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무조건 3배 배상” 한마디에 기업들 내부 단속

<뉴시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김상조 효과론’이 주목받는다. 그의 발언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하듯 기업들이 앞 다퉈 상생방안을 내놓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대기업들이 2·3차 협력사에 대한 상생도 모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제가 지적되는 곳이 있다. 유통업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에는 유통업계를 집중 조사할 뜻을 밝혔다.

홈쇼핑과 기업형슈퍼마켓(SSM)이 그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김상조호 공정위’ 출범으로 입찰 담합과 일감 몰아주기 등을 비롯한 유통업계의 적폐 청산을 위한 공정위의 칼날이 유통사를 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일부에서는 혹시 모를 조사에 대비해 집안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치킨 프랜차이즈업계가 겪은 일들을 반면교사 삼아 공정위의 칼날을 피하려는 업계 의지도 보인다.

이번에는 홈쇼핑·SSM 겨냥…부패 도려내나
업계 ‘치킨 프랜차이즈  사태 반면교사 삼아야’

이른바 ‘재벌 저격수’로 알려진 김 위원장의 행보에 업계가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이 평소 담합 등 불공정 행위 근절에 강한 소신을 밝혀온 인물인 데다 오랜 관행으로 뿌리 내린 업계의 불공정 행위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은 터라 기업들이 공정위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애를 써야 할 처지에 놓였다.

특히 업계는 김 위원장이 1차 협력사가 납품업체에 행하는 ‘갑질’까지 들여다보며, 하청에서 하청으로 연결된 산업구조에 공정 경쟁과 질서 확립을 추진할 것을 공언하자 앞 다퉈 상생협력 방안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김 위원장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함에 따라, 대기업들은 저마다 협력사와의 상생 모델을 제시하며 2·3차 협력사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2차 협력사까지 납품 대금 100% 현금 지급을 내세웠고, SK그룹은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강조하며 ‘상생 협력’ 기반의 ‘딥 체인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현대·기아차도 2·3차 협력사의 성장을 통해 자동차 부품산업 경쟁력 향상 선순환 구조를 창출하는 새로운 ‘선순환 상생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현대·기아차가 새롭게 제시한 모델은 소재, 금형 등 뿌리산업이지만 직접 거래 관계가 없는 2·3차 협력사에 대한 지원과 1차와 2·3차 협력사간 상생협력 체계 강화라는 양대 줄기가 핵심이다.

협력업체 보복 집중 조사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마트·백화점 등 유통업계 공룡들이 납품업체를 상대로 일삼는 갑의 횡포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피해액의 3배를 의무적으로 배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과징금은 2배 높이기로 했다. 앞으로는 기업형슈퍼마켓(SSM)도 조사하기로 했다. 대형슈퍼마켓 조사는 처음으로 실시되는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반사회적 의미를 가지는 행위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유통 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위원회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이 필요한 대표적인 유통업계 갑의 횡포로 크게 네 가지를 꼽았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이 납품업체에 줄 상품 대금을 멋대로 깎거나, 물건을 부당하게 반품하는 행위, 납품업체 직원을 데려다 쓰고 인건비를 떠넘기는 행위와 횡포에 맞선 업체에 대한 보복이라고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우리 법원은 손해액 인정에 매우 보수적이어서 손해배상의 취지를 구현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는 손해액 자체를 낮게 책정하는 데다 배상액 역시 ‘3배’를 상한선 개념으로 간주해 이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손해배상 기준을 ‘피해액의 3배’로 명시할 계획으로 1914년 제정된 미국의 대표적 반독점법인 ‘클레이턴법’의 한국판이라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 “악의적, 고질적, 반사회적인 영역에 우선 적용할 것”이라면서 “상품대금에 대한 부당 감액이나 부당 반품,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 사용, 보복 행위 등으로 범위를 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법’보다 ‘변화’ 주문

여러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김 위원장은 “법만으로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기 어렵다”며 대형 유통업체에 ‘변화’를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업계 자체의 자율적인 노력”이라며 “프랜차이즈와 같이 유통업에서도 업계의 자율적 방안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중에서도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대규모 기업집단이 좀 더 적극적으로 긍정적인 상생협력 방안을 만들어 주시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롯데ㆍ신세계ㆍCJ 와 적절한 시기에 따로 접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유통업계는 자정 노력으로 과거의 불공정 관행이 많이 개선됐는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조사가 이뤄지면 가뜩이나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 불신만 키우게 된다고 항변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잇단 행보를 계기로 유통업계가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공정거래 관행 정착을 위해 적정공사비 확보, 입찰제도 개선 등의 현실적인 여건도 정부가 개선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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