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프로이드 이전에는 신경정신과적인 질병을 성격, 종교적 이유, 빙의 등 비과학적인 형태로 이해해 오해와 편견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에 따라 사회적인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그 원인과 결과 ·치료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외견상 단순 피로, 체력 소모 등의 증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할 경우 치료도 힘들뿐만 아니라 원인 자체도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도화되고 집중화되는 현대 사회의 특성상 과거에 비해 우울증을 앓는 환자들도 많아지고, 이로 인해 자살로 이어지는 불행한 사태가 나날이 증가하여 사회적인 문제로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울증은 기분장애의 일종으로 우울한 기분으로 인해 거의 모든 활동에 흥미를 잃고 즐거움이 감소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갖는 상태다. 이로 인해 식욕, 체중, 수면, 정신운동 활동 변화, 무가치감, 죄책감, 생각과 집중과 결정의 어려움, 죽음에 대한 생각 또는 자살 계획 및 시도 등의 다양한 증상들을 포괄하는 정신장애이다.

주요 우울장애의 유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국내의 경우 2001년 4.6%였던 평생 유병률이 2006년 6.2%, 2011년은 7.5%로 증가하였고 2011년은 2006년 대비 21.0%의 증가를 보였다. 남녀 모두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며 특히 여자의 경우 평생 유병률이 9.1%로 나타나 10명 중 1명꼴로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우울증에 이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들이 감수성이 풍부하고 특히 출산, 분만, 육아의 과정을 거치면서 호르몬의 변화와 개인 생활적인 변화에 기인한 면이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기분장애로 진단되어 발생한 진료비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08년 508여 억 원에서 2011년 약 732억 원, 2012년 약 826억 원으로 증가했다.

최근 경제적 불황과 양극화, 계층이동의 고착, 노령화 문제 등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개인이 받는 스트레스가 날로 증가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우울증이 심각한 사회적, 보건적 이슈로 떠올랐다. 2014년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58만 8155명으로 2005년 보다 35%가량 많아졌다. 우울증 및 이로 인한 자살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2007년 7조 3367억에서 2011년 10조 3826억으로 5년간 41.5% 증가하여 더 이상 우울증이 개인과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울증은 생화학적 이상, 호르몬 변화와 같은 생리적 요인, 실직 등 사회경제적 상황, 개인적 성향과 스트레스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생겨나는 질병이다. 우울증에 대한 유전학적 연구에서 가족 구성원 중 우울증 환자가 있을 경우, 우울증 발병위험도가 2~3배 정도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쌍생아 유전 역학연구에서는 유전적 요인이 우울증 발병 원인의 약 4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우울증에 대한 신경생물학적 연구에선는 뇌 영상 기기를 통해 우울증 환자의 뇌내 변화가 보고되었다.

또 사회심리학적 요인, 환경적 요인에 의해 우울증 발생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가족 구성원의 사별, 이별, 경제적인 문제, 실패 경험, 스트레스 등이 우울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42.6%에 달하는 환자가 상담치료, 식이요법, 운동, 종교적 수양 등 정신과 진료 외에 다른 치료 수단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울증이 단순한 항우울제 복용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비약물 요법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며, 상당수의 환자가 한의원 치료 경험이 있다. 즉 우울증의 치료에는 한의학을 비롯한 스포츠,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융합적 접근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양의학적인 치료는 신경전달물질체계에 따라 여러 약물을 사용하고 있는데 항우울제는 일반적으로 효능이 수일에서 수주에 걸쳐 나타나므로 최소 4~6주 정도는 복용을 해보아야 약물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약물 용량을 늘리거나 교체 등으로 인하여 호전 시까지의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우울증이라는 병명은 존재하지 않으나 예로부터 ‘울증(鬱證) ’,‘전질(癲疾)’,‘장조(臟躁)’,‘백합병(百合病)’등의 용어로 우울감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병증을 묘사하고, 이들 병의 원인, 기제, 치료방법을 체계적으로 제시하였다. 주로 정지불서(情志不舒), 기기울체(氣機鬱滯)를 병인으로 보았으며, 기혈불화(氣血不和), 음허화왕(陰虛火旺), 심신실양(心身失養)이 발병에 중요한 작용을 한다고 생각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에 와서도 우울증에 대한 이론, 임상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의학에서 우울증치료의 기분은 이기개울(理氣開鬱)로써 여러 탕약을 사용하고, 침구 치료로는 신문(神門), 내관(內關), 족삼리(足三里), 백회(百會)등 증상에 따른 혈자리를 선택해서 치료에 응용하고 있다.

우울증은 과거처럼 비과학적인 형태로 인식되지는 않지만 아직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한 원인도 여러 방면에 걸친 복잡하고 미묘한 질병이다. 그에 비해 개인적으로, 가족적으로, 사회적으로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큰 질환이다.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여 수수방관하고 과거처럼 감추는 행태에서 벗어나, 우울증도 감기처럼 질병으로 인식하여 한의학 양의학 모두 협조하여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선태하여 치료하고, 앞으로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늘어가는 우울증의 폐해를 하루라도 빨리 없애는 길이라고 생각된다.

<참보인 한의원 원장>

정리=김정아 기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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