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양이 ‘자가진료’ 금지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국내 반려인(반려동물의 보호자) 1000만 시대에 빠르게 성장 중인 동물약품시장의 주도권과 의약분업 문제를 두고 수의사와 약사들 사이 분쟁이 일어났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개정한 수의사법에 따라 지난 7월 1일부터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자가진료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수의사법 개정으로 인해 양측의 논란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하지만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의료비용과 유기견 증가 등의 걱정을 하고 있다.

동물약품, 수의사 처방‧지도 없이 투약하면 처벌돼
수의사법 개정 전부터 싸움···“범법자 양성”vs“동물학대 조장”


동물단체와 수의사들은 지난해부터 반려동물의 자가진료 금지를 농림축산식품부에 요구해 왔다. 그동안 수의사법 시행령에서 자신이 사육하는 동물은 수의사가 아닌 일반인도 예외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허용돼 있어 무자격자들의 자가진료로 인한 동물학대 논란이 있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일명 ‘강아지 공장’ 등에서 개를 임신시키기 위해 발정 유도제를 투여하거나 제왕절개 수술을 하는 행위를 두고 동물 학대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개와 고양이 등에 대한 자가진료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수의사법을 개정했으며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이번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의 골자는 수의사 외의 사람이 할 수 있는 자가진료 허용 대상을 소, 돼지 등 축산 농가가 사육하는 가축으로 한정함으로써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자가진료가 제한됐다. 이는 반려동물 보호자가 동물약품을 질병에 대한 예방 목적이 아닌 수의사의 처방이나 지도 없이 일시 또는 지속적으로 투약하는 경우 정도에 따라 사회상규에 위배돼 처벌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처방 대상이 아닌 동물약품은 수의사의 진료 후 약을 받아 투약 또는 동물약품판매업소(동물약국 등)에서 직접 구입해 투약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 전부터 수의사와 약사, 양측은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며 서로를 비판했다.
 
피하주사 논란

문제의 발단은 농식품부가 확정 고시한 개정안에 포함된 ‘자가진료 허용 범위 지침’ 중 반려동물의 ‘피하주사’를 자가진료 범위 내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 때문이었다.

이 같은 농식품부의 방침에 수의사단체들이 반발하며 규탄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그중 대한수의사회 산하 서울시수의사회는 지난 5월 24일 성명을 통해 “의료전문가의 독점적 진료권이란 국가가 인정한 정당한 권리로 전문가가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직업적 자존심”이라며 “농식품부가 사육자 편의에 치우친 행정으로 동물약품 판매로 수익을 내고 있는 이해관계 당사자를 협의 과정에 개입시켜 동물 자가치료를 공식적으로 인증해주는 행정지침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수의사 관련 단체를 포함한 수의과대학 협의체와 동물보호단체, 시민단체 등이 모두 참여하는 ‘자가진료대책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대국민 홍보활동을 통해 농식품부의 무능과 병폐를 고발하고 ‘자가치료 인증’방침의 불합리성과 비윤리성을 폭로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자 대한동물약국협회는 지난 5월 26일 반대 성명을 내며 “수의사단체 의도대로 법령이 개정되면 보호자(반려인)들의 투약행위가 제한돼 의도치 않은 범법자를 양산할 수 있다”며 “비용부담으로 예방접종이나 응급치료를 포기하는 보호자도 늘어나 동물복지도 퇴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사람의 경우에도 인슐린, 성장호르몬, 발기부전 치료제 등과 같은 피하주사제조차 꼭 필요한 경우 약사의 복약지도를 받아 환자나 보호자가 직접 투약한다”며 “세계적 추세와 사회적 상식에 역행하는 수의사단체는 대오각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또다시 대한수의사회가 대한동물약국협회 비판에 열을 올렸다. 이들은 지난 5월 30일 학술홍보위원회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하며 “동물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본인들의 이익만을 좇는 동물약국협회의 행태가 심히 유감스럽다”며 “‘강아지 공장’ 등 동물보호와 생명존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가운데 이러한 움직임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동물약국협회의 의도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로지 본인들의 이익만을 앞세워 자가진료를 조장하는 동물약국협회는 동물을 생명으로서 보지 못하는 스스로의 시각을 드러낼 뿐이며 동물 학대를 조장하고 있다”며 “인슐린과 성장호르몬, 발기부전 치료제 등 사람의 경우를 예로 들며 약사의 복약지도를 받아 환자나 보호자가 직접, 투약하고 있다는 발언은 약사로서의 전문성마저 의심케 하는 대목”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들은 “주사 행위는 법적으로도 이견의 여지가 없는 진료 행위로 어떠한 협의의 대상도 될 수 없는 수의사의 존재 이유”라며 “무자격자의 주사 행위를 허용하자는 움직임을 동물학대 행위로 강력히 규탄하며 동물의 건강 증진을 책임지는 수의사로서 추호도 물러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의사들은 “동물의 건강 증진을 위한 동물의 진료에 있어 독점은 있을 수 없으며 오로지 동물을 위해 전문가에 의한 진료만이 있을 뿐”이라며 “동물약국협회는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자가진료 제한 반대 등 동물학대를 조장하지 말고 동물보호를 위한 사회적 움직임에 동참애 주길 바라며 국민보건과 동물 건강 증진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당부한다”고 촉구했다.
 
반려동물, 반려인
피해 보나

 
지속됐던 두 단체의 의약분업 싸움과 수의사법 개정이 정작 반려동물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반려인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 법안 개정으로 간단한 치료조차 동물병원을 이용할 경우 반려인들이 느끼기에 값비싼 의료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버려지는 개들의 숫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네티즌들은 “약사, 수의사 동물약품 밥그릇 싸움에 반려인 등 터진다” “수의사도 개, 고양이, 설치류, 파충류, 조류 약 다르게 사용하는 것이 수의대 졸업해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약리학만 배운 약사들이 동물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동물약을 파느냐” “반려동물을 위해서 동물 자가진료를 못하게 한다는 것은 꼼수다. 과다한 반려동물 진료비는 동물을 유기하거나 치료를 포기하게 만든다” 등의 게시글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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