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서울시장 ‘3선 도전’으로 가닥을 잡은 박원순 시장이 재차 고민에 빠졌다. 최근에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불거지면서다. 그동안 ‘출마’와 ‘불출마’를 오가며 장고 끝에 출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였다. 특히 당내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는 인사들로부터 ‘연말 출마 여부를 밝히겠다’는 발언에 비판도 심했다. 어렵사리 출마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안철수’라는 돌발 변수가 다시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가 기정사실화될 경우 국민의당보다는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구도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칫하면 ‘어제의 동료’였던 안 전 대표와 박 시장이 ‘내일의 적’으로 만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 朴시장 시민사회계열, ‘86운동권’ 이인영.우상호.최재성 충돌  
 - 安 당권도전중 ‘서울시장 출마설’ 호남중진-운동권 통했나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300일 앞으로 다가온 내년 지방선거에 3선 도전으로 ‘가닥’을 잡은 박 시장. 하지만 향후 행보는 재차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최근 박 시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차 3선 도전을 묻는 질문에 “연말에 거취를 결정하겠다”던 기존입장에서 “추석 전후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시기를 앞당겼다.

박 시장은 그동안 당내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출마자들로부터 연말 거취 결정에 대해 시기적으로 너무 늦는다고 비판을 받았다. 박 시장의 출마 여부에 따라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구도뿐만 아니라 경기지사 경선까지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당내 초미의 관심사다.

당내 서울시장 출마 예상자로는 추미애 대표를 비롯해 박영선, 이인영, 우상호, 민병두 등 3선급 이상 중진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당밖으로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그리고 전병헌 정무수석 등도 자천타천으로 명단에 올랐다. 특히 서울시장 후보들은 박 시장이 거취에 따라 출마와 불출마를 결정해야하는 만큼 박 시장의 빠른 거취표명을 요구했다.

‘3선 도전 후 대권도전’에 “혼자서 다 해먹나...”

결국 박 시장은 장고 끝에 ‘3선 도전’으로 언론에 흘렸고 당내 출마자들 역시 그렇게 알고 있었다. 박 시장이 3선 도전 소식이 알려지자 당내 출마자들은 출마를 주저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일단 추 대표는 가장 먼저 ‘당 대표로서 사심이 없다’고 출마에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또한 박 시장의 재선과 시정 운영에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한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운동권’ 출신 임종석, 이인영, 우상호 3인방 역시 출마를 부담스러워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박 시장이 출마할 경우 나가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결국 남은 인사는 박영선 의원과 민병두 의원 그리고 전병헌 정무수석 정도다. 박 의원이 그나마 대중적인 인지도가 3인 중 가장 높지만 비문인사로 비주류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당내 주류 세력이 박 시장을 지지할 공산이 높은 상황에서 패배는 명약관화하다. 결국 차기 서울시장 선거는 마땅한 야권 후보가 부재한 상황에서 무난하게 박 시장의 3선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8.27 당권 도전에 나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불거지면서 박 시장의 3선 가도에 빨간등이 켜졌다. 또한 그동안 박 시장 출마로 눈치를 보던 타 후보들도 들썩거린다.

안 전 대표는 지난 8월16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출마 의지를 묻는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놓겠다”면서 “(내년 지방선거 때) 어떤 역할을 하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될지 그때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같은 날 토론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일문일답에서도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안 전 대표가 서울 시장 출마에 대해 여러 차례 가능성을 열어놓자 여야 정당들 특히 서울시장 후보군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안 전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일언지하로 일축했기 때문이다. 6월 중순경만 해도 한 언론사에서 차기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을 묻는 설문조사에에 안 전 대표를 포함시키자 “지방선거에 출마할 어떤 계획도 없다”며 “추후 여론조사에서는 제외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한편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부상하자 가장 곤혹스런 인사는 바로 박 시장이다. 이미 박 시장은 ‘3선 도전 후 대권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당 안팎 출마자측으로부터 “혼자서 다 해 먹겠다는 것이냐”, “대권 도전하는 데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비판을 받던 상황이었다.

