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쇄신 완료 후 개혁 드라이브 ‘갈 길 멀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문재인정부의 첫 번째 국정과제는 적폐 청산이다. 경찰, 검찰, 법원, 국정원 등의 국가 권력기관들이 잘못 행사해 온 권력을 바로잡고 독립성을 보장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 정권들의 과오에 대한 진상 규명도 포함된다. 문재인정부는 법무부, 검찰 등의 수뇌부 인적 쇄신을 통해 적폐청산의 시동을 걸었다. 더불어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각종 사건들에 대한 재조사 예고하며 개혁의 파도가 몰아칠 것이 예고됐다.

물갈이 인사로 조국-박상기-문무일-윤석열 라인 구축
‘셀프 개혁’ 등 문무일 검찰 총장과 불협화음 가능성


“제가 생각하는 적폐 청산은 우리 사회를 아주 불공정하게 또 불평등하게 만들었던 많은 반칙과 특권들을 일소하고, 우리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그런 사회로 만드는 것이다. 특정 사건에 대한 조사와 처벌, 특정 세력에 대한 어떤 조사와 처벌, 이런 것이 적폐 청산의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대통령이 생각하는 가장 우선순위의 적폐 청산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라는 슬론건은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줄기차게 외쳐 온 말이다.
 
‘검찰 개혁 기폭제’
돈 봉투 만찬 사건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1~2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정부 임기 내내 계속돼야 할 노력이다”라며 “아마도 이번 정부 5년으로 다 이뤄질 수 있는 과제도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적폐 청산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검찰 개혁을 국정과제로 삼고 주요 보직 인사를 단행했다. 시작은 진보적 성향의 법학자로 꼽히는 조국 서울대 교수를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한 것이다. 민정수석이 검찰 등 사정기관을 관할하는 만큼 조 수석을 통해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을 추진할 거라는 관측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불거진 ‘돈 봉투 만찬 사건’은 개혁의 기폭제가 됐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 종료 직후 돈 봉투가 오가는 만찬을 가진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먼저 옷을 벗었다. 이어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 김주현 대검 차장도 사표를 냈다.

‘중요사건 부적절 처리’를 내세우며 좌천성 인사도 이어졌다. 우 전 수석 수사를 담당했던 윤갑근 대구고검장을 비롯해 정점식 대검 공안부장,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 전현준 대구지검장이 그 대상이 됐다. 이들은 결국 사의를 표했다.

이어진 정기인사에서도 물갈이는 계속됐다. ‘정윤회 문건’ 수사를 진행했던 유상범 광주고검 차장검사, ‘우병우 라인’으로 지목됐던 김기동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을 각각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사법연수원 부원장 자리에 전보 조치했다. 결국 유 차장검사도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문재인정부는 전 정권의 비리를 파헤친 특검팀 인사들에 대한 보상도 분명히 했다. 이 전 지검장이 떠난 자리는 윤석열 당시 대전고검 검사로 채웠다. 윤 지검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 당시 검찰 수뇌부의 수사 압력을 폭로해 좌천된 인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여해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이끈 바 있다.

정기 인사를 통해 서울중앙지검 3차장 자리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하는 데 기여한 한동훈 검사를 앉히는가 하면, 중앙지검 1, 3, 4 특수부장 자리 역시 특검팀에 파견됐던 경력이 있는 검사들로 채웠다. 이 밖에 파견 검사들은 부부장으로 승진시켰다
 
법무부 탈검찰화 시작
공수처 신설·수사권 조정

 
문재인정부는 법무부 장관에 박상기 전 연세대 교수를 임명함으로써 검찰 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비검찰 출신을 장관직에 임명함으로써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박 장관은 취임 직후 ‘환골탈태’ 수준의 검찰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인사청문회 등에서 공언한 대로 법무부 탈검찰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검사만이 갈 수 있었던 일부 실·국 본부장 직위를 복수직제화 하는 한편 법무실장 및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두며 개혁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법무부 내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개혁 작업이 겉으로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박 장관은 문재인정부의 검찰 개혁 과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문재인정부 국정과제인 공수처 신설과 수사권 조정 등 사안이 법무부를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정원 댓글사건 등 재조사
전 정권과 충돌 조짐

 
문재인정부는 파격적인 인적 쇄신과 검찰 개혁 추진에 따른 검찰 내부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부 신임이 두터운 문무일 부산고검장을 검찰의 수장으로 앉혔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적체된 인사 해소를 위해 고위·중간 간부 인사도 마쳤다.

전열을 가다듬은 검찰의 칼끝이 향한 곳은 다시 전 정권이다. 국정원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 조사 결과 이명박정부 당시 국정원이 민간인을 동원해 여론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검찰수사가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많다. 수사 과정에서 박근혜정부 국정원까지 대상이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미 재조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인사를 통해 국정원 댓글 수사팀 소속이었던 진재선 대전지검 공판부장은 중앙지검 공안2부장으로, 김성훈 홍성지청 부장검사는 공공형사수사부장에 포진하게 됐다. 당시 수사팀 막내였던 이복현 검사 역시 중앙지검 부부장검사로 입성한 상태다.

하지만 아직까지 문재인정부의 검찰 개혁 등이 성공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문 총장이 공수처 신설이나 수사권 조정 등 정부 추진 개혁 과제에 미온적이거나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검찰개혁위원회와 수사심의위원회를 출범하기로 하는 등 자체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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