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결선 투표·TV 토론·대선 백서

왼쪽부터 안철수, 정동영, 천정배, 이언주 후보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국민의당 당권 레이스가 본격 대장정에 올랐다. 이번 당권 경쟁은 안철수 전 대표·정동영 의원·천정배 의원과 막판 이언주 의원의 출마 선언으로 4파전으로 치러진다.

대선 패배와 조작 사건 여파로 출마가 불확실했던 안 전 대표가 지난 3일 전격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당권 경쟁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당권 레이스에 막판 합류한 이언주 의원의 출마도 변수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당은 특히 안 전 대표 출마를 반대하는 세력과 찬성하는 세력이 둘로 나뉘어 정면 대립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 대표는 국민의당 생사의 키를 쥔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무거운 자리가 될 전망이다. 2주 앞으로 다가온 8·27 전당대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鄭·千 연합 vs 安 독자…막판 이언주 출마 변수될까
총 8차례 TV토론 ‘주목’…단일화 여부 최대 관심
“그래도 安이 대표 주자” vs “석고대죄 할 사람이 출마하나”
둘로 나뉘어 극한 노선투쟁 벌일 듯…쇄신 목소리 지속 거론

 
당권 주자 4인이 지난 10·11일 후보 등록을 마침에 따라 본격 경쟁이 시작됐다. 당초 정동영·천정배 의원에 김한길 전 대표, 문병호 전 최고위원까지 4파전으로 예상됐으나, 안철수 전 대표의 돌발 등판과 이언주 의원의 막판 합류로 당권 경쟁이 급격히 재편됐다. 김 전 대표는 10일 불출마를 선언했고, 문 전 최고위원은 안 전 대표를 돕기로 했다.
 
무엇보다 안 전 대표의 출마로 당권 경쟁 구도는 단순해졌다. 안 전 대표의 출마를 지지하는 친(親)안파와 출마를 반대하는 반(反)안파의 구도다. 당내 계파 싸움도 수면 위로 떠올라 극한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초재선·비례·수도권 중심 의원들과 호남 중진 의원들이 당 노선과 정체성을 놓고 치열한 투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安 1강 鄭·千 2중
‘이언주 변수’는 글쎄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주요 변곡점에 따라 여론이 요동칠 전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재 안 후보가 앞서나가고 정동영·천정배 후보가 추격하는 1강 2중 구도로 보고 있다. 이어 대표적 친안계로 꼽히는 이언주 의원의 출마는 안 후보의 표를 잠식해 안 후보의 과반 득표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당권 경쟁에서 결선 투표제·단일화·TV 토론 등은 당 대표 운명을 가를 중대 변수가 될 것이란 평가다. 국민의당이 이번 당 대표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함에 따라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또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하는 정동영·천정배 후보의 단일화 여부도 최대 관심사다.
 
각 후보 진영에서는 저마다 손익계산을 하고 있지만 결선 투표제는 현재 앞서나가는 것으로 평가받는 안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안 전 대표의 인지도 등이 높긴 하지만 안 후보의 출마 자체를 반대하는 당내 여론이 만만찮아 1, 2위 후보가 결선 투표를 치른다면 ‘반안’ 쪽으로 표심이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 측에서도 이 부분을 의식하고 있다. 안 후보 측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문병호 전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정동영 천정배 의원이 결선 투표제를 이용해 단일화해서 마지막 결선에서 1:1로 붙어 뒤집으려고 하는 그림이 펼쳐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하지만 문 전 최고위원은 “오히려 결선 투표제로 1차에서 끝내자는 안철수 지지자들이 결속해 1차에서 끝낼 수도 있다”며 “안 전 대표가 1등으로 당선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단일화 여부에 대해 두 후보는 가능성을 남겨두는 발언을 해 단일화 불씨는 현재 살아있는 상태다. 정 후보는 “필요성을 인정한다”, “후보 등록 이후 언급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천 후보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했다. 두 후보 모두 선거 초반이기 때문에 직접적 언급을 차단하고 있지만 변곡점이 발생하면서 선거 막판 당심(黨心)이 요동칠 경우 전격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대 8차례 진행될 TV 토론은 또 다른 중대 변수로 꼽힌다. 국민의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국 순회 합동유세를 하지 않고 후보자들 간 토론을 늘리는 방식을 채택했다. 개별 후보들의 일방적인 얘기가 아니라 각 후보 간에 치열한 토론 과정을 통해, 누가 당 위기를 돌파할 적임자인지 당원들이 판단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국민의당의 입장이다.
 
이번 당 대표 선거가 당원 대상으로만 치러지긴 하지만 지상파·종편 등에서 진행될 이번 토론회를 통해 일반 국민에게도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TV 토론 방식에 집중한 주요 이유로 보인다.
 
