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결심공판이 마무리되면서,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를 두고 세간의 이목이 몰리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의 핵심 쟁점은 뇌물(공여)죄 성립 여부인데 ‘직접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아 무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과 ‘뇌물(공여)죄는 정황증거만으로도 유효하다’는 주장이 상충하고 있다. 아울러 법적 판단 이외, 경제적 측면으로 봤을 때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된다면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명확한 증거 없다” vs “정황상 증거 있다”
법적 판단 떠나 경제계 미치는 영향 막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7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재산 국회 도피, 범죄수익 은닉 혐의 등을 적용했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 사태를 몰고온 최순실 씨에게 433억여 원의 뇌물을 제공하거나 공여를 약속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 합병 문제 등 현안을 이미 알고 있었고, 이후 독대라는 ‘부정적인 방법’을 거쳐 승마 지원이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다만 검찰 구형에서 특검이 전면에 내세운 부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재산국외도피의 죄’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는 특검이 더 무거운 형량을 요구하기 위해 뇌물공여 대신 재산국외도피의 죄를 앞세웠다는 분석이다.

법원의 뇌물공여죄에 대한 기본 양형은 2년 6개월에서 3년에 불과하지만, 특경가법 상 ‘재산국외도피죄’의 형량은 50억 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질적으로 재판부가 고심하는 문제는 뇌물공여죄 성립 여부라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뇌물공여죄가 성립되지 않으면 재산국외도피죄의 성립도 어려우며, 뇌물공여죄가 성립한다면 재산국외도피죄의 요건도 갖춰진다.

뇌물죄 성립 여부가 ‘관건’

그러나 이를 두고 삼성은 ▲ 최순실 등의 강요에 의해 지원 ▲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 승계에 도움받은 적이 없음 ▲ 전적으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 주도로 진행된 점 등을 주장하고 있다.

또 삼성은 특검이 명확한 증거 없이 정황적 증거만으로 일방적인 추측을 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이재용 부회장도 최후진술에서 “제가 사익이나 개인을 위해 대통령에게 부탁하거나 기대한 적이 결코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우리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겠느냐. 정말 억울하다. 오해만은 풀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경영 승계에 대해서도 이재용 부회장은 대내외적으로 총수 이미지를 고착화한 상황이었던 만큼 시급한 현안 자체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이재용 부회장도 다수 계열사의 현안과 관련해 “경영 승계와는 무관하다”며 특검의 기본 전제 자체가 틀렸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삼성물산 합병 건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 이후 되려 ‘무리한’ 추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보였고, 지주회사 전환 건은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한 현안으로 회사에서도 추진을 포기했다는 점을 짚었다.

삼성은 적극적인 해명과 더불어 철저한 선 긋기에도 나선 모습이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은 피고인신문에서 자신이 정유라 승마 지원에 관해 이 부회장에게 보고를 누락했다면서 자책했다.

그러면서 최지성 전 실장은 최후진술에서도 “제 짧은 생각과 ‘내가 알아서 하면 된다’는 독선, 법에 대한 무지”를 강조하면서 “삼성의 책임을 물으려면 늙고 판단력이 흐려진 저에게 물어 달라”고 덧붙였다.

결국 삼성은 부정 청탁의 범위를 전면 부인하는 동시에 이재용 부회장 지키기에 모든 힘을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주장을 재판부가 어디까지 인정해줄지는 오는 25일 선고공판을 지켜봐야 한다.

이재용 없는 경제계 ‘우울’

한편 법적 판단을 차치한다면 이재용 없는 삼성, 이재용 없는 경제 시장을 두고 심각한 우려의 시선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재계 서열 1위 삼성의 총수가 경영 활동을 할 수 없다면 그 여파가 심각할 것이며, 이미 현실에서 방증되고 있다는 목소리다.

사실상 삼성이 가지고 있는 중요 현안들이 계류된 모습이 보인다.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대규모 투자부터 중단됐다.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의 영향으로 필요한 수준에서만 투자를 하는 모양새다.

인수합병 역시 멈춰 섰다. 삼성은 지난해 80억 달러(약 9조4000억 원)에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하는 대규모 인수합병을 진행한 바 있지만 올해는 삼성의 인수합병 소식을 듣기 힘들 전망이다.

삼성은 적절한 M&A 대상이 없기 때문에 중단됐다고 하지만 의사결정권자인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추측이다. 아울러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건설 추진, 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사업 인가에 대한 심사 보류 등 삼성그룹 전반에 걸쳐 문제점들이 우후죽순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갤럭시 노트8 공개와 지난해 실시하지 못했던 사장단 인사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삼성을 넘어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글로벌기업인 삼성의 총수가 없어진다면, 국제 경제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신뢰도 하락이 우려된다. 국내에서는 반 기업 정서가 확산될 수 있다는 걱정도 앞선다.

당장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 호황을 업고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총수의 공백으로 빚어진 사업 차질로 인해 수년 뒤 경쟁력 훼손을 일으키고, 이는 도미노 현상처럼 우리나라 기업들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분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입지를 굳힌 데는 ‘오너의 책임 경영’도 분명히 한몫했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으로 인해 근간이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삼성이 우리나라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고려되어야 할 때”라고 평가했다.

때문에 오는 25일 있을 재판부의 선고는 법리적 해석을 넘어 우리나라 경제계를 좌지우지할 판단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은 공식 입장을 최종선고 이후로 유보한 상황이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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