서울, 경기 광역단체장에 도전하는 ‘86운동권’을 대표해 최재성 전 의원이 작심 발언을 했다. 박 시장의 ‘3선 도전’으로 이 성남시장의 경기지사 출마가 유력해지면서 도지사 출마가 어렵게 된 그다. 최 전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내년 지방선거를 대선의 발판쯤으로 생각하는 경기도지사 도전이나 서울시장 3선 피력은 멋지지 않다”고 이 성남시장과 박 시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박 시장과의 친분으로 말은 못하지만 이인영, 우상호, 임종석 운동권 3인방 역시 최 전 의원과 같은 심경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을 도왔던 후배들이 정치적으로 클 수 있도록 자리를 양보해 주길 내심 바라고 있다. 특히 박 시장 3선 도전 배경에 시장 곁에서 시정을 도와주고 있는 시민단체 계열의 주장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시장이 시장 도전을 포기할 경우 서울시를 떠나야 하는 시민단체 출신 참모들 다수는 백수로 전락할 공산이 높다. 이에 3선 도전에 우호적이다. 반면 서울시를 떠난 정치권 출신 정무직 참모들은 차기 대권을 위해서는 3선을 포기하고 바로 중앙무대에 진출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운동권 3인방의 이해관계와도 맞아 떨어져 두 참모 그룹 간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할 경우 박 시장은 안 전 대표 지지자들로부터 ‘양보론’을 제안받을 가능성이 짙다.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한 가운데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시 5% 지지율의 박 시장이 50%대 지지율의 안 전 대표의 양보로 시장직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빚을 갚아라’고 역으로 양보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박 시장은 받아줄 수도 안 받아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떤 결정을 하든 서울시장 도전하는 박 시장 입장에서는 깊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판도가 술렁거리고 있다. 여당 후보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높고 후보군도 야당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에 ‘경선 승리=서울시장 당선’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철수 출마?', 여당 내 ‘박원순 제척론’ 부상...

당내 출마자들은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가 기정사실화될 경우 박 시장이 출마를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안 전 대표에게 빚이 없는 사람이 나가야 한다’는 것이 ‘박원순 제척론’의 요지다. 안 전 대표와 정치적 이해 당사자가 출마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박 시장이 출마하면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는 후보군들이 들썩거리고 있다. 만약 안 전 대표의 출마로 박 시장이 3선 의지를 접게 될 경우 판도가 크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당장 출마에 부정적이던 추미애 당 대표 진영은 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 당 대표 경선에서 친문 주류 세력을 업고 당권을 거머쥔 추 대표다.

하지만 박 시장이 3선 도전을 접을 경우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부상할 공산이 높다. 이미 지난 대선과정과 당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나름대로 ‘추미애 사단’과 ‘조직’을 재정비한 점도 강점이다. 여기에 마땅한 친문 후보가 부재한 상황에서 주류 세력의 지원까지 받는다면 서울시장 당선은 ‘떼놓은 당상’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측도 서울시장 경선에 뛰어들 공산이 높다. 박 시장이 빠진다면 가장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높아 ‘盧風’처럼 경선에서 바람을 일으켜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이 성남시장은 차기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박 시장 다음의 지지를 받은 바 있고 최근 차기 경기도지사 지지율 조사에서도 현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시장은 중앙정치 무대에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해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게 아킬레스건이다.

오히려 당 안팎에서는 박 시장의 우군 역할을 담당해온 ‘86운동권’ 후보군이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인영, 우상호, 임종석 3인방은 대표적인 운동권 출신으로 당내 입지를 어느 정도 갖출 정도로 중진이 됐다. ‘386 운동권’에서 ‘586’으로 세월이 흐를 정도로 경륜도 쌓였다. 여기에 운동권 출신 후보 간 단일대오를 갖추고 친문 주류의 지지까지 등에 업을 경우 비주류인 추 대표나 이 성남시장에 맞서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시각이다.

이처럼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인해 서울시장 경선이 요동치고 뜻밖의 운동권 출신 서울시장 후보가 ‘다크호스’로 부상하면서 ‘안철수 출마론’에 불을 지핀 천정배 전 대표도 주목받고 있다.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천 의원은 안철수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에 적극 반대해 온 인사다.

천 전 대표는 이에 8월14일 첫 당 대표 TV 후보자토론회에서 “안 전 대표는 당 대표가 아니라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고 출마론에 불을 붙였다. 이 자리에서는 안 전 대표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응수했다.

천정배發 ‘출마론’ ‘86운동권’ 서울시장 출마 명분

천 전 대표의 ‘안철수 출마론’의 배경은 안 전 대표가 당 대표가 되고 나서 서울시장 출마를 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니 사퇴를 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을 위해 백의종군해 달라는 주문이다. 혹여 안 전 대표가 당 대표가 안 될 경우 패배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당으로 선 이래저래 차기 대권 주자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명분으로 삼았다.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안 전 대표를 비롯해 수도권 및 안철수계가 다수인 비례대표 의원들은 제3당으로서 ‘자강론’에 기대 다른 당과 합당이나 연대에 부정적이다. 반면 호남에 지역구를 둔 정치인들은 민주당과 합당 내지 복당을 내심 원하고 있다.

천 전 대표는 당 대표에 당선돼 내년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해 당을 장악하고 이후 총선 전 민주당과 합당을 통해 지분 협상을 벌일 심산이었다. 당 대표 오르는 데 걸림돌은 역시 안 전 대표의 출마로 최대의 복병을 만난 셈이다.

그러나 안 전 대표 본인이 출마를 결심한 이상 자진 사퇴 명분으로 서울시장 출마 카드를 던진 셈이다. 결국 천정배발 ‘안철수 출마론’의 나비효과는 민주당 경선 판도, 특히 박 시장과 우호적 경쟁관계에 있는 ‘86운동권’에 출마의 명분을 터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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