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들 ‘민간기업’ 채용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 높아

사진협회 “‘죽느냐 사느냐’ 생존권 달린 문제 대규모 집회” 예고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정부가 이달 말부터 공무원 경력채용에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도입한다. 이번 ‘블라인드 채용’은 공무원 채용 시 사진을 비롯한 가족관계·외모 등 직무능력과 무관한 내용을 배제하고 경력과 성과·능력 위주로만 공직자를 채용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취업을 앞둔 일명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은 ‘블라인드 채용’을 반기는 분위기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민간기업과 공채 공무원·공기업 채용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 탓이다. 그러나 ‘블라인드 채용’을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사진업계는 카메라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와중에 정부의 행정 예고로 ‘도산’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주장한다. 일요서울은 ‘블라인드 채용’과 관련된 사진업계와 정부, 취준생 등의 엇갈린 의견에 귀 기울여 봤다.

지난 9일 인사혁신처(이하 인사처)에 따르면 이달 말부터 공무원 경력채용시험은 가족관계·외모 등 직무능력과 무관한 내용을 철저히 배제하고 오직 경력·성과·능력을 위주로만 전형이 진행되도록 ‘국가공무원 임용시험 및 실무수습 업무처리 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10일 행정예고했다. ‘국가공무원 임용시험 및 실무수습 업무처리 지침’ 개정안 즉, ‘블라인드 채용’은 응시원서에 사진 부착을 폐지하고 이력서에 직무 수행에 불필요한 신상정보를 적지 않으며, 전 부처가 공통으로 사용할 표준서식이 만들어진다.

앞서 공무원 공채는 지난 2005년부터 응시원서에 학력란을 폐지하고 사전에 정한 질문과 방식으로 이뤄진 바 있다. 공채 응시자는 필기시험을 위한 본인 확인 차 증명사진을 부착해야 했다. 그러나 공무원 경력채용의 경우 필기시험 없이 서류전형과 면접 등의 응시 절차에도 불구하고 응시원서에 사진을 부착하는 일이 많았으며, 부처마다 이력서 서식이 달라 임의로 인적사항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

인사처가 이번 지침 개정안을 통해 서류전형과 면접으로 선발하는 공무원 경력채용에서는 외모에 따른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해 사진 없는 응시원서와 이력서를 사용하게 된다. 또 전 부처가 경력채용 시 이력서 표준서식을 사용한다.

채용 기회 확대 기대

이번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은 ‘공무원 경력채용’에 한정됐다. 하지만 취준생들은 공무원 경력채용을 시작으로 공채 공무원 채용, 공기업 채용 등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며, 민간기업에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화’ 움직임에 기업들이 발을 맞췄던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민간기업에서 블라인드 채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삼성·현대차·SK 등 주요 21개 그룹 중 20개 그룹이 지원서에 학점·어학성적·자격증 등 항목을 하나라도 삭제하거나 간소화했다. 또 서류 심사는 하지만 면접은 블라인드로 진행하는 부분적인 블라인드 채용 시스템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기자는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앞둔 A씨에게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A씨는 “학벌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생기는 점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이번 정책이 외모·가족관계 등 직무능력과 무관한 내용을 없애고 능력으로만 평가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고 답했다.

일거리 말살 결과 만들어

지난 10일 리얼미터가 블라인드 도입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차별을 없애고 공정한 채용 기회를 제공해 찬성한다’는 의견이 68.0%로, ‘객관적 평가가 어렵고 역차별을 일으킬 수 있어 반대한다’는 의견은 23.1%로 집계됐다. ‘잘 모름’은 8.9%였다.

사회 전반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곳이 있다. 40년째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한국프로사진협회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닌 ‘사진 미부착’ 부분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일거리를 말살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는 최근 사진관이 스마트폰과 디지털카메라의 보급화로 일거리가 사라져 사진관의 반 이상이 사라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실태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민간에까지 확장시키겠다는 입장 때문에 1만4000~1만5000개가 남아 있는 사진관 50%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력서 증명사진이 사진관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10평 미만의 공간에서 증명사진과 이력서 사진을 찍는 곳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영세업자들이다. 결국 그런 곳들이 다 문을 닫게 될 처지다.

일각에서는 한국프로사진협회의 주장과 달리 국민들의 소득수준 향상으로 인해 여권사진 등으로 대체할 수 있어 ‘줄폐점’은 억지주장 아니냐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실태조사를 하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다”며 “여권사진은 하루에 한두 명이다. 외국에 나가는 사람들 여권 한번 만들면 오래 사용해 사진을 자주 찍을 일이 없다. 또한 아직은 극히 일부의 사람들뿐이다”고 말했다.

또 “주민등록증 사진 역시 잊어버리거나 재발급 받는 사람도 몇 퍼센트 되지 않는다”며 “이력서 사진은 취업하기 위해 어디든 사진을 부착해야 한다. 그게 매출의 거의 50%를 차지했었다. 기업 당 많은 지원 희망자들은 수백 명에 달한다. 그 숫자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의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관해 “죽느냐 사느냐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서 계속 강행된다면 4000~5000명 규모의 대대적인 집회를 예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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