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의 한 중학교 교사 사망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성추행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A교사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후 교육청의 감사를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서 성추행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고 학생, 학부모들은 ‘A교사는 잘못이 없다’ 탄원서까지 제출했지만 전북도교육청이 인정하지 않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지난 5일 오후 2시 30분 전북 부안의 한 중학교 A교사가 김제시의 자택 주택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가족들과 모두에게 미안하고, 모두 내가 안고 가겠다”는 유서가 나왔다.
 
A씨는 지난 3월 학생들에 대한 성희롱 의혹을 받았다. 경찰은 4월 19일 학교 측으로부터 A교사의 성추행 의심 신고접수를 받고 수사를 벌였지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A씨가 학생들과 가벼운 신체접촉이 있었지만 성추행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경찰은 “피해를 봤다는 학생들이 조사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일주일 뒤 내사종결 처리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벗은 A교사는 지난달 초 전북도 학생인권센터로부터 “학생들에게 체벌과 신체접촉을 통해 인권을 침해했다”는 결정을 받았다. 그는 전북도교육청 감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생들과 학부모 등은 ‘선생님은 잘못이 없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교육청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말 학생과 학부모 등 25명은 전북도교육청에 A교사의 오해를 풀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한 학생은 “다리 떨면 복 떨어진다고 무릎 친 것을 주물렀다고 적었다”고 밝혔다. 특히 성추행 논란을 처음 제기한 학생은 “어깨를 토닥토닥했는데, 주물렀다는 표현을 해서 선생님께 정말 죄송할 따름”이라고 털어놨다.
 
유족 측은 “어떻게 해서든 억울함을 풀어줄 것”이라며 “무리하게 조사를 진행해서 이러한 사태까지 벌어지게 한 인권교육센터와 원인을 제공한 동료교사에게 분명한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유길종 변호사(전 전북변협회장)는 “최초 조사를 담당했던 학생인권교육센터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는 “인권센터가 경찰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성추행을 문제 삼아서 징계를 권고했다. 이는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면서 “또 조사과정에서 인권센터의 강압적인 태도 등 문제점이 있었는지 따져볼 예정이다”고 밝혔다.
 
숨진 교사의 동료 교사도 형사고발할 방침이다. 유 변호사는 “이 비극은 숨진 교사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동료 교사가 교육청과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면서 “유족 측은 이 교사가 아이들을 선동하고 종용해서 사실과는 다른 내용의 진술서를 받아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무고행위다”고 밝혔다.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학교와 교육청 조사 과정에 절차상 위법한 사실이 없는지에 대해 수사를 촉구했다.
 
시민연대는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이 사건은 지난 4월 경찰에서 당사자를 조사할 것도 없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내사 단계에서 종결한 사안이었고 학생들은 ‘성추행을 당하지 않았다’고 탄원서까지 썼다”며 “교육 당국이 억울하게 죽음으로 내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라북도 교육청 감사실 등은 학부모나 동료 교사에 의해 민원이 접수되면 전후 사정 파악과 사전 조사도 없이 거의 피의자처럼 낙인찍고, 위압적인 조사를 벌이고 아이들에게까지 설문조사 방식의 조사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답을 특정해낸다는 의혹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시민연대는 “이번 기회에 감사실과 인권센터 운영 전반을 돌아보고 민주적이고 투명하며 기본권이 보장되는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며 “경찰은 평범한 교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행위와 같은 사건’에 대해 학교 관련자, 부안 교육 지원청 담당자, 도교육청 인권센터, 감사팀에 대한 정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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