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정치환경 따라 위상 변화… 김정은체제 들어 위상 부활
‘무소불위’ 당 조직지도부 최고 권력 축으로 자리매김


북한(北韓) 노동당의 70년 역사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代) 세습체제의 권력 장악과 궤를 같이한다. 북한 노동당은 사회의 정점인 수령의 일인지배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수단이다. 북한 매체들이 노동당을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당이라고 외치는 데서 잘 드러난다.

또 노동당 전문부서인 조직지도부는 김정일 일인지배체제 구축과정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고 현재도 김정은 유일영도 확립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1945년 10월 10일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으로 출범한 북한 노동당은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북한을 이끌어가는 하나의 집단지도체제이자 진정한 영도집단이었다.

노동당에 다양한 정치적 지향을 가진 세력들이 존재해 전원회의, 정치국, 중앙군사위원회 같은 협의체가 정상 가동됐고, 협의체에서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정책 토론과 다수결에 의한 의사 결정도 허용됐다. 그러나 1967년 제4기 15차 전원회의를 끝으로 김일성의 정적이 모두 숙청되면서 노동당은 수령의 유일독재체제를 실현하는 무기로 변질됐다.

특히 김정일이 1974년 김일성의 후계자로 내정돼 당권을 장악하면서 전원회의, 정치국 등 당의 집단지도체제 기능은 수령의 결정을 추인하는 거수기로 전락했다. 노동당의 주요 기능인 정책 수립 및 결정 기능은 각 분야에 대한 김정일의 직할통치, 측근통치로 대신했다. 그러면서 노동당의 핵심 기능은 ‘당 생활지도’라는 미명 하에 북한 사회 전반에 대한 장악·통제의 수단으로 바뀌었다.

1998년 공식 출범한 김정일 체제에서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김정일 뿐이었고 정치국과 당중앙 군사위 개최 소식은 들리지도 않았다. 아울러 ‘선군정치’가 도래하면서 김정일의 직할통치로 대신하던 노동당의 정책 기능은 국방위원회로 이전됐다. 북한의 통치구조가 노동당의 장악·통제 기능과 국방위원회의 정책지도 기능으로 양분화된 셈이다. 김정일 체제에서 군부의 위상과 영향력 확대는 이같은 국방위원회의 정책지도 기능이라는 배경 속에서 나왔다.

그러나 김정일의 와병과 사망으로 김정은 정권이 불과 3년의 후계기간을 거쳐 2012년 공식 출범하면서 폐업 상태였던 당 대표자회와 전원회의, 정치국과 중앙군사위원회 등 협의체가 다시 가동됐다. 국방위원회로 이관됐던 정책지도 기능이 당으로 환원되고 노동당은 다시 정책 기능과 장악·통제 기능을 모두 가진 통치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는 정치적 경험과 권력 기반이 전무했던 김정은 체제의 안정과 3대 세습체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유일한 정치적 대안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층 탈북자는 “권력 기반이 없는 김정은 체제에서 군부 주도 국방위원회의 정책 기능을 방치할 경우 권력의 중심이 군부로 넘어가 김정은 체제의 연착륙을 위협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김정일 체제에서 영향력이 커진 군부 핵심 인사들을 정치국과 중앙군사위에 대거 포진시켜 당이라는 제도적 틀안에 끌어들임으로써 통제할 수 있게 됐다. 결국 김정은 체제에서 노동당은 더욱 막강한 기능을 갖고 김정은 유일지배체제 구축을 위한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당 정치국과 중앙군사위가 다시 가동되고 있지만 여전히 김정은의 의도와 구상을 당의 정책과 결정이라는 이름으로 형식적인 추인 기능을 하고 있을 뿐이다. 김정일이 김일성의 후계자로 내정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조직지도부 등 노동당 내 전문부서의 위상과 기능은 내각 부처들에 밀렸다.

1972년 주석제가 도입되기 이전 김일성이 노동당 총비서와 내각 수상(총리)을 겸했기 때문이다. 내각 인사는 전적으로 내각에서 기안해 당 정치국 회의에서 추인했다. 그러나 주석제가 도입되고 김정일이 당 조직비서에 오르면서 정치국보다 당 비서국 산하 조직지도부의 권한과 위상이 강화됐다.

조직지도부는 간부와 당원을 포함해 전 주민에 대한 장악·통제와 인사권을 가진 권력의 핵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평양으로부터 산간오지에 이르기까지 거미줄처럼 촘촘한 장악·통제 체계를 갖추고 최고지도자의 눈과 귀가 됐다.

반면 내각은 산하 간부들에 대한 인사권조차 없는,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는 무력한 내각으로 추락했다. 이에 따라 내각 등 행정간부는 아무리 직급이 높아도 말단 당 간부의 위상보다 낮은 기이한 구조가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장관급인 내각의 상을 지내다 차관급인 당 부부장으로 임명되면 승진하는 것이 되고, 당 부장을 하다가 내각 부총리로 가면 좌천으로 인식될 정도다. 특히 당 조직지도부는 권력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위상과 권한은 내각 총리를 뛰어넘고 부총리나 상은 국장급인 조직지도부 과장은 물론 말단 지도원보다 파워가 없다.

김정일이 1973년 조직비서 겸 조직지도부장에 올라 2011년 사망 때까지 무려 38년간 이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내놓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조직지도부의 권력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김정은 체제에서도 노동당과 조직지도부의 기능과 위상에는 변함이 없다.

정치적 기반이 허약한 김정은 체제가 대내외의 어려움 속에서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조직지도부가 있어 가능하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김정은 체제에서 조직비서와 조직지도부장의 자리는 여전히 공석으로 전해졌지만 제1비서인 김정은이 겸임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윤광제 작가  ily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