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2000년 대 초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동대문 ‘굿모닝시티 분양 사기’ 사건 주범 윤창열 씨가 또다시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결국 실형 선고를 받았다.

10년 동안 옥살이를 하다 2013년 출소했던 윤 씨가 재차 철창신세를 지면서 그를 둘러싼 사건사고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일각에선 ‘굿모닝게이트’를 지난 정권 비선 실세로 지목받은 정윤회의 국정개입 의혹 문건 사건, 이른바 ‘정윤회사태’와 평행이론을 보인다며 수군거린다. 둘다 권력형 비리로 분류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윤창열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윤 씨는 2014년 1월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던 A씨에게 “서울 동대문구에 라모도 쇼핑몰을 허물고 관광호텔을 신축할 계획인데 6000만 원을 빌려주면 호텔 운영권을 주고 원금과 이자를 2개월 안에 갚겠다”고 설득해 6000만 원을 받았다.

이후에도 윤 씨는 2015년 5월 말까지 A씨로부터 총 138차례 돈을 받아냈고, 이렇게 받은 액수가 총 13억4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또 2014년 1월 다른 지인 B씨에게 “10년 동안 징역을 살고 나와서 이제 굿모닝시티 쇼핑몰, 라모도 빌딩 지분을 찾아와야 하는데 채권자 대표에게 지급할 돈을 빌려주면 일주일 뒤 이자와 함께 갚겠다”며 5000만 원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윤 씨는 이런 방법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돈을 받아낸 혐의로 총 5차례 기소됐다. 사기 액수는 17억여 원에 달한다.

재판부는 또 “윤 씨가 3년 동안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반복적으로 범행했고, 금액도 17억 원으로 거액이며 A씨와 결혼할 것처럼 믿게 해 범행했다”며 “A씨가 돈이 없다고 하자 부동산을 팔게 하거나 사채를 쓰게 하는 등 범행 수법도 좋지 않다”고 질타했다.

사기혐의로 또 재판

앞서 윤 씨는 굿모닝시티 분양 대금 3700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2003년 구속기소돼 징역 10년이 확정돼 복역했다. 당시 사기 분양 피해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자신들의 피를 뽑아서 쓴 현수막을 분양사무실 건물 외벽에 설치하기도 했다.

2003년 검찰은 분양대금이 1조 원대에 이르는 대형쇼핑몰인 굿모닝시티 분양사업자가 분양대금 수백억 원을 횡령하고 정관계 인사를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이 업체는 뚜렷한 지금원도 없으면서 대형 건설사인 (주)한양을 인수, 의혹을 더했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윤 씨가 분양금을 횡령한 혐의 등을 포착, 사무실과 윤 씨 자택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이후로는 이 자금의 일부가 대선자금에 이용됐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를 확대했다.

결국 이 일로 정치권은 발칵 뒤집어졌고 ‘로비 리스트’논란은 거세졌다. 열린 우리당 정대철 대표를 비롯해 여야 정치권 인사 40여 명의 이름이 이 리스트에 올랐다. 정대철 대표는 4억2000만 원을 받았다고 시인했고 수사는 대선자금으로까지 번졌다.

당시 중앙일보는 굿모닝시티 전직 임원의 말을 인용해 “윤 씨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수십억 원의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고 있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적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굿모닝게이트’는 정국을 삼키는 초대형 게이트로 확대됐고 여야 없이 정치권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일각에선 ‘굿모닝게이트’를 지난 정권 비선 실세로 지목받은 정윤회의 국정개입 의혹 문건 사건, 이른바 ‘정윤회사태’와 평행이론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평행이론이란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윤회사태’의 박관천 경정과 ‘굿모닝게이트’의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의 행보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 사건 모두 여권 핵심 실세들이 연루된 의혹을 받았던 권력형 사건으로 분류된다. 또 당시 많은 언론은 윤 씨의 행각을 부풀려 보도하는 데 급급했다. 그의 입장을 대변하는 곳은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윤 씨가 10년형을 선고 받은 이후 동정 여론이 고개 들었고 일부 매체는 2012년 ‘윤창열 전 굿모닝시티 회장의 비자금 관련 보도’에 대해 윤씨가 사기대출에 개입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정정보도를 냈다.

윤 씨는 수감생활 중 형집행정지로 풀려나려고 교정 공무원들에게 금품 로비를 벌인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윤 씨는 영등포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2008년 평소 친분이 있던 가수 하동진 씨에게 “형집행정지로 석방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하 씨는 의정부교도소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던 스님 김모씨를 윤 씨의 측근 최 씨에게 소개해주고, 교정공무원 로비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챙겼다가 징역1년, 집행유예2년을 선고받았다.

‘석방 도와 달라’ 청탁

함께 기소된 법무부 고위 교정공무원들이 1심에서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최재형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열린 심리에서 “윤 씨 측근의 진술은 객관적인 정황에 비춰 그대로 믿을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직접적인 증거로는 윤 씨 측근들의 진술밖에 없지만 교정공무원의 혐의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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