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의지 장착한 金, 대구 시장 출마→총리→대권 수순 밟나

<사진=정대웅 기자>
경찰 수뇌부 갈등 커지자 경찰청 전격 방문해 ‘군기’ 잡아
靑으로부터 ‘역할’ 받은 듯…차기 주자 金, 더 큰 ‘미션’ 받아들까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김부겸(59) 행정안전부 장관이 여의도 블루칩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경찰 수뇌부 갈등’을 일시에 잠재우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치권 안팎의 요주의 인물(?)로 주목받고 있는 것. 김 장관은 지방청의 ‘민주화의 성지’ 관련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게시글 삭제 지시 의혹을 둘러싸고 경찰 수뇌부 간 갈등이 이어지자 전면에 나서 논란을 잠재웠다.
 
이 과정에서 김 장관이 경찰의 군기를 잡는 모습을 보이는 등 행안부가 경찰을 상대로 적극 개입하는 이례적 상황이 연출되자 ‘실세 장관’으로 등극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 청와대가 김 장관에게 조정 역할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장관이 향후 더 큰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장관이 여의도 블루칩으로 집중 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13일부터다. 주말이었던 이날 김 장관은 경찰청을 전격 방문해 경찰 수뇌부를 호되게 꾸짖으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실시간 생중계가 되던 상황에서 김 장관은 “차렷. 국민께 경례”라고 경찰 군기를 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김 장관의 이날 방문은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라고 표현한 광주지방청의 SNS 게시글을 이철성 경찰청장이 당시 광주청장이었던 강인철 현 중앙경찰학교장에게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커지자 이를 봉합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재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나 행안부 장관이 경찰에서 지휘권을 행사한 점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경찰청이 행안부 산하 조직이긴 하지만 수사기관이라는 특수성 등 때문에 주무장관이 경찰에서 지휘권을 행사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었던 만큼 주무부처 수장인 김 장관에게 역할을 주고,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와 관련해 민감한 증세 문제를 언급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김 장관이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권력 의지를 드러냈다는 얘기가 나온다.
 
文, 대권 주자 육성
金, 더 큰 역할 주어지나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대선 주자들을 국정에 참여시켜 차기 지도자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안희정 충남지사·이재명 성남시장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약했던 김 장관에게 이번 일을 발판 삼아 향후 더 큰 역할이 주어질지 주목되는 이유다.
 
현재로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구 시장 출마가 가장 유력한 선택지로 꼽힌다. 김 장관은 최근 이에 대해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으나, 출마설이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현직 의원이기도 한 김 장관은 “국회의원에 당선된 지 겨우 2년 되는 시점에 시장 후보로 나선다면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닐뿐더러 대구 시민들도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대구 민심은 반대로 나타나는 듯 보인다.
 
대구일보가 지난달 말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장관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대구 시장 후보 적합도 1위에 올랐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본인은 불출마하겠다고 했지만 민주당과 현 정부에서 출마를 종용할 경우 결단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보수 정당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갈라져 있는 데다 대구·경북(TK) 지역에서 한국당의 지지율이 정체하고 있다는 점도 김 장관에게는 호재다. 더욱이 내년 두 보수 정당에서 각각 후보가 나온다면 김 장관의 당선은 유력시 되는 상황이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 현직 장관이기 때문에 당연히 출마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순 없지만, 무엇보다 김 장관은 권력 의지가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여러 여건이 갖춰지면 출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당, 金 출마 대비
강력 후보로 맞선다

 
보수의 심장 TK 지역을 사수해야 하는 한국당에서는 내년 선거에서 김 장관 출마를 염두에 두고 선거 전략을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변인인 강효상 의원은 지난달 말 대구를 방문해 대구경북중견언론인모임인 아시아포럼21에 참석한 자리에서 “김부겸 장관의 출마를 전제로 판을 짜야 한다”며 “민주당 정부가 대구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는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인데 김 장관 같은 강력한 분이 나왔을 때 한국당이 내세울 수 있는 강력한 후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대선 이후 처음으로 대구 지역을 방문해 본격 민심 행보를 시작한 홍준표 대표는 김 장관의 대구 시장 출마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국당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홍 대표는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선거라는 게 승부다. 승부를 안 걸고 어떻게 선거에 이기겠는가. 이길 자신이 있으니까 기회라는 것”이라며 “광역단체장 선거는 당의 힘이 상당히 있어야 후보가 힘을 발휘한다. 당의 체제정비도 끝나고 국민적 신뢰도 받도록 우리가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의 대구 시장 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장관의 ‘총리부임설’도 제기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만약 패배할 경우 더 큰 역할인 총리로 기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차기 주자를 키우는 연장선상에서 사지(死地)에 나간 사람이 돌아올 경우 다른 역할을 맡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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