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직면한 기존 금융회사들 방어선 구축에 사활

카카오뱅크 추격에 저축은행 예금 금리 ‘인상’
 
시중 은행들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으로 출혈 막아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한국카카오은행(이하 카카오뱅크)의 돌풍이 매섭다. 출범 보름 만에 계좌개설수가 200만을 넘어섰으며,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디자인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체크카드 신청자 수 역시 140만 명을 넘어섰다. 반면 카카오뱅크의 흥행몰이에 기존 금융회사들이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시중은행과 저축은행들은 기존 고객 이탈을 막고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섰다. 예금 금리를 인상하고 마이너스통장 금리를 낮추는 등 방어에 나선 것. 그러나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인 금리·수수료 혜택을 앞세운 영업전략과 하반기 진입할 것으로 알려진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인해 총성 없는 ‘금리전쟁’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달 27일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출범 이틀 만에 47만 신규계좌 개설 돌파에 이어 보름도 지나지 않아 계좌 개설수가 200만을 돌파했다. 이중 체크카드 발급신청건 수는 전체 7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의 돌풍은 상대적으로 기존 시중은행보다 이용 편의성을 갖춘 점과 유리한 금리 때문으로 업계관계자들은 해석한다. 특히 4200만 명의 가입자 수를 보유한 ‘카카오톡’을 통한 계좌이체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앞세운 체크카드가 이를 뒷받침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의 예금금리는 평균 1%대 중반인 시중은행보다 높은 연 2% 수준으로 책정했다. 이로 인해 기존금융회사들은 카카오뱅크의 돌풍에 정기예금 금리 인상 등 맞대응에 나서며 ‘카카오뱅크發 금리전쟁’이 발발했다.
 
저축은행들은 카카오뱅크의 출범 전부터 수신금리를 인상하며 고객 이탈을 막고 있었다. SBI저축은행은 카카오뱅크 출범 전인 지난달 21일부터 12개월 이상 18개월 미만 정기예금 금리를 연 2.3%에서 2.4%로 0.1%포인트 올렸다. OK저축은행 역시 최대 연 2.4%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을 특별판매에 돌입했으며, JT친애저축은행도 지난 6월 한 달간 최대 연 2.51%의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을 판매했다. 저축은행중앙회의 공시자료를 보면 저축은행 평균 정기예금(12개월) 금리는 2.21%로 한 달 새 0.08%포인트 상승했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도 고객층 확대를 위해 지난 4월 3일 영업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예금 금리를 인상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9일 코드 케이(K) 정기예금 10회차 가입자 모집을 시작하면서 금리를 기존의 연 2.0%에서 2.1%(코드 입력 시, 가입기간 1년 기준)로 0.1%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후발 주자인 카카오뱅크의 추격에 대응 차원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해석한다.
 
마이너스통장·신용대출 금리 인하
 
카카오뱅크의 대출은 기존 시중 은행들보다 높은 대출한도와 낮은 금리를 앞세우며 우위를 점하고 있다. 최대 1억5000만 원, 연 최저금리 2.84%로 빌려주는 카카오뱅크의 ‘직장인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이 돌풍의 주역들이다. 마이너스통장은 대출 한도 내 필요한 만큼 사용하고 이에 따른 이자를 부담한다. 신용대출 대출금액을 한 번에 입금 받아 이자를 부담한다.
 
카카오뱅크의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은 파격적인 조건을 앞세워 시중은행들을 제치고 가계대출 영업시장에서의 선두에 섰다. 한국카카오은행의 가계대출 영업이 8월 전체 1위를 차지한 것. 금융감독원의 ‘은행권 가계대출 동향 및 주택담보대출 신청 현황’에 따르면 이달 카카오뱅크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5400억 원으로 19개 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8월 19개 은행의 가계대출금 합계는 2조1700억 원 증가한 가운데 카카오뱅크를 통한 대출이 약 24.9%를 차지했다.
 
카카오뱅크이 시장 선두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시중은행의 금리와 비교했을 때보다 저렴한 탓이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마이너스통장 금리를 낮추며 기존고객 이탈과 신규고객 유치를 위한 금리 인하에 나섰다. 저렴한 대출금리로 인기를 얻고 있는 카카오뱅크를 견제하기 위해 금리를 하향조정한 것이다.
 
전국은행연합회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마이너스통장 평균금리를 지난 6월 4.64%에서 7월 4.58%로 0.06%포인트 인하했다. 동기간 신한은행은 3.63%에서 3.52%, 우리은행은 3.86%에서 3.71%로 내렸다. 외국계인 씨티은행은 6.43%에서 5.88%로 인하했고, SC제일은행 역시 4.66%에서 4.47%로 마이너스통장 평균금리를 낮췄다.
 
마이너스통장 평균금리 인하와 동시에 신용대출 금리 인하 행렬에도 기존은행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15일 은행연합회 은행상품 통합 비교공시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특수은행 등 총 17개 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한 달 전인 6월말 대비 최대 0.11%포인트 하락했다. 6월말 기준 17개 은행 중 가장 낮은 3.08% (1~2 신용등급)선이었던 우리은행의 신용대출금리는 한 달 만에 0.03% 떨어진 3.05%로 하향 조정됐다.
 
6월 대출금리가 낮은 순위로 각각 2위와 4위였던 NH농협은행(3.11%)과 경남은행(3.18%)도 동기간 3.09%와 3.17%로 신용대출 최저금리를 낮췄다. 인터넷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역시 지난 6월 3.17%였던 신용대출금리를 3.06%로 인하했다.
 
금리전쟁 2차전 하반기 발발(?)
 
한편 시중은행들은 카카오뱅크가 하반기에 진입할 예정인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을 통해 다른 대출금리 인하의 출혈을 막고 있다. 6월 말 최저 2.15%(변동금리·분할상환방식 기준)였던 씨티은행 주담대 금리는 현재 2.19%로 오른 상태다. SC은행 역시 같은 기간 주담대 금리를 2.73%에서 2.87%로 0.14%포인트 올렸다.
 
업계관계자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돌풍 견제를 위한 신용대출금리 인하, 마이너스통장 금리 인하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주택담보대출 상품 금리 인상을 통해 막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하반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하반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으면 시중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이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로 인해 하반기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의 ‘금리전쟁’ 2차전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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