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과제’ 격돌…與 “보수정권 책임론” vs 野 “탈원전, 포퓰리즘”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여야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전열 정비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정기국회인 만큼 각종 국정 과제를 둘러싸고 여야 간 첨예한 신경전이 예고된다. 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100대 국정과제’ 대부분은 입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이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부동산 대책’과 ‘초고소득 증세’는 기존 법을 개정해야만 핵심 내용을 추진할 수 있다. 다가 올 9월 정기국회에서는 여야 간 뜨거운 ‘입법전쟁’이 필연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추경에 덴 與… 당·정·청 3각 공조로 국정과제 입법 ‘속도전’
‘야성’ 키우는 한국당, “슈퍼리치 증세, 결국 ‘도미노 증세’될 것”

 
여름휴가를 끝내고 속속 여의도로 복귀한 여야 정치권이 ‘정기국회 입법전쟁’을 앞두고 전열 가다듬기에 나섰다. 여야 모두 8월 말 의원연찬회 일정을 확정하고 입장 차가 극명한 증세, 탈원전 정책, 부동산 정책 등에서의 ‘입법 승리’를 다짐했다.
 
7월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자유한국당에 크게 덴 여당은 9월 정기국회 준비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전 당내 결속을 다지고 새 정부의 개혁입법 완수 전략을 짜기 위해 오는 25~26일 이틀간 세종시 조치원읍에 위치한 홍익대 국제연수원에서 연찬회를 연다. 당·정·청 3각 공조를 통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필요 법안을 최대한 많이 처리한다는 목표에 따라 주요 부처의 장관들도 연찬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오는 24~25일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 연수원에서 1박2일 간 연찬회를 열고 ‘강성 야당’의 면모를 부각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에 대한 증세, 부동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탈원전 등 한국당의 이념과 충돌하는 새 정부의 정책 추진을 어떻게 방어할지를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세법·부동산 대책 등
정부 국정과제 찬반 ‘뚜렷’

 
이처럼 여야가 ‘9월 입법전쟁’을 앞두고 몸풀기를 시작한 가운데 최대 격전지는 ‘부동산 대책’과 ‘초고소득자 증세’ 법안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번 세제 개편안과 부동산 대책이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핵심 공약이었던 만큼 처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공공일자리 창출, 복지·교육비·소상공인 지원, 국방예산 증액 등을 위해서는 5년간 178조의 재원이 필요한 만큼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인세 최고구간 신설과 소득세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법인세의 경우 과표 200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소득세 최고구간은 현재 과세표준 ‘5억 원 초과에 40%’에서, ‘3억 원 초과 5억 원 미만에 40%’와 ‘5억 원 초과에 42%’로 최고소득 구간을 분리 신설해 증세를 추진키로 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정부·여당의 증세 조치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소득세 인상은 둘째 치더라도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절대 불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여당이 추진하는 대주주 주식양도차익 과세 강화와 상속·증여세 신고세액 공제율 축소에 대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한국당은 초대기업·초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는 결국 중산층·서민에 대한 ‘도미노 식’ 증세로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실현을 위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지만 초대기업·초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초대기업·초고소득층의 증세를 시작으로 증세의 대상이 확대될 것이라는 논리다.
 
강효상 대변인은 지난 4일 논평에서 “세법 개정안은 미래세대에 세금 폭탄으로 돌아올 우려가 높다. 법인세·소득세 증세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정부의 증세 추진에 대한 대응책으로는 이미 ‘담뱃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든 상황이다. 담뱃세 인하 등으로 정부의 ‘증세’에 제동을 거는 한편 ‘서민 감세’로 증세 논란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여당+제2·3 야당 협치’
9월 국회서도 묘수 될까

 
다만 증세 문제에서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라는 변수가 있다. 이들 두 정당은 지난 대선 때 증세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아울러 초대기업·초고소득층에 대한 제한적인 증세에는 정부·여당과 비슷한 입장이어서 더불어민주당도 야 2당과의 ‘증세 공조’에 집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역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증세 논의에 참여하면 한국당도 무조건 반대를 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법인세는 동결하고 소득세는 올리는 등 절충안에 여야가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여당이 초대기업·초고소득층에 한정한 증세를 약속하는 대신 한국당과의 ‘법안 거래’를 통해 증세안을 관철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한국당과의 타협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속도전’을 펼쳐야 하는 여당 지도부가 국민의당, 바른정당 지도부와의 연대를 모색, 세법개정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이는 민주당이 앞서 추가경정예산을 처리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한편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여당은 전월세상한제를 포함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나 야당은 신중한 입장이며 양도세 인상을 놓고도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해 난항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여당은 부동산 대책이 신통하지 않을 경우 임대사업법 개정도 고려하고 있어 여야 간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정부·여당은 한 술 더 떠 8·2 부동산대책에서 빠진 ‘보유세 강화 방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말한다. 집을 갖고 있으면 기본적으로 재산세가 부과되는데, 주택 가격이 9억 원(2주택 이상 6억 원)이 넘으면 종합부동산세도 내야 한다. 이 경우 양도소득세와 함께 ‘이중과세’ 논란이 제기된다.
 
정부·여당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중과되는 내년 4월까지 부동산 시장의 동향을 살펴본 뒤 보유세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보유세가 시행되면 구체적인 시점은 내년 6월 지방선거 직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을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하는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안,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야당은 국정원 개편과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찬성이나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교육정책과 관련해서는 외고와 자사고 폐지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설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위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단계적 추진과 관련해서도 여당은 찬성, 한국당은 반대 입장이며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기와 관련해서도 한국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끝장 승부’ 이전, 야당
존중하는 협상 모드로 가야...

 
이처럼 9월 정기국회에서 제1야당인 한국당과의 끝장 승부가 예고되는 가운데 정부·여당은 ‘국정원 댓글 사건’과 ‘공관병 갑질 논란’ 등의 ‘적폐 청산 이슈’와 지난해 예산에 대한 결산 심사를 통해 한국당의 ‘국정 실패’를 부각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이번 결산안 심사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임기 중에 쓴 예산에서 낭비성·위법성 지출은 없었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특히 국정 농단과 관련된 예산이 부당하게 집행됐다면 이에 대해서도 지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공통된 공약의 경우 야당 측의 협조를 구하고 먼저 법안 발의의 기회를 주는 등 처음부터 야당을 존중하는 협상 모드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에 따른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당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졸속 원전정책 진상규명 및 대책 마련 특위’를 가동해 연일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신고리 5·6호기가 진도 7.0의 강진에도 버틸 수 있음에도 이를 호도해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것은 물론 원전 가동 중단 시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2030년에는 가구당 연간 31만 3,803원을 더 내야 할 것으로 봤다. 현재 국제 유가가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 전기 요금도 최저치로 책정된 만큼, 유가가 오르면 전기 요금도 대폭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신고리 5·6호기를 다른 발전으로 대체하면 최대 10.8% 전기 요금 인상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관련 업계 역시 구체적인 인상폭은 다르나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데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30년까지 가구당 전기요금이 월평균 5,000원 늘 것으로 전망했다.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20%로 늘리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가동률을 60%로 높였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9년 가구당 요금이 2016년 대비 21%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 20%, LNG 발전량을 38.4% 확대를 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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