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과 거리 두는 親朴… 洪과 ‘짜고 치는 고스톱’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박근혜 출당론’에 친박 핵심 3인방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 등이 침묵하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지난 23일 홍 대표가 혁신위와 사전협의 없이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려내면서도 “인적 혁신 문제는 원래 우리가 생각한 스케줄보다 대표가 먼저 시작을 해서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며 대표의 뜻을 거스르진 않을 것이라는 의중을 내비쳤다.

그런데도 친박계 핵심 의원들 사이에선 별다른 반발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홍 대표가 공론화를 제안한 이후 친박 핵심 의원들 가운데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의원은 거의 없다.

김태흠 최고위원만이 지난 22일 라디오 방송에 나와 “당규에 따라 최종심 형이 확정될 경우 탈당 권유라든가 아니면 출당이라든가 징계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며 “지금은 그런 시점이 아니고 형 확정 이후에 돼야 한다”고 반발했을 뿐이다.

박근혜 정부 경제부총리를 역임하며 ‘친박 좌장’으로 불리는 최경환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가 공식화된 이후인 17일 본인 SNS에 글을 올렸지만 새만금 세계잼버리 대회 성공 유치를 기원한다는 글이었다.

대통령 정무특보 출신으로 박 전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로 알려진 윤상현 의원 역시 SNS 등을 통해 활발한 대외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친박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도 대동소이하다.

이 같은 친박계의 ‘침묵’은 현재 당내 역학구도를 방증하는 모습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당내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홍 대표와 정면으로 각을 세울 시기는 아니라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 “우리가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현재 당대표는 홍준표”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당대표에게 반기를 들 수는 없지 않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친박계의 ‘침묵’은 홍 대표와의 사전 ‘약속’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출당’은 ‘친박 청산’과 직결될 것이 뻔한데 여기에 ‘반기’를 들지 않는 것은 사전에 홍 대표로부터 ‘안위’를 보장받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른바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홍 대표가 대선 당시 보수결집 차원에서 친박계에 대한 당원권 정지 징계를 해제한 사실은 이 같은 의구심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홍 대표가 보여준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를 대하는 ‘오락가락’하는 행보로 보아 그가 ‘인적 청산’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때는 친박계를 향해 ‘양아치 친박’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했지만 막상 친박계의 지원이 필요한 국면에선 순식간에 태세 전환이 이뤄졌다.

홍 대표는 자신이 대선 후보로 선출되자 “정치적인 탄핵이 중요한 것이지 또 배제하는 것은 대통합으로 나갈 이 국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요구”라고 친박계 청산을 부정했다.

대선 패배 이후 당권 도전을 앞두고 친박계의 견제가 본격화된 국면에선 입장이 또 바뀐다. 이번엔 친박계를 ‘바퀴벌레’에 비유했다. 그는 “박근혜 팔아 국회의원 하다가 박근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었고, 박근혜 감옥 가고 난 뒤 슬금슬금 기어 나와 당권이나 차지해 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자들이 참 가증스럽다”고 했다.

7·3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뒤엔 다시 비난 수위를 조절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선출직 청산은 하기 어렵다. 단지 당의 전면으로는 소위 핵심 친박분들은 나서지 못할 것”이라며 인위적 친박 청산은 ‘불가능한 일’로 못 박았다.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홍 대표이기에 ‘홍준표 체제’의 안착을 위해선 친박계의 도움은 못 받을지라도 적어도 이들과 날을 세우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록 홍 대표가 ‘인적 청산’ 의지를 현재까지는 강하게 내비치고 있으나 ▲홍 대표가 친박계의 당원권 정지를 해제해 준 장본인이라는 점 ▲상황에 따라 순식간에 태세 변환을 해왔던 점 ▲친박계의 이상할 정도로 ‘침묵’하고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홍준표와 친박계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의혹이 정치권의 중론으로 자리매김해 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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