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존재감 미미하던 네이버 초대형 IT기업으로 성장 이끌어
황금 86학번 세대 중심…성격은 차분 ‘은둔 리더·수줍은 엄친아’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한국 최대 포털 네이버의 창립자 이해진(50) 전 이사회 의장이 최근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은둔형 리더’로 평가받는 이 전 의장이 지난 14일 공정거래위원회를 ‘깜짝 방문’하면서다. 그는 이 자리에서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네이버는 나의 회사가 아니다’라고 밝힌 셈이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요서울은 네이버를 국내 포털업계 1위로 성장시키며 억만장자로 성공한 자수성가형 벤처사업가인 이 전 의장을 조명해봤다.

그가 설립한 네이버의 국내 검색 점유율은 70%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지난 16일 기준 시가 총액이 25조9416억 원을 기록한 국내 최고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다. 지난달 중순에는 시가 총액이 27조6886억 원까지 상승하며 포스코를 누르고 5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네이버는 전·현직자의 회사 근무 환경 등에 대한 평가에서도 호평을 받는다. 전·현직자 평가 기반으로 기업 정보를 제공하는 잡플래닛에 따르면 네이버는 별 5개 만점에 3.7개를 받았으며, 복지 및 급여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얻었다.

평균 연봉은 5,000~7000만 원이며, ▲배우자·부모까지 실비보험 적용 ▲어린이집 운영 등 가족친화적 인프라 ▲눈치 없는 자유로운 출퇴근 ▲업무 강도에 따른 유연한 근무 등은 대표적 복지 제도로 선망의 대상이 된다.

조용하고 합리적 성품
한국 벤처 르네상스 중심


이 전 의장은 1967년 6월 서울에서 출생했다. ‘강남 8학군’에 속한 상문고에 다닌 그는 1990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86학번)를 졸업했다. 이후 카이스트 대학원에 진학해 1992년 전산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삼성SDS에 입사해 7년간 근무한 뒤 1999년 퇴사해 ‘네이버컴’(현 네이버)를 설립했다.

이 전 의장은 수줍음이 많고 조용한 성격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러한 성격 때문인지 그의 인맥은 학교와 직장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86학번은 한국 벤처의 르네상스를 이끈 학번으로 평가받는데, 이 중심에 이 의장이 있으며 같은 학번으로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이재웅 다음 창업자, 송재경 XL게임즈 대표, 양승현 코난테크놀로지 최고기술책임자(CTO), 가종현 전 SK플래닛 글로벌 대표 등이 있다.

이 전 의장은 학교를 다닐 때부터 천재 프로그래머로 불렸던 송재경 XL게임즈 대표(일명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의 아버지라 불림)와 같은 스타일은 아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전 의장 본인도 “나는 열심히 하는 프로그래머가 아니었기 때문에 대기업으로 진로를 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의장과 86학번 동기이자 인공지능 기반 빅데이터 전문 SW 기업 코난테크놀로지의 양승현 최고기술책임자도 “(이 의장은) 합리적이고 온화한 학생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엔지니어 타입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지금 와서 보니 경영에서 그보다 더 좋은 자질을 갖춘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다른 차별화로 성공 신화
지난해 추정 자산 1조 넘어


이 전 의장은 삼성SDS에 입사하고 뒤늦게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네이버컴을 세운 이듬해인 2000년 7월 지금은 라이벌로 평가받는 김범수 현 카카오 의장이 세운 한게임과 합병했다. 2001년 9월 NHN(주)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현재는 국내 검색시장 70%를 차지하는 네이버지만 창업 초기에는 존재감이 미미했다. 야후 라이코스 다음에 밀렸으며, 검색 쪽에서도 엠파스와 심마니에 뒤처졌다. 이런 가운데 반전의 계기가 된 것은 ‘차별화’였다. 모두가 검색량을 늘리는 경쟁에 매달릴 때 네이버는 정반대 길을 택했다. 검색 결과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02년 ‘지식iN‘서비스의 성공을 발판으로 마침내 포털업계 1위에 올랐다. 같은 해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기쁨도 누렸다. 2004년 다음마저 제쳤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은 이 전 의장은 이후 대표 이사직을 내려놓고 ‘해외 시장’에 눈을 돌렸다. 이사회 의장 직함만 유지한 채 일본으로 떠났다.

