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시절 규제 강화될까 서둘러 총기 구입
총기규제 반대 트럼프 시대에 사람들 느긋해져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스텀, 루거 앤드 코 주식회사(Sturm, Ruger & Co. Inc.)’는 미국 코네티컷 주 사우스포트에 본사를 둔 미국의 총기 제조 회사다. 미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냥 ‘루거’로 불린다. 이 회사는 1949년 알렉산더 맥코믹 스텀(1923~1951)과 윌리엄 B. 루거(1916~2002)가 창립했으며 1969년 상장회사가 됐다. 미국 정부기관인 알콜·담배·총기·폭발물단속국(ATF)의 2015년 통계에 따르면 루거는 미국에서 가장 큰 화기(火器) 제조업체이며, ‘스미스 앤드 웨슨’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권총 제조업체이고, 레밍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소총 제조업체다.

미국 총기업계의 맏형이라고 할 수 있는 루거에 요즘 비상이 걸렸다. 지난 3일 루거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자사의 2017년 2분기(4월~6월) 영업실적을 발표했다. 이날 루거가 공개한 2분기 회계장부에 나타난 매출은 1억3190만 달러(약 1483억 원), 당기순이익은 1020만 달러였다. 문제는 이런 영업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부진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2분기 이 회사의 매출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억6790만 달러와 2350만 달러였다.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22%나 떨어진 것이다. 이처럼 부진한 영업실적이 발표되자 루거 주식은 하루 만에 8.48% 폭락했다. 이로써 루거 주식은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부터 8월 3일까지 19% 가까이 떨어졌다. 루거 주식만 하락한 것이 아니라 경쟁업체인 스미스 앤드 웨슨 주식도 이날 덩달아 5.42% 떨어졌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선거유세에서 총기폭력을 중요 사안으로 다뤘다. 선거대책본부 웹사이트에서 클린턴은 범죄경력 조회 확대 적용 등 여러 총기규제 법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범죄자를 잡고 그들을 거리에서 쓸어내야지 왜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억압하나?”라며 총기규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랬던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는데 루거 등 총기 회사의 매출이 오히려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알고 보면 간단하다. 총기 소유에 대한 정부 규제(일부는 실제, 일부는 상상)를 겁낸 총기 애호가들이 오바마 임기(2009년 1월~2017년 1월) 동안 부지런히 총기를 구입했고 그 기간 총기 수요가 폭증하자 제조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열심히 총기를 판매했다. 2015년까지의 10년 사이에 총기 제조 면허를 받은 업체의 수가 무려 362% 증가했다.

하지만 이제 판매는 하락하고 있으며 총기소지 권리의 열렬한 옹호자인 트럼프가 백악관에 자리를 잡자 총기 보유 열기는 거품이 빠지고 있다. 뉴욕 주 코틀랜드에 있는 뉴욕주립대학 정치학과의 로버트 스피처 학과장은 “작년 대통령 선거 이래 추세는 총기 판매가 느슨해졌다는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가 떠나고 공화당이 미국 의회에서 상하 양원을 장악했다. 그런데 공화당은 총기 로비에 대단히 우호적이다. 그러자 총기규제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잦아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적어도 총기 판매 감소의 핵심적인 배경”이라고 최근 AP통신에 설명했다.

미국 플로리다 주 휴스턴의 소규모 총기업체 배틀 라이플사(社)의 생산부장 칼 소르켄은 “나중에 가면 총기를 구입할 수 없으리라는 우려 때문에 일단 총기를 사 놓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같은 이유에서 미국의 사격 스포츠는 폭발적으로 늘 것이다. 왜냐하면 사격할 수 있는 방법, 사격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해 이전만큼 규제를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소르켄 부장의 말은 사격용 라이플 수요는 살아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현재 미국에는 총기 제조업체가 거의 1만500곳 있다. 그 가운데 많은 곳은 2000년 이후 설립됐다고 미국사격스포츠재단의 래리 킨 부회장은 소개했다. 그 회사들 가운데 많은 곳은 장총(長銃)을 제조 품목으로 정했다. 왜냐하면 빌 클린턴 대통령(재임 1993년 1월~2001년 1월) 시절 취해진 “공격용 무기” 금지조처의 효력이 2004년 만료되었으며 정치인들이 그런 종류의 총기를 제한하겠다고 위협하자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사격 스포츠의 인기가 올라갔고, 참전 군인들이 전역 후 귀국하면서 그들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편하게 썼던 무기들을 미국 내에서 찾아 나선 것도 장총 수요를 끌어올린 요인이었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권총 판매는 거의 다섯 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장총 판매는 세 배로 증가했다.

배틀사(社)가 형체를 갖춘 것은 그런 총기 수요 급증의 와중에서였다. 창업자 크리스 쿠르자드코우스키는 2010년 경찰관 아들에게 장총을 한 자루 만들어 주려고 그의 집 차고에서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일을 시작했다. 이제 그의 작업실 전면(前面)에 있는 총기 판매 점포는 호화로운 소파와 TV, 커피 탁자를 갖춘 일류 매장이 됐다. 점포 후면(後面)에 있는 작업실에서 전원 남자인 직원들이 맞춤형 장총을 생산한다. 배틀사는 매주 약 7정을 판매한다. 가격은 700달러에서 최고 4000달러다. 이곳에서 만드는 총기의 약 60%는 경찰관들이 사 간다. 장총 가운데 기본적인 형태가 M16과 비슷하며 총기업계에서 ‘현대적 스포츠 라이플’이라고 부르는 AR형이 특히 많이 생산되는 이유는 그것이 특허권이나 상표권에 의해 보호받지 않기 때문이다. AR-10, AR-15는 원래 콜트사(社)의 제품 모델명이었다.

그랬던 것이 보호가 풀리자 이제 연방 총기 제작 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런 형태의 총기는 돈 많은 고객들이 주로 사간다. 총기 산업을 대변하는 미국사격스포츠재단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AR 소유자의 대다수는 압도적으로 남자이며 절반은 45~64세다. 그리고 절반 이상은 연소득이 7만5000달러가 넘는다. 미국 조지아 주 블랙크릭에 있는 다니엘 디펜스사(社)는 그 성장세에 주목했다. 이 회사는 2000년 AR형 총기 부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이 회사는 총기 완제품 6만 정을 팔았다. 종업원 310명을 거느리고 사업하는 창업주 마티 다니엘은 공장 부지를 2배로 확장 중이다. 그는 최근 총기 판매의 부진을 주택시장에도 불경기가 닥치듯 경기 주기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본다. 배틀사(社)의 생산부장 소르켄도 총기 판매 부진을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이 나라의 총기 문화는 무척 강하다”면서 “그게 어디 가겠느냐?”고 느긋해 한다. 미국 수정헌법 제2조는 주(州)의 민병(民兵)을 유지하기 위해서 시민의 총포 휴대 권리를 보장한다.

곽상순 언론인  ily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