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향 날릴 가을 채비

신한금융투자는 ‘전략생각-은행 향 날릴 가을 채비’(작성자 노동길, 곽현수 연구원)를 통해 국내 은행주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리포트는 ▲ 볼커룰(미국 대형은행이 자기자본으로 위험한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한 은행자산운용 규제책) 완화 논의 확산 전망 ▲ 증시 조정 국면에서 국내 은행 주 비중 늘릴 필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8월 4주 BEST 리포트로 ‘신한금융투자-전략생각’을 선정, 소개한다.

볼커 룰 완화 논의 확산 전망
국내 은행 주 비중 늘릴 필요 있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은행주(S&P 500 Banks) 주가는 취임일(1/20)까지 21.4%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 500 지수를 14.8%p 아웃퍼폼 했다. 상승 배경은 금융위기 이후 계속됐던 은행 업종 규제 완화 기대다. 지난 2월 3일 트럼프 대통령이 금융 규제 완화 보고서 작성을 행정명령하면서 은행 주가는 추가 상승했다.

취임 6개월이 지났지만 규제 완화 속도는 매우 더디다. 의회와의 마찰로 야기된 국정 동력 약화가 원인이다. 6월 8일 도드-프랭크 수정법안(금융선택법)이 하원을 통과했 음에도 상원 통과는 난망하다. 상원 통과에 필요한 의석수는 60석인 반면 공화당 의석 수는 52석이다. 민주당 협조가 필요하지만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분간 법 개정이 필요 없는 정책 시행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볼커룰이 해당한다. 볼커룰은 은행의 고유계정 거래 금지 등 위험 투자 제한이 핵심이다. 수정은 감독 기관 합의로 가능하다. 트럼프는 최근 감독 기관 고위직에 시장 친화적 인사들을 지명했다. 인준 시 금융 규제 완화를 빠르게 추진할 전망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7월 27일 하원에 출석해 볼커룰 완화 가능성을 언급 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금융 안정성 감독위원회(FSOC)1)는 비공개 미팅에서 볼커룰 수정 필요성에 대해 합의했다. 볼커룰 관련 5대 감독 기구2)는 모두 금융 안정성 감독위 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볼커룰 수정 추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일부터 통화감독청(OCC)은 은행 등 금융기관과 투자자로부터 볼커룰 수정에 관한 의견 수렴 절차를 개시했다. 의견 수렴은 45일간으로 9월 중 완료된다. 내용은 1) 볼커룰 적용 대상 범위, 2) 고유계정 거래 정의와 규제 기준, 3) 헤지펀드, 사모펀 드 등 커버드 펀드 정의 및 투자제한 범위, 4)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적용 대상 적정성 등이다. 

핵심은 고유계정 거래(Proprietary trading) 규제 완화다. 볼커룰은 은행의 자기자본 투자를 제한해 왔다. 고객 대상 헤지거래나 손실 제한 등 시장 조성 업무만을 허용했다. 금융위기 이전 고유계정 거래에서 이득을 봤던 은행들의 수익성이 감소했다.

금융위기 이전 미국 은행주 ROE(자기자본이익률) 평균은 16.4%다. 벤치마크(S&P 500) 대비 4.5%p 높았다. 은행 업종이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ROE가 2008년 -19.5%로 하락했다. 금융위기 이후 ROE는 회복 추세지만 여전히 S&P 500 평균을 하회하고 있다. 2015년 이후에는 오히려 격차가 확대됐다.

미국 주요 은행(골드만삭스, 제이피모간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선트러스 트, 웰스파고)의 고유계정 거래 비중은 높았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전체 이익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후에는 하락 추세다. 2009년 600억 달러였던 고유계정 거래 이익은 2012년 353억 달러로 42.2% 감소했다. 2013년 늘어나는 듯했지만 2014년 볼커룰 시행 이후 다시 감소 추세다. 수익성이 높은 고유계정 거래 감소가 미국 은행 ROE 하락으로 이어졌을 개연성이 높다.

볼커룰 완화는 고유계정 거래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IB(투자은행)는 금융 규제 완화 시 미국 은행주 이익이 약 15~30%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볼커룰 완화로 인한 미국 은행주 이익 향상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금융 주 랠리에도 밸류에이션 매력은 여전하다.

미국 금융 섹터 PBR(주가순자산비율)은 S&P 500 대비 45.0%(이하 상대 PBR) 수준이다. 금융위기 이후 고점(29/3/12)인 60.1% 대비 15.1%p 낮다. 볼커룰 수정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규제 완화다. 시스템 리스크가 금융위기 이전으로 돌아갔음을 선포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금융 섹터 상대 PBR이 금융위기 이후 고점 수준을 회 복한다면 현재 대비 미국 금융 주는 33.5%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 

금융 주는 글로벌 동행성이 높은 섹터다. 타 산업 대비 매크로 요인이 강하고 시스템 리스크에 의해 주가가 크게 영향을 받는다. 금리, 성장률 등 거시지표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전세계 경제가 동조화되는 만큼 금융 주가도 국가 간 동행한다. 미 국 금융 주가가 오르면 한국 금융 주가도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데이터로 확인 가능하다.

미국 금융 주 상대 PBR과 한국 금융주 상대 PBR 간 상관계수는 0.84다. 산포도(X축: 미국 금융주, Y축: 한국 금융주)의 기울기는 1.6이다. 미국 금융주 상대 PBR이 볼커룰 완화에 따라 15.1%p 개선될 경우 한국 금융주 상대 PBR은 24.2%p 개선 가능하다. 이 경우 한국 금융주 상승 여력은 36.2%다. 

금융 주 글로벌 동조화 주체는 외국인 투자자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후 한국 금융 주  수급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외국인은 미국 금융 주 랠리 시점부터 한국 금융주를 매수하기 시작했다. 이후 누적 순매수 대금은 3.7조원이다. 볼커룰 완화 시 한국 금융주도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하는 이유다.

미국 통화감독청의 의견 수렴 절차가 완료되는 9월 중순 이후 볼커룰 수정 논의가 확산될 전망이다. 볼커룰 수정 관련 기관인 Fed(미국 중앙은행) 금융규제담당 부의장 (랜달 퀄스), 통화감독청장(조셉 오팅), 증권거래위원회 위원(헤스터 퍼스) 지명자의 상원 인준 절차도 9월 이후다. 조정 국면에서 은행 주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

자료-신한금융투자 노동길, 곽현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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