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주택 매매나 전·월세 계약을 준비하던 사람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조차 향후 부동산 전망을 두고 ‘안정’과 ‘대란’ 사이에서 팽팽한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긴 장마가 끝나고 가을 이사철이 코앞에 닥친 터라 어느 쪽 말을 믿어야 할지 선택하는 일이 급박할 정도다. 일요서울은 가을 이사철, 집 때문에 고민을 거듭하는 이들을 돕기 위해 부동산 시장을 찾았다.

“지금 당장 계약 결정해야 늦지 않아”vs“정부 주거복지로드맵 보고 결정해야”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취임 이후 6월과 8월 부동산과 관련한 대책을 두 차례 발표하고,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또 문재인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의 후속으로 전월세 부담을 낮추는 주거복지로드맵을 9월 말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수도권 아파트값 급등 원인이 투기 세력에 있다고 판단한 정부는 서울 전역(25개구)과 과천시, 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로, 서울 강남 4개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 및 기타 7개구(용산, 성동, 노원, 마포, 양천, 영등포, 강서), 세종시를 투기지역으로 정했다.

정부의 강력한 조치 이후 아파트값 폭등은 잠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8.2대책 발표 이후 2주 연속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둔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재건축 시장은 직격탄을 맞으면서 냉각된 분위기다.

실제 지난 1월 13일 이후 7개월 만에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0.25% 하락했다. 재건축을 제외한 일반 아파트 매매가격은 7월 마지막 주에 1%였던 것과 비교해 대책 직후인 8월 첫째 주(0.74%)부터 상승 폭이 줄어들었다.

다만 8.2 부동산 대책도 규제를 빗겨간 지역의 풍선효과는 여전히 해결 과제라는 평가다. 서울과 수도권을 벗어나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부산, 대전 등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투기꾼 잡아라

아울러 투기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대책이 오히려 서민과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다주택자에 맞춰진 대책임에도 불구하고 전월세 세입자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주택 매수를 원하던 사람들이 전월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전월세 수요가 늘어나고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니 가격도 당연히 오르지 않겠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가을 이사를 준비하던 서울과 수도권 세입자들의 걱정도 한없이 늘어나고 있다. 내 집 마련은 어려워진 데다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더해질 것을 걱정하면 전세값 상승이 눈으로도 보일 지경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준비 중이었다고 밝힌 서울 강동구의 한 전세 세입자는 “사실 우리와 같은 실수요자들은 부동산과 관련해 주변의 이야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서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소식에 지금 바로 집을 사는 것은 바보짓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전세를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실수요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주택 매수를 희망하는 이들은 당분간 상황을 관망하는 것이 옳다는 조언이 많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집값 안정화 작업에 돌입한 만큼, 섣불리 주택 매수를 결정하는 것은 차후 후회를 남길 수 있다는 이유다.

전월세 세입자들의 경우 이사철이 도래하기 전 빠른 결정을 하거나 9월 말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 발표 이후로 이사 시점을 잡는 두 가지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거듭되는 고민들

최대한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아직까지 올해 전월세 시장이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실제 부동산 대책 효과가 가속화되고 수요가 증폭되기 전 이사를 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15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월간 전세가격 상승률은 전국 기준 0.02~0.08% 선을 벗어나지 않았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도 올해 1월 4억2153만 원에서 지난달(4억3128만 원) 1100만 원 정도 오른 데 그쳤다.

또 다른 부동산 중개업자는 “전월세를 구하려면 지금 당장 계약해야 한다. 잠깐만 눈을 돌려도 매물을 다른 사람이 채가거나 가격이 올라가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면서 “이사철까지 기다리면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를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 다음 정부의 추가 대책을 지켜봐야 한다는 측은 정부가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통해 무주택 서민의 전월세 부담을 완화하는 데 향후 주택정책의 기조를 두기로 한 만큼 9월 말 발표 예정인 주거복지로드맵을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더불어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 상승이 정체된다면 전월세값 상승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조금 더 지켜보더라도 전월세 폭탄을 맞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다음달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공적임대주택 공급(연간 17만 가구)의 세부계획과 8.2 대책에서 처음 밝힌 신혼희망타운(연간 1만가구)의 구체적인 공급 방안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적으로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전월세시장 안정화 정책은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임대사업자등록 활성화, 공적임대주택 공급 확대 정도가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가 투기 세력을 척결하는 동시에 서민들과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지 장기적으로 지켜볼 대목이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