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대입 전형 복잡해”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2018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이른바 ‘열공(열심히 공부하다)’을 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대학입시 제도‧환경 변화 등 복잡해진 대학입시 전형(이하 대입 전형) 탓에 대입설명회에 참석해 여러 정보를 얻거나 카페에 모여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 또 사찰에 방문해 학업성취 100일기도를 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도 가지각색이다. 그러나 2021학년도 수능개편 시안을 두고는 잡음이 크다. 절대평가 확대에 따른 찬반 목소리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학부모들을 만나 2018년 변화된 대입전형, 2021년 수능개편 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2018년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수시 선발 비율 증가
2021년 수능개편 시안 두고 공방 치열···고시안 확정 주목


기자는 지난 17일 오전 서울 강남에 위치한 봉은사에 찾아갔다. 오전 시간임에도 사찰 앞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봉은사 입구로 들어가자 벽에 붙은 ‘제2차 학업원만성취 100일 관음기도(이하 관음기도)’라는 홍보물이 눈에 띄었다. 관음기도는 지난 9일부터 시작해 수능 당일인 11월 16일까지 진행되는 행사로 총 100일간 진행된다고 적혀있었다.

 
봉은사 법왕루 내부
    봉은사 법왕루 내부로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이 정성스럽게 기도를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기도를 하고 나오는 수험생 학부모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서울 관악구에서 온 김모씨는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왔다. 나는 기껏해야 100일 정도만 힘들면 되지만 내 딸은 학교를 다니는 내내 준비했다. (공부 때문에) 힘든 얼굴을 볼 때면 너무 안쓰럽다”면서 “모든 수험생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건강이 최우선이다. 컨디션 조절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기도 이외에도 자녀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딸을 늦게 낳아 다른 학부모들에 비해 나이가 많은 편이다. (수능과 입시에 대한) 소통을 하거나 정보를 얻기엔 어려움이 많다”며 “가끔 딸이 (나에게) 입시 정보에 대해 묻거나 모의고사 성적으로 담임교사와 나눈 얘기들을 공유할 때가 있다. (딸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싶지만 (대입 전형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게 없어 도태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안모씨는 “지인에게 도움이 많이 됐다는 수능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가 봤는데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없었다. 죄다 관계없는 글만 가득했다”라며 “대입설명회도 참석해 봤는데 모르는 용어가 많았다. 미리 온라인을 통해 알아보고 가는 것이 유리할 것 같다. 요즘은 (언론) 기사들을 보면서 (다양한 용어나 정보들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부터) 정부가 바뀔 때마다 대입 전형도 바뀌어 복잡하게만 느껴진다. (이후) 실제로 고3 엄마가 돼 보니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입전형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력을 가진 학부모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학부모도 많은 형편이다. 학부모가 맞벌이 부부인 경우는 정보 창구가 더욱 부족할 수밖에 없다. 업무로 인해 정보를 얻을 시간이 없어 직장 동료나 지인에게 의지하는 경우가 태반인 것이다. 이 밖에 대입전형 자체에 어려움을 가지는 학부모도 많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해 9월 20일부터 10월 12일까지 전국 고등학교 2학년생, 학부모, 교사 등 2만4912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뒤 지난 2월 8일 밝힌 ‘대입 전형 인식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의 93.8%, 교사 96.0%가 대입 전형이 복잡하다고 여기고 있다. 특히 학부모는 96.6%로 가장 높다.

대입전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학생(71.7%)‧학부모(72.1%)‧교사(72.2%) 모두 ‘준비할 영역이 너무 많다’를 꼽았다. 그 뒤로는 학생(44.6%)과 학부모(44.1%)가 ‘수능 준비에 부담이 크다’를, 교사(46.1%)는 ‘대학 측의 학생 비공정 선발’을 각각 지목했다.

올해 입시는 영어 절대평가를 비롯한 대입 제도의 변화뿐 아니라 수시 선발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수시 모집 전원을 학생부 전형으로 모집하는 서울대를 비롯해 올해부터 논술 전형을 전면 폐지하고 수시 모집 정원의 75.2%를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선발하는 고려대 등 서울권 대학 중 20개 대학이 수시 모집 인원의 50% 이상을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선발한다. 영어 절대평가 도입에 따른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수시에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정시에서는 수능 반영 비율이 존재하다 보니 수능 학습 목표를 대입 지원 전략과 연계해 구체적으로 세우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수시와 정시에 지원하고자 하는 지망 대학을 선정해 모집 요강을 미리 분석하라는 것이다.
 
절대평가 확대
2개 안으로 압축

 
다가오는 2018년 수능 이외에도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추후에 치르게 되는 2021학년도 수능개편 시안을 두고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기존 한국사와 영어에 도입된 수능 절대평가를 다른 일부 과목으로 확대해 대입 변별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과 모든 수능 과목에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교대 종합문화관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 공청회’를 열고 학생과 학부모, 학교 등 현장의 의견을 수렴했다.

전날 교육부는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으로 2개 안을 제시했다. 1안은 수능 절대평가 과목을 현행 2개 과목(영어, 한국사)에 2개 과목(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을 추가해 4개 과목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2안은 전체 7과목(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 사회‧과학‧직업탐구, 제2외국어‧한문)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안이다.

이날 공청회장에선 일부 과목만 절대평가로 전환하자는 1안에 대한 찬성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 시민단체를 제외한 고등학교, 대학교, 학부모 대표 토론자들은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반대하거나 우려했다.

학교 현장에선 절대평가 전환으로 ‘합리적인 학생 선발 도구 상실’, ‘공정 선발 한계 및 정시 전형 무력화’ 등을 걱정했다.

반면 교육 시민단체는 수능 상대평가의 폐해를 지적하며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객관식 시험인 수능으로는 창의성 등을 평가하기 어려운 데다, 비교집단 내 비교가 주 목적인 상대평가의 특성상 학생 간 경쟁만 부추긴다는 것이다.

현재 교육부는 이날 서울‧경기‧인천‧강원 권역 공청회를 시작으로 16일 광주‧전남‧전북‧제주, 18일 부산‧울산‧대구‧경북‧경남을 진행했으며 21일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총 4차례 대규모 권역별 공청회를 열어 현장 의견을 듣는다. 이후 이달 31일 고시안을 확정하고 발표할 예정으로 여론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