안 후보를 추격 중인 정동영 천정배 후보는 TV 토론을 주요 승부처로 보고 있다. 안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TV 토론에 허점을 드러낸 만큼 두 후보는 TV 토론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안 후보의 출마가 명분이 없음을 알리고 ‘탈호남’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점도 공격 대상으로 삼아 ‘반안’ 표심을 자극할 예정이다.
 
안 후보는 이번 기회를 통해 TV 토론에 약하다는 지적을 극복하고 자신의 당 대표 출마 이유에 대해 호소하는 한편, 본인이 당 위기 극복의 적임자임을 강조할 계획이다.
 
격화되는 세 대결
“安에 긍정 흐름 vs 어불성설”


조만간 발간될 대선 백서도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선 패배 원인 등을 분석한 자료인 만큼 대선 후보였던 안 후보의 ‘책임론’이 재차 불거질 전망이다. 백서에는 안 후보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세력 간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원내외 인사들은 세 규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친안계인 한 당직자는 통화에서 “정동영 천정배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민주당과 (통합) 협상하고 그러면 국민의당 가치가 없어진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 존재한다”며 “솔직히 초기에는 안 대표 출마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강했으나 (안 전 대표가) 완주 의지를 내비침에 따라 기류가 긍정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친안계 한 초선 의원도 “처음에는 의견이 분분했으나 (안 전 대표가) 결국 나왔기 때문에 이제는 도와드리는 수밖에 없다는 여론이 강하다”면서 “초재선 비례의원들은 안 후보를 대표 주자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반안’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상돈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안 후보가 이번 선거의 출마 자격이 없다고 거듭 비판했다. 이 의원은 “대선 패배와 특히 제보 조작 사건으로 당 지지도가 바닥을 쳤는데 그 책임의 90%가 안 전 대표에게 있다”면서 “자신이 제1호로 영입한 이준서라는 사람이 1년 이상 당 지도부에 있다가 이런 사고 낸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석고대죄할 입장이지 본인이 당 대표가 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최근에는 전당대회 실무 준비를 맡은 인사들이 줄 사퇴로 실력 행사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7일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황주홍 의원과 부위원장 조배숙 의원, 홍보분과위원장인 장정숙 의원이 직을 사퇴했으며, 앞서 3일엔 당 선관위 투개표 분과위원장인 김경진 의원도 사의를 표명했다. 이들은 모두 안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탈당·분당 사태 벌어지나
“이번 기회에 정리돼야”

 
안 후보는 이번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극중주의’를 언급했고, “함께 하는 정치 세력을 두텁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민주당 색채가 짙은 당 좌측 노선을 우측으로 옮기는 한편, 제3당으로서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 의미라는 해석이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물밑에서 정책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안 후보 측 측근들도 통합한다면 민주당보단 바른정당과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경우 탈당과 분당은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상돈 의원은 “(안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무게감 있는 의원들이 다 안 전 대표에 대해 비판적이고 회의적이기 때문에 당을 정상적으로 끌고 갈 수 없고 결국에는 끝까지 가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르면 전당대회 전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며 ‘호민련’(호남+자민련)의 등장 가능성을 점쳤다.
 
이와 관련해 안 후보 측에서는 최대한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최후에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 후보 측 당직자는 “가장 좋은 것은 양측이 잘 봉합을 해서 새로운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라면서도 “안 된다면 이제는 과감히 결단해야 한다. 대충 덮고 가는 식으론 안 된다”고 했다. 친안계 초선 의원은 “나갈 사람은 나가고 민주당 갈 사람은 가고 갈등만 증폭시킬 수 있는 요소는 이번 기회에 정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국민의당이 전면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9일 당 혁신위원회가 주최한 ‘국민의당 어디로 가야 하나’ 혁신의 길 토론회에서도 비판과 변화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다수의 국민들은 국민의당이 무슨 정당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중도와 중립은 ‘손에 잡히지 않는’ 의미이므로 ‘정책’을 통한 중도정치의 이미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호남에만 갇혀 있을 경우 당 경쟁력과 기대감이 사라지므로 전국 정당화가 필요한데, 호남권 영향력을 지리적으로만 해석하지 말고 수도권의 출향 인사를 포함한 전국적인 영향력으로 재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등 전국에 있는 호남 출신 새 인물들을 중용하거나 발굴·육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어 배 본부장은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영남권으로 외연을 확대해 다수의 당선자를 배출했다”며 “국민의당은 (특히) 수도권에서 안철수 전 대표 외에 영향력이 없는 환경에 대한 위기 인식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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