그는 10년 넘게 가족과 떨어져 도쿄에서 홀로 지내며, 일본 시장을 두드렸다. 거듭된 실패와 좌절 끝에 마침내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발돋움한 라인은 지난해 기준 모바일앱 월간 활성 사용자가 2억1800만 명에 이르렀다. 그중 6000만 명이 일본 사람이다. 이후 라인은 일본을 넘어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라인이 출시된 이듬해인 2012년 이 전 의장은 계열사인 라인주식회사 회장직을 맡았고, 2013년 8월 한게임과 분사해 사명을 NHN(주)에서 NAVER(주)로 바꿨다. 한게임은 ‘NHN엔터테인먼트’라는 새 사명으로 변경했고, 김범수 한게임 창업주는 퇴사해 훗날 카카오를 만들었다.

네이버는 라인 말고도 2015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동영상 채팅 어플리케이션 ‘스노우’(Snow)에도 주력하고 있다. 스노우는 10초 안팎의 짧은 동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편집해 사용자끼리 공유하면서 대화가 가능한 채팅 앱이다. 일본·중국·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가입자 8000만 명을 기록하는 등 인기가 상당하다.

지난해 말 세계적인 IT기업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스노우 인수를 타진했으나 무산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저커버그는 이 전 의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스노우를 인수하고 싶다”고 제안했으나 이 전 의장은 “스노우가 ‘제2의 라인’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며 거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신생 벤처기업이던 네이버를 초대형 IT기업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끈 이 전 의장이지만 그의 모습을 좀처럼 보기 어렵다. 때문에 ‘수줍은 엄친아’, ‘은둔형 리더십’이라는 별명도 따라붙는다. 이번 공정위 방문처럼 이 전 의장이 대중적 관심을 끈 것은 지난해 라인이 일본과 미국에 공동 상장하면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후 1년여 만이다.

차분한 이미지를 지녔지만, 사업적 판단을 할 때는 냉철한 경영 전략을 펴는 ‘전략가’로 평가받는다. 고비 때마다 과감한 결단으로 네이버 성장을 이끌어 왔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엔터프리너’형 CEO의 전형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해 라인 상장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목표는 유럽과 북미 시장”이라고 밝히면서 현재 더 넓은 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도전과 성공을 이어간 이 전 의장은 자연스레 개인 재산도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라인 상장으로 ‘벤처 갑부’가 됐다. 이 전 의장은 네이버 지분 4.64%, 라인 주식 557만2000주, NHN 엔터테인먼트 지분 0.78%를 보유하고 있는데, 2016년 8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는 그의 재산 가치를 11억2000만 달러(약 1조2370억 원)로 추산했다. 재산과 관련, 지난해 네이버에서 받은 이 전 의장의 연봉은 11억8000만 원이다.

소상공인 포털 상권 침해·
과도한 광고비 논란 ‘과제’


이 전 의장과 네이버 등을 둘러싼 평가가 호평만 있는 건 아니다.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독식 및 중소업계 잠식 문제에 대한 소상공인 등의 불만이 상당하다.

네이버의 검색광고 시장 장악력이 커지며 불거진 이 문제는 수년째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3월 대형 인터넷 포털의 불공정 거래관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들의 불공정 행위 금지 등을 규정한 인터넷포털기업 규제 법률을 제정해야 하며, 포털 공공쿼터제 도입 및 업종별 거버너스 구축을 통한 공정한 소상공인 온라인 포털 상권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과다 광고비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인터넷 포털 기업의 과다 광고비와 불공정 거래를 감시하고 소상공인단체, 포털기업 등이 참여하는 법적 장치로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7월 대형 포털로부터 중소 상공인을 보호하는 사이버 골목상권 보호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는 없는 상태다.

해외에서도 광고비 의존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투자정보 전문매체 ‘머틀리 풀’(Motely Fool)은 지난 1월 “라인의 수입 40% 가량이 광고분야에서 나온다”며 “최근 새 수익원을 발굴하고 있지만 여전히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라인의 사용자 증가폭도 연 1%에 그친 점을 지적하며, “라인의 확장 전략이 전 세계보단 한국 등 모국가(home country)에 집중됐다”고 꼬집었다.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 70% 이상, 약 3조 원가량이 광고 분야에서 발생했으며, 소상공인들이 주로 쓸 수밖에 없는 검색 광고 의존도는 지난해 3분기 기준 80%에 달했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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