국학습지산업 노동조합 위원장이다.

노동 관계법 적용받지 못해, 권리는 없고 의무만 많아
정부, 기업 등 ‘노동자 보호’라는 최소한의 역할 하길


“우리는 개인사업자로 위장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입니다”

전국학습지산업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황창훈 위원장은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계약이나 도급계약으로 생활하는 개인사업자형태의 근로) 노동자들의 입장을 이와 같이 전했다.

“우리는 일반 회사원들과 같이 회사 측에 노동을 제공하고, 그에 따른 임금을 받고 있는데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에 적용받지는 못한다. 법의 보호조차 없는 사각지대에서 힘들어 하는 노동자들이 너무 많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고소득 프리랜서’가 아니다. 철저한 갑을 관계 속에 있다. 더군다나 ‘노동자’와 ‘사업자’의 접점에 놓여 있기 때문에 ‘사업의 위험성을 떠안고 있는 근로자’의 형태다”


결국 그는 특수고용직들이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현실에 처해 있다는 설명이다. 또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특수고용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노동자를 아우를 수 있도록 개정된 노동법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 등은 노동자를 보호해 줄 의무가 있고, 그것이 최소한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황창훈 위원장은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노동조합이 학습지 시장에서 여전히 만연해 있는 부정업무 행태를 없애고, 교섭을 통한 조합원들의 권리 증진 등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이다.

“전국학습지산업 노동조합은 올해 조합 조직을 확대하는 중이다. 여전히 노동조합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교사들도 많고,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탄압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이들 옆에 항상 존재하고, 보호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두렵다고 해서 순응하게 된다면 부정 업무들로 인한 고통은 사라질 수 없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황창훈 위원장이 말하는 부정 업무란 허위로 회원들을 올리고 교사들이 회비를 내는 형태의 ‘가라 회원’, 회원 탈회를 회사에서 인정해주지 않는 ‘탈회 지연’ 등이 있다. 학습지 시장의 노사 관계는 현재 교섭의 문제가 아닌 위법 여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는 조금 더 넓은 의미에서 노동조합 조직과 활동이 연계되어야만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부연한다. 단순히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노동조합이 운영되는 것이 아닌, 노사관계의 본질적 접근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조합원의 어려운 처치를 들어주는 일과 우리의 성과를 홍보하는 일, 둘 중 무엇이 우선한다고 생각하나. 노동조합이라고 하면 무조건 전자를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성과 중심 사업을 하는 노동조합은 간혹 전자를 무시하는 일이 발생한다”

“단시간 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은 헛소리일 뿐이다. 조합이 노동자들 옆에 항시 존재하며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신뢰가 쌓였을 때 서서히 변화가 찾아온다. 단순 투쟁보다 노동시장 문화 발전이 더욱 중요한, 확실한 개선책이다”


다만 그의 생각 속에는 ‘노동조합 활동’과 ‘노동운동’의 경계선이 분명히 존재한다.

“노동조합이 직업이 되면 안 된다. 노동 운동가라면 현장의 정서를 담을 수 있어야 하며, 현장의 가치를 가지고 노동자들의 앞에 서는 것이지, 직업 활동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나 역시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문제를 잘 마무리하고 언젠가는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때 현장에 머물던 누군가가 또다시 대변자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편, 마지막으로 황창훈 위원장은 교육 시장에서 종사하는 노동자로서 교육기업들에 한 가지 조언을 남겼다. 성과 중심 경영은 노동자들도, 교육의 참된 가치도 지켜낼 수 없다는 내용이다.

“비록 누군가는 우리를 무시할 수 있지만, 우리 역시 아이들에게 ‘교육’을 하는 직업이다. 그런데 기업에서는 ‘오늘 아이와의 수업이 어땠냐’를 묻지 않고 ‘몇 명 가입 시켰냐’를 먼저 묻는다. 그런데 어떻게 ‘교육 기업’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겠냐. 올바른 기업 가치를 정립하는 것 역시 노동자들의 인식 향상, 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꼭 기억해 주길 바란다”


황창훈 위원장 약력
▲(현)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재능교육 도봉지소 교사
▲ 1999년 재능교육교사노동조합(현 전국
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가입
▲ 2004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 위원장
▲ 2005년 재능교육교사노동조합 조직부장
▲ 2011년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서울경기본부 본부장
▲ 2013년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서울경기본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 2014년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서울경기본부 본부장
▲ 2016년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위원장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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