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고 거래 사이트 캡처화면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쇼박 팔아요” “깊박 팔아요” 최근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확산되고 있는 신종 금융 거래 게시글의 제목이다. 쇼박(쇼핑몰 박스) 거래는 실제로 물건이 오가지 않으며 돈을 빌려주면 이자를 붙여 정해진 기간에 되갚는 방식이다. 깊박(기프티콘 박스)도 쇼박과 비슷한 거래 방식이지만 돈 대신 기프티콘을 되갚는다는 점에서 다른 성격을 지닌다. 문제는 이러한 온라인 신종 금융 거래들이 10~20대가 주로 이용하며 대부분 최고 금리를 넘어서 불법으로 규정된다는 점이다.

“먹튀‧잠수 고객 많아 신분증, 등본 등 개인정보 수집해”
10~20대에서 주 거래···초‧중학교 학생들도 이용한다?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 들어가 쇼박, 깊박을 구매‧판매한다는 게시물을 클릭해보니 ‘쇼박’, ‘추금’, ‘깊박’ 등 이름만으로는 생소한 용어가 가득했다.

쇼핑몰 박스는 ‘금전거래’의 은어이며 돈을 빌려주면 이자를 붙여 정해진 기간에 되갚는 신종 고리대다. 예를 들어 이자로 이득을 취하려는 구매자(돈을 빌려주는 사람‧채권자)나 돈이 필요한 판매자(돈을 갚는 사람‧채무자)가 중고 거래 사이트에 글을 올리면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돈을 빌리고 초기에 정했던 상환 날짜에 이자를 붙여 되갚는 방식이다. 일반 중고거래와 다르게 실제 물건이 아닌 돈이 오간다. 판매자는 가상의 물품(쇼핑몰 박스)이 실제로 있다는 생각하에 돈을 받는(빌리는) 형식이다 보니 판매자로 불린다. 그러나 돈을 갚을 때는 채무자나 다름없다.

기프트 박스는 쇼박과 거래 방식은 같지만 상환 시 돈 대신 구입 금액보다 더 높은 가격대의 물품과 교환할 수 있는 기프티콘을 보낸다. 언뜻 보면 마치 문화상품권 현금교환 거래와 비슷한 맥락을 보이지만 돈을 빌리고 이자를 붙여 기프티콘으로 갚는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추금(추가금액)은 이러한 거래를 할 때 추가되는 비용인 ‘이자’를 뜻한다.

이런 거래는 중고 거래 사이트와 10~20대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뤄진다. 거래글은 하루에 수십여 건 이상 올라오고 있다.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쇼핑몰 박스를 구매한다는 이용자에게 연락을 취해봤다. 그는 거래 전부터 신분증, 등본 등 여러 개인정보를 요구했다. 기자는 신분을 밝히고 쇼핑몰 박스 거래 방식에 대한 질의를 해 봤다.

고등학생인 구매자 A씨는 “기본적으로 (쇼핑몰 박스) 구매 전 신뢰를 위해 판매자에게 연락처, 신분증, 등본 등을 요구한다. 판매자가 청소년이면 청소년증이나 학생증, 학교, 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아이디 등으로 각종 인적정보를 확보한다”며 “(쇼핑몰 박스 거래) 초창기 때는 일반 중고거래처럼 세부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던데 최근에는 (일명) 먹튀(돈을 떼어먹고 행방을 감추는 행위)나 잠수(종적을 알리지 않고 숨는 행위) 판매자가 많아져서 이러한 정보 없이는 거래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를 수집한 뒤 먹튀‧잠수 판매자가 생기면 연락처나 SNS 메시지 등으로 1차 연락을 취하고 그래도 안 되면 등본상의 주소로 찾아가거나 개인 정보를 유포하겠다며 협박한다. 돈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다”며 “가끔은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이 판매를 하겠다고 연락이 온다. (돈을) 갚을 능력이 될까 싶어 ‘왜 판매를 하느냐’고 물으면 ‘아이돌 공연 티켓 구매’, ‘친구 생일선물 구매’ 등의 이유라고 설명한다. 대부분 급전이 필요할 때 거래한다. (내가 판단할 때) 거래자는 10대가 가장 많은 것 같고, 20대 이상이 그 다음이다”라고 전했다.

판매자가
구매자 되기도


이런 신종 거래들은 일반 대부업과 달리 소액인 경우가 많지만 이자가 높아 최고 금리를 넘어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행법상 대부업체 27.9%, 개인 간 거래 25%를 최고 금리로 지정하고 있으나 연리 1000%가 넘는 거래가 있는가 하면 구매자들은 2배로 불려 갚아야 한다는 조건까지 내걸고 있다. 이러한 고리대금은 불법으로 규정된다.

그러나 은행 대출이나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 없는 환경(학생‧저신용자 등)에 처한 사람들은 쇼핑몰 박스가 정해진 규제 없이 온라인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너도나도 거래에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A씨는 “(쇼핑몰 박스) 판매자가 구매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나와 거래했던 판매자의 아이디, 연락처 등을 커뮤니티 검색창에 쳐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어느 정도의 돈만 있으면 소형 은행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쇼핑몰 박스 거래를 하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 쇼핑몰 박스를 구매해 (판매자에게) 돈을 빌려준 후 생활비가 부족해 (쇼핑몰 박스를) 판매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돌려막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말한 기프티콘 박스 거래도 온라인에서 성행 중이다. 기프티콘 박스 거래를 이용하는 이유는 돈을 빌린 뒤 갚을 능력이 없어 본인 또는 부모 명의의 휴대전화 소액결제‧신용카드 등으로 기프티콘을 구입해 돈을 갚는 것이다. 일종의 돌려막기 수준이다. 이러한 거래들은 쇼핑몰 박스와 마찬가지로 10~20대 들이 주 고객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거래들이 허가나 정확한 안내선 등이 없어 고리대금 거래가 비일비재하다며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쇼박’ 악용
‘먹튀’ 범죄 기승


신종 고리대 금융거래 등이 급증하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기 사건도 발생한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쇼핑몰 박스로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사기)로 20대 여성 B씨를 지난 6월 13일 붙잡아 구속했다.

B씨는 지난해 4월부터 올 4월까지 인터넷 중고 거래 카페 등에서 금융사기를 벌여 대학생 C씨 등 147명으로부터 모두 2349만5378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B씨는 인터넷 카페에 ‘쇼박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리면서 돈을 돌려줄 것처럼 C씨 등을 속여 계좌이체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B씨는 C씨 등에게서 받은 돈을 반환하지 않고 허위 거래로 챙긴 돈을 생활비 등으로 모두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지난해에도 같은 수법으로 인터넷 금융사기를 벌이다가 2차례 붙잡혀 벌금형을 선고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C씨 등은 대부분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수중에 있는 현금을 조금이라도 불리기 위해 쇼핑몰 박스 거래를 하다가 돈을 날렸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B씨는 쇼핑몰 박스 거래 이외에도 기프티콘을 저렴하게 판다면서 피해자들을 속였다”며 “이런 인터넷 금융거래는 실명을 밝히지 않고 온라인 대화 등을 통해서만 이뤄지기 때문에 돈을 보낼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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