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배덕광·현기환·허남식… 엘시티 비리 정치인 모조리 ‘실형’
‘서병수 손보기’ 들어간 홍준표, ‘PK 대안’ 노리는 유승민계


[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야권이 ‘엘시티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지난 3월 20일 야 4당이 엘시티 특검 도입을 추진키로 합의한 이후 약 4개월여 만이다. 이번에는 정의당도 가세했다. 최근 엘시티 비리에 연루된 인물들에게 중형이 선고되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엘시티 비리가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을 당시 정치권엔 ‘경남고 인맥’이 큰 줄기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야권이 이를 고리로 일 년이 채 남지 않은 2018 지방선거를 앞두고 ‘엘시티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며 정부·여당에 공세를 취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PK를 지역 기반으로 삼고 있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오히려 특검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는 데는 그들 나름의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부산 엘시티 비리 사건과 관련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특검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당·바른정당·정의당
“특검 여야 합의 지켜야…”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지난 6일 논평을 통해 “최근 부산 엘시티 비리에 연루된 인물들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며 “그러나 엘시티 시행사인 이영복 회장의 비자금 사용 출처, 정경 유착 관계자들의 개입 과정 등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턱없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상당수 제기됐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적폐 청산을 강조해 온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에도 유독 이 특검 문제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여론’에 민감한 정부가 유독 엘시티 비리에 대한 특검에는 여야 합의와 국민의 목소리에 따르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5일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통령 탄핵 사태와 대통령 선거를 거치며 사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멀어져 갔다”며 “4당 원내대표는 대선 직전 3월 20일 대선 후 특검을 도입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대선이 지났지만 3개월이 되도록 이에 대한 이야기는 일언반구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보수 야당뿐만 아니라 정의당도 특검 실시를 촉구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정의당 부산시당은 지난 4일 논평을 내고 “엘시티 사건은 몇몇 인사들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엘시티를 둘러싼 적폐가 뿌리 뽑히기를 부산시민들은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치권의 잇따른 특검 실시 요구는 최근 부산 엘시티 비리에 연루된 인물들이 재판에서 잇따라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지법 형사 5부(부장판사 심현욱)는 지난 4일 3선 해운대구청장과 재선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엘시티 시행사 회장 이영복(67·구속 기소) 씨로부터 7000만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자유한국당 배덕광(69·부산 해운대 을) 의원에게 징역 6년과 벌금 1억 원을 선고했다.

올 4월 서병수 부산시장의 최측근인 김 모(65) 전 포럼부산비전 사무처장을 시작으로 현기환(58) 전 청와대 정무수석, 정기룡(60) 전 부산시 경제특보, 허남식(68) 전 부산시장과 배 의원이 모조리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현 전 수석은 3년 6개월, 허 전 시장은 3년 실형이다.

이들 가운데 최측근이 실형을 선고받은 서 시장과, 정 특보는 부산 경남고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해운대 엘시티 특혜를 주는 데 일조한 부산 도시공사의 사장으로 있었던 이종철 씨 역시 경남고 출신이다.

지난해 엘시티 비리가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을 당시 ‘몸통’인 이영복 회장이 부산 내 결속력이 강하고 상명하복이 확실한 경남중고 정관계 인맥을 통해 각종 특혜를 받기 위해 로비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대두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지난 3월 국민의당이 엘시티 특검을 가장 먼저 요구했을 때도 여의도에는 “국민의당은 한국당과 민주당 PK세력이 엘시티 비리에 깊숙이 연루됐다고 판단하고 두 세력을 동시에 겨냥해 엘시티 특검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야당의 엘시티 특검 주장에 대해 7일 성명을 내고 “권력형 비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부산시당은 “현재 진행되는 엘시티 관련 재판에서 허남식 전 부산시장과 자유한국당 배덕광 국회의원,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비리 연루자들에게 잇따라 중형이 선고됐다”며 “이는 그동안의 검찰 수사와 기소 내용이 사실임이 확인된 것이고, 전방위로 이뤄진 특혜 로비와 불법 비리가 증명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시당은 “여전히 미진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 민주당은 특검이든 최근 시민단체에 의해 재고발된 혐의에 대한 검찰 재수사든, 무엇이든 환영한다”고 밝혔다. 특히 부산시당은 “한국당이 만에 하나 엘시티 특검을 당내 권력 투쟁의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면 권력형 비리조차 물타기를 통해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야권 내에서도 PK를 주요 기반으로 하는 한국당과 바른정당 두 보수 야당이 엘시티 특검 도입에 유독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보수 야당의 이 같은 공세를 “물귀신 작전”으로 평가했다.

해당 관계자는 “특검을 도입해 비리 연루자들을 발본색원한다면 PK를 지역 기반으로 삼고 있는 보수당의 출혈이 더 클 것은 자명하다”라며 “그러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땅히 정부·여당에 공세를 취할 게 없는 이들 입장에선 육참골단(肉斬骨斷)의 마음으로 공세를 취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물론 보수 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에 공세를 취하면서 야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손익 계산이 맞지 않다는 관망도 있다. 보수당 입장에선 이들이 정조준하고 있는 민주당 경남고 인맥에 상처를 낸다 할지라도 PK를 지역 기반으로 삼고 있는 자신들은 엘시티 비리에 전혀 관련이 없다고 확신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크기의 치부가 드러난다 할지라도 여론이 어떻게 형성될지는 짐작이 가능한 상황이다. 혹여나 특검이 도입된 이후 자당 PK 의원들의 비리가 상대적으로 더 부각된다면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동료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과 기름 홍준표·서병수, ‘사사건건’ 충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한국당과 바른정당 지도부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존의 PK 주류 세력들을 붕괴시키기 위해 ‘엘시티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는 추측이 나온다.

우선 당 장악에 사활을 걸고 있는 홍준표 대표가 서병수 부산시장의 측근이 실형을 선고받은 것을 고리로 서 시장 견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두 사람은 경남도지사와 부산시장 시절 신공항과 물 문제로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불협화음을 냈던 관계다.

지난 7월 19일에도 홍 대표와 서 시장은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과 찬성을 두고도 갈등을 표출했다. 문재인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 결정에 서 시장이 환영 입장을 밝히자 홍 대표는 공식 석상에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홍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ㆍ재선의원 연석회의 비공개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당의 입장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서 시장 사례를 거론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에 한국당 일각에서는 “홍 대표가 ‘서병수 손보기’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혜훈 대표 체제로 들어서면서 김무성계가 사실상 와해되고 유승민계가 당 장악에 성공한 바른정당 역시 서 시장의 측근이 실형을 선고받은 것을 기점으로 한국당과 민주당을 함께 ‘적페세력’으로 몰아 PK 대안세력으로 부상하겠다는 정치